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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

지하철 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주위에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 몇 명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근데 공교롭게도 나와 걷는 속도가 비슷한 사람이 있었다. 물론 일부러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와 약간 떨어진 옆에서 모르는 사람과 함께 걷는 기분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속도를 좀 더 높여 격차를 냈다. 그제야 불편한 마음이 좀 풀렸다. 가끔 이런 적 있지 않은가? 낯선 사람과 걷는 속도가 같아 의도치 않게 함께 걸어가는 듯한 상황. 왠지 불편하고 찝찝했던 상황 말이다. 우리는 왜 이런 상황에서 불편감을 느낄까? 

     

아마도 자기만의 공간이 침해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 링컨 대학교(University of Lincoln)의 심리학 박사, 안나 프론비 저(Anna Frohnwieser)와 동료 연구자들은 ”개인 공간 침범이 보행 속도와 방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걷는 동안 개인적 공간이 침범되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더 빠르게 걷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또한 주위에 보행자들이 많을수록 보행 속도와 방향이 크고 빠르게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위의 연구 결과를 참고한다면, 우리가 걸을 때 주위에 낯선 사람과 같은 속도로 걷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고, 그러한 불편함이 걷는 속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걷는 동안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개인적 공간을 소중히 한다. 이렇듯 개인적 공간은 개인적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당신은 일상 속, 당신만의 공간이 있는가?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건축학자인 로버트 소머(Robert Sommer)는 그의 저서 <개인적 공간(Personal Space)>에서 개인적 공간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그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인적 공간은 다른 사람들과의 적절한 거리 유지를 통해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개인 공간의 부재는 심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과도한 접촉을 하거나 개인 공간이 침범당했다고 느낄 때 심리적 불편감, 스트레스, 긴장감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심리적 안녕감을 저해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릴 때도 나만의 그런 공간이 있었다. 내가 살던 집에는 다락방이 있었다. 부엌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조그마한 다락방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작은 창이 있었다. 작은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곤 했다. 우리 집은 달동네처럼 높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전망이 꽤 괜찮았다. 그렇게 작은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하였다. 마음이 편해지며 아랫배가 살짝 아파오며 화장실 가고 싶은 느낌. 참 신비롭고도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그녀의 에세이 “자신만의 방(A Room of One's Own)"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존재하는 것은 최고의 치유다 “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지치고 힘든 일이 있었다면 자신만의 공간에 잠시 머물러 보는 건 어떨까? 집안의 발코니, 자신의 방, 집 앞 공원, 회사의 탕비실 등 어디가 되든 상관없다. 그곳에 잠시 머무르며 힘들었던 자신의 마음을 잠시 치유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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