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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 Dec 22. 2024

자발적 직위해제를 하며

직위해제 첫날의 기록

책상머리에 앉아서 가슴을 조여 오는 분노를 삭힐 재간이 내겐 없었다.


1800명이 이 정도의 억울함은 다 겪기도 하고, 견디며 산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나도 견뎌야 하는 건 아니다.

부당했고, 유린당한 기분이었다.


나의 업무외적인 일도 내  일처럼  했어야 했던, 거부할 수 없는 술자리와 딱히 부당할 것까지는 없지만 나에게 지워지는 과도한 책임을 감내해야 했던 내 시간과 돈과 허비한 재능에 대한 유린이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그 모든 이들과 특히 이번 인사를 한 오너에 대한 분노로 견딜 수가 없었다.

맞다.

나의 분노는 오롯이 오너에게로 향했고, 그 분노는 오너에게 닿을 수 있는 성질이 것이 아니었다. 내가 분노를 하든, 항거를 하든 전혀 타격감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목소리르 내고 싶었다. 인사라인에 긴 질문을 담은 편지를 보내놓고 40여 일의 병가를 냈다.

그리고, 그날 밤 선배이기도 하고, 동지이기도 한 그녀 앞에서 두루마리 화장지 반통을 돌려가며 울었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돌려가며 울었어도, 몇 날 며칠을 두꺼비 눈두덩을 하고 살고 있어도 여전히 내 물음에 대한 답은 들을 수 없다.

조직이란 게 그렇다는 답 외는.....


"왜 내게는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는지? 왜 우리 직렬의 후배들에게는 늘 이런 갈증만 반복되고 있는가?"

나의 이 질문에 대해  누구에게도 답을  듣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중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다들 그 정도의 좌절은 늘 경험하며 견디고 있다고, 별나게 굴 거 없다고 나를 설득하려고 들 것이다. 그럼 나도 설득당할 것임을 안다.


그래도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나를 위해 그 망할 놈의 책상머리에서 떨어져 있어야겠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는데... 까이끼 그 정 한번 맞아보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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