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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Nov 30. 2023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의 흥행 요인

<너의 이름은>에 등장하는 카페

   『너의 이름은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한 식당의 디자인을 나도 꽤 인상적으로 보긴 했었는데거기가 미술관이란 사실은 강상중 교수의 에세이를 읽고서 알았다강상중 교수는 글로벌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롯폰기에 위치한 미술관이라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현대 경제를 마르크스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적어도 경제구조로부터 소외받는 인간의 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종교를 아편에 비유하며 비판하기도 했지만산업사회의 절정에 치닫자 인류는 되레 영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다시금 신앙에서 위안을 찾으려 들었다.


   강상중 교수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옴 진리교를 든다일본의 많은 고학력자들이 왜 그토록 말도 안 되는 종교에 빠졌던 것일까에리히 프롬의 저서를 인용하자면자본의 시대에 시장적 성격으로 성장한 이들 중에는 그 정서의 결여를 매워줄 대상에 끌리는 경우가 있단다.


   일본의 경우는 버블 경제가 꺼지면서 그런 단계로부터도 벗어난 것 같단다그리고 지금은 미술이 그 영적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듯 하다고도시인들은 일상 세계와는 다른 무언가를 느껴보고자 하는 기대로 미술 세계의 문을 두드린다.

   버블이 터지고그들 스스로 잃어버린 10이라고 표현하는 시기에 공전의 대히트를 한 작품이 원령공주고대 신화의 모티브가 일본인들의 정신에 내재되어 있는 순수를 건드렸다는 평.


   『원령공주의 토대는 아이누족의 신화다일본은 한반도에서 건너간 후예들이 체제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원주민들은 홋카이도 쪽으로 밀려났단다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노파의 공통된 이미지들이 아이누 족의 모습이다아시타카에게 재앙신의 저주를 풀 방법을 찾게끔 조언을 해주는 무녀가 그런 모습이기도 하다.


  한 인터뷰에서 일본의 신화를 토대로 하는 작품인가에 대한 질문에하야오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더 영향을 받았다고 대답했다실상 어느 나라의 신화이든 간에 비슷한 스토리 구조의 신화소()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그리고 이런 점이 가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한 원동력으로 꼽는 평론가도 있다.

   서구의 신데렐라와 한국의 콩쥐팥쥐 이야기는 여러 모로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나모세는 신의 가호로 바다를 갈랐고주몽은 신의 가호로 물고기와 자라들이 몰려와 다리를 놓아준다이 또한 비슷한 구조의 서사로 볼 수 있지 않을까때문에 정신분석이 신화를 연구하는 것이기도 하다프로이트는 이런 판타지들이 지닌 상징성이 정신의 구조를 반영한다고 생각했다또한 그런 신화적 상상력이 어디서 왔겠는가를 물었고그 대답이 꿈의 해석으로도 이어지는 것


   정신분석의 계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이 영역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신화학자가 조지프(조셉캠벨이다캠벨은 신화들이 지닌 공통된 서사의 구조를 분석해기승전결의 세세한 하위 목록을 정리해 두었다그리고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이 매뉴얼을 활용했단다하야오의 작품들은 이런 이야기 구조론에 부합하는 구성들이기에그 자체로 이미 인문학적 보편성을 갖추고 있었다는그래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다는 어느 평론가의 글이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반면지브리 스튜디오의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는 그 성공 비결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쩌면 영화의 미숙함이 오히려 매력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세상에서는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집대성이라고 추켜세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집대성이라면 하늘을 나는 장면을 포함해 미야 감독의 주특기를 잔뜩 담았을 것이다그런데 그는 주특기를 전부 봉인한 채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표현에 도전했다따라서 완성도라는 면에서 볼 때는 아주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그 대신 모노노케 히메에는 신인감독의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난폭하기까지 한 싱싱함과 거친 기운이 담겨 있다.”
 

   읽고 보니하늘이 주된 공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새삼.


- 민이언, <이해되지 않는 삶은 없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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