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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Dec 15. 2023

국공립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상담을 다녀왔다

다운천사 꿈별이 육아 일기

2년 전에 대기를 걸었던

동네 국공립 장애통합 어린이집에서

대기 순번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지금 다니는 장애전담 어린이집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었던 터라 더 고민이 됐다.

방문상담을 다녀왔는데

어린이집에서 나와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우산 쓰고 비 내리는 동네를 걸으며

궁상맞게 울었다.

왜 눈물이 났을까.

어린이집은 밝고 따뜻하고 아늑하고 좋아보였다.

원장님도 좋은 분이신 것 같다.

상담을 마치고 한번 둘러보고 가도 좋다고 하셔서

아이들 생활하는 공간을 잠깐 봤는데

고래가 다니던 어린이집이 생각났다.

교실 가운데에 작은 책걸상이 있고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놀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처음에는 미소가 지어졌지만,

이내 가슴이 아파왔다.

고래도 그렇게 어린이집에서 생활했었지.

너무 좋은 어린이집에서

걱정없이 매일 웃으면서.

고래가 다닌 어린이집은

산에 있는 발도르프 어린이집이었고

거길 보내기 위해 우리 가족은 이사까지 했으며

이사를 했는데도

편도 40분 거리에 라이딩을 했다.

셔틀이 오는 곳까지 이사를 했지만

아이 키울 땐 워낙 변수가 많으니

내가 원까지 오가야하는 날도 많았다.

꿈별이를 낳고 나서는

고래를 데리러 가다가 꿈별이가 차에서 토해서

닦이고 달래고 다시 태우고

토하면 또 세워서 달래고 다시 태우고 반복하느라

40분 거리를 두시간 걸려서 간 적도 있다.

꿈별이 병원에서 대기가 오래 걸리면

혼자 남아있는 고래를 데리러 가느라

막히는 길을 몇 시간씩 운전할 때도 많았다.

그러다 아이 둘 다 태우고 사고가 난 적도 있다.

멀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난 그 어린이집이 너무 좋았다.

고래도 어린이집과 선생님을 깊이 사랑했다.

당시 우리 가족은 이민을 준비하고 있었고

둘째를 외국에서 키우게 될 거라 믿고 있었지만

만약 이민이 뜻대로 안 되어 한국에 계속 살게 된다면

고민없이 고래 어린이집에

둘째도 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꿈별이가 태어났고 이민 계획은 좌절됐고

꿈별이는 고래 어린이집에 갈 수 없었다.

예전 한국 나이로 세 살부터 다닐 수 있는 원이지만

세 살부터 숲에 산책을 나간다.

꿈별이는 그때 서지도 못했다.

친구들은 다 숲에 가는데

꿈별이만 원에서 돌봐달라고 하기도 싫었고

무엇보다 병원과 치료실을 다니면서

산 속에 있는 어린이집까지 왔다갔다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단지 내 가정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치료실 갔다가 집에 오면서

꿈별이를 맡기고 한숨 돌리기 위해서.

꿈별이는 가정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올해 초 장애전담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그래서 공간이 따로 있는 어린이집을

다녀본 적이 없다.

오늘 상담 갔던 곳은

2층짜리 국공립 어린이집이었다.

고래가 다녔던 어린이집도

2층 건물이었기에 그때 생각이 더 났다.

나에게 꿈별이의 장애는

첫째를 키웠던 방식으로

둘째를 키울 수 없다는 의미다.

그게 나에겐 가장 슬프고 아픈 일이다.

둘 이상 낳아서 키운 엄마들이

비장애 아이도 첫째랑 둘째는 다르게 키워야 한다고,

완전 다른 존재라고 아무리 말해도

와닿지가 않는다.

첫째랑 둘째가 달라도

비장애 아이였다면

같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겠지.

같은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지금처럼 고민하진 않았겠지.

그건 너무 섣불리 일반화해서

뭉뚱그리는 위로다.

꿈별이에게 장애가 없었다면

차를 타지 않아도 될 만큼 가깝고

대기가 엄청 긴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을 때

환호를 하며 당장 보내겠다고 했을 거다.

오늘 나는

아직 기저귀를 차는데 괜찮냐고,

중간중간 치료실을 가야해서 일찍 하원하거나

병원 진료 때문에 늦게 등원할 수 있는데 괜찮냐고,

아직 말을 못하는데 괜찮냐고,

아직 혼자 밥을 먹지 못하는데 괜찮냐고,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묻고 또 묻고도

더 생각해보겠다고 돌아나왔다.

아이의 장애를 실감할 때

나는 아직도 다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 r_shayesrehpour,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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