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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Nov 22. 2023

<미래소년 코난>, 코난의 친구들

포비, 다이스 선장, 몬스키 차장

   미래소년 코난에서 최고 케미를 보여준 콤비는늘 티격태격하는 애와 어른포비와 다이스 선장이다


   포비는 원래 인더스트리아로의 여정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이따금 자신이 살고 있는 섬에 정박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가는 바라쿠다 호의 내부가 궁금했을 뿐이다그러다 덜컥 코난과 함께 이 배의 잡부가 되어 인더스트리아로 향한다바라쿠다 호의 선원들은 코난에게는 여정의 도우미였던 반면선원들과 고초를 함께하기도 하는 포비에겐 처음으로 겪어본 조직의 의미이기도 했다코난보다는 조금 더 애증이 섞인 친밀도하여 조금은 모자란 어른인 다이스를 갈구는 일은 언제나 포비의 몫이다.

   지금의 나이에서 돌아보니 코난보다는 포비 쪽에 조금 더 아쉬움이 남는다. 하야오의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캐릭터가 그에 대응하는 것일까를 곱씹어 봐도 얼핏 떠오르지 않는, 단 한 번의 미야자키 하야오였던 포비. 

   다이스 선장은 라나를 납치한 장본인이다바다 사나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살아가지만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옹졸한 남자이기도 했다인더스트리아를 배신하고 라나를 다시 하이하버로 데려온 사건도 그의 계산적인 성향으로 말미암아 벌어진 경우이다미래소년 코난에서 발단과 전환의 사건들은 모두 그에 의해 저질러지는 셈이다나중엔 그런 자신을 매번 품어준 코난과 포비를 지키고자 하는 바다 사나이로 거듭난다.

   다이스와 더불어 코난의 편에 서게 되는 몬스키 차장은 자신을 거두어 준 인더스트리아에 대한 순수의 신념을 지니고 있다지구 멸망의 사건 당시 바다를 표류하던 그녀는인더스트리아 과학자들에 의해 구조된다하이하버 사람들이 베푼 관용에도 여전히 까칠하던 몬스키의 심적 변화는 한 마리의 강아지로 인해서였다인더스트리아 과학자들에게 구조되기 직전까지 함께했던 반려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소녀 시절에 지녔던 순수를 회복한다.

   악역으로 버려둘 수 없었을 만큼하야오가 애착을 갖는 캐릭터이기도 하단다그 매개는 물론 코난이다소년의 순수가 그녀에게 숨어 있던 소녀를 알아본 것일까중반까지는 유능한 악랄함을 보여주던 그녀에겐어찌됐든 그 모습이 자신을 길러준 사회에 대한 충성도이기도 했다그러나 그 사회가 그저 자신의 충성을 이용하고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어느 날부터내면의 소녀는 불러내어 코난의 편으로 전향한다.


   하야오의 몇몇 작품에서는, 소녀를 이용하려드는 어른들에 의해, 소녀가 갇히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몬스키는 그 가둠의 선봉에 있었으면서도실상 그녀 자신도 갇힌 소녀였다그녀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줄 타자(他者)를 만나기 전까지는이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의 크샤나원령공주에서의 에보시 등이 이 캐릭터를 이어간다.


   자신이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도 결국 자신의 존재론적 조건인 거니까그 인식의 토대를 뒤흔드는 탈코드화의 사건철학자 레비나스는 그 사건과 함께 도래하는 타자를 미래의 시간으로 설명하는 것이기도.


- 민이언, <이해되지 않는 삶은 없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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