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철학
... 모티브가 된 풍경은 프랑스란다. 개봉 당시 프랑스 언론에서는 성의 디자인을 ‘피카소’에 빗대며 극찬하기도 했다고….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의 언어들로 해석하자면, 그 자체로 노마드. ‘탈영역화’와 ‘재영역화’를 동시에 지닌 이미지. 고전에 체화가 되어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인지라, 그냥 여간한 철학적 허세는 다 들어맞는다. 해석하기 좋은 작품, 그래서 해석의 욕망들이 득달같이 몰려드는 것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 중에 하나는, 그런 해석의 바깥에 있다. 하울의 성에 줄을 걸고 빨래를 너는 목가적인 풍경, 가끔씩은 일상으로 이상을 표현하는 하야오적 코드, 결국 이상이란 것도 일상 위에 지어 올리는 것이 아닐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생각을 했다. 작품의 주제와 맞물린 하야오의 페미니즘을 걸고 본다면, 이 또한 남성중심적 감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판타지 속에서도 ‘집안 일’을 하고 있는 여자의 일상이니까. 피카소와 들뢰즈를 빨래줄로 붙박아 놓은, 어쩌면 마녀를 만나기 이전부터 소피에게 걸려 있던 저주이기도 하다. ...
- 민이언, <이해되지 않는 삶은 없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