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하는 엄마와 아이의 좋은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
어느덧 마냥 아기 같기만 하던 우리애가 쑥쑥 자라서 올해는 1학년이 되었다. 그 전에는 원하는 대로 놀아라 하며 공부시키거나 책 읽는 것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영어 알파벳은 그냥 Pre-K에서 깨쳐서 오고, 아직도 읽기를 제대로는 못해서 혼자서는 책을 못 읽는다.
작년에 킨더를 보내면서 우리는 마냥 애를 놀게 뒀는데 다른 애들은 영어 책도 읽을 줄 알고 한글도 곧잘 쓰는 걸 발견했고, 그게 아이의 자신감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모는 잘 읽고 잘 쓰는 아이, 나는 안 그런 아이라고 스스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게 가장 염려스러웠다. 한글학교에서도 다음 레벨로 올라가려면 지금처럼 그냥 둬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들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여름방학 동안에는 한글은 깨쳐줘야겠다, 이제 영어 기본 모음 파닉스는 이해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무엇보다도 숙제가 없는 미국학교 저학년을 다니는 우리 아이가 꼬꼬마 때부터 하루하루 조금씩 꾸준히 뭘 해나가는 걸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거기에 더해서 아침 저녁 집에 있을 때의 루틴도 아이가 몸에 익히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어도 엄마아빠는 매일매일 바쁘고, 여름 캠프를 다녀온 애는 평일 저녁에는 아무 것도 안하고 싶어하고 주말에는 주말에만 보게 되어 있는 티비를 보고 놀고 싶어하기만 했다. 부모와 아이 양쪽 다 에너지가 없고 변명거리가 많아서 방학이 시작하고도 처음 두 주는 그냥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고 흘러갔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스타트업에서 쓰는 툴과 내가 쓰는 툴을 우리 애랑 같이 사용해서 “습관 잡아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단은 Trello로 시작. 아침에 할일, 저녁에 할일들을 카드로 만들었다. 아침에는 일어나서부터 학교나 여름캠프 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 그러니까 세수하기 이닦기 아침먹기 가방싸고 간식 챙기기 옷갈아입기 등등이 리스트 되었다. 저녁에는 학교나 여름캠프에서 집에 돌아온 순간 손발얼굴 씻기부터 시작해서 자기전까지 할 일들이 리스트 되어있다. 이렇게 해놓고 아침 리스트, 저녁 리스트를 스크린샷을 찍어서 프린터로 뽑았다. 프린터로 뽑은 것을 거실 벽에 붙여놓고 아이에게 설명해줬다. 아직은 모르는 단어가 많지만 오며가며 읽으면서 단어도 알게 되면 좋으리란 계산이었다.
해놓고 보니 이게 효과가 좋은 게, 일단 벽에 프린트가 된 종이가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일종의 권위가 생겨서, 아이가 외출후 손을 씻기 귀찮다거나 저녁에 이닦기가 싫다고 할 때 벽에 붙은 todo를 가르키는 것만으로도 반발을 꽤나 잠재울 수 있었다. 그리고 계속 반복해서 저 루틴을 하는 동안 으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체화되는 것이 아닌가.
읽기 쓰기 공부를 꾸준히 하는 체크리스트는 CoDo 앱을 사용했다. 일단 코두앱으로 부모인 나와 남편에게 리마인드 시켜주고 같이 진행상황 트래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나와 남편 둘 중 하나라도 애가 일주일에 다섯번은 영어 읽기쓰기와 한글 공부를 각각 조금이라도 하는 걸 봐주기로 했다. 일주일 다섯번을 Target으로 삼고 리마인더를 주중에는 저녁 시간, 주말에는 오전 시간에 걸어두었다. 나중에는 아이에게도 제가 책을 읽으면 엄마가 여기 앱에 체크를 한다는 걸 보여주었더니 자기가 나서서 책을 읽었으니 체크를 하자고 했다. 작은 것이지만 재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일주일에 3번 연습해 오라는 피아노 선생님의 숙제도 그 앱에다가 체크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읽은 책들은 북 로그 공책을 만들어서 순번과 날짜와 책 제목을 적었다. 작년 말부터 적었는데 이제 300을 넘어서 400으로 가고 있다. (이 나이 또래의 책들은 몇 페이지 안되고 아주 얇다.) 이건 100개 넘을때마다 좋아하는 포케몬 카드를 사주기로 보상의 약속이 되어 있어서 아이가 아주 열심히 챙기는 것 중의 하나이다. 여름방학동안 SF 공공도서관이 읽기 챌린지를 해서 읽기 20시간을 채우면 상으로 에코백을 주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모노폴리 판처럼 생겨서 20분 읽을 때마다 칸을 하나씩 채우게 되어 있는 트래커도 올 여름 요긴하게 썼다. 여름이 끝나고 우리집엔 SF Public Library 에코백이 2개.
스타트업 스킬들을 사용해서 애키우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역시 이것도 다 (부모와 아이의) 의지력을 끌어올리고 아웃소싱하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방법들이다. 툴을 써서 부모와 아이가 퀄리티 타임을 보내면서도(라고 쓰고 싸우지 않고라고 읽는다 ㅠㅠ) 에너지와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해서 쓰게 해준다면 윈윈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