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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Ha Mar 01. 2020

#1.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신의 존재와 인간의 본질


‘죽이고 싶었지만 죽이지는 않았는데, 이것이 왜 죄가 되는가?’



“여덟 살짜리 어린 소년이 한 장군이 애지중지하는 사냥개에게 돌을 던졌다. 그 돌을 맞은 사냥개는 다쳐서 다리를 절었고, 이를 본 장군이 노하여 그 소년을 유치장에 가두었다. 

다음날 을씨년스러운 아침, 소년의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소년의 옷을 벗기고 사냥개를 풀었다. 굶주린 사냥개는 미친듯이 소년을 향해 달려들었고, 결국 그 소년은 사냥개에게 물어 뜯겼다. 그것도 엄마가 지켜보는 앞에서…”


우르렁 거리는 사냥개 (Pixabay)


미친듯이 달려오는 사냥개를 피하려고 전력을 다해 뛰고 있는 소년의 심정은 어땠을까?

사냥개에게 아들의 살 점이 뜯겨 나가고 고통 속에서 살려 달려고 소리치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을 어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 장면을 지켜보는 장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흡족한 마음에 웃음을 띠며, 이 모습을 기대한 듯 바라보는 악마 같은 자였을까?

그렇다면 과연 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었을텐데…과연 신은 있는 것일까? 있다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신이 있다면 무고한 아이의 목숨을 담보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 그렇다면 이 잔인한 일도 신이 계획한 일일까? 


과연 신이 추구하는 선이란 무엇인가? 엄마가 평생 동안 아들을 죽인 장군에 대해서 복수의 칼날을 갈며 보내다 마지막에 장군을 죽이고 복수하는 것이 신이 바라는 일일까? 아니면 장군과 아이의 엄마가 서로 만나서 울면서 서로를 용서하는 것이 신이 추구하는 선일까? 이렇게 서로가 용서하고 나면 모든 일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끝나는 것인가? 목숨을 잃은 아들 자신의 용서는 누구한테 받을 것인가? 아들의 목숨은 아들 자신의 것인데 엄마가 그 장군을 용서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만약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지 않고 계속해서 복수를 한다면 이 세상은 악이 반복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세상이 살만하고 좋은 곳인 이유는 인간이 서로에 대해 용서와 포용을 통해 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을 통해서 증명이 된다.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선의 모습을 통해 신의 모습이 드러난다.  예수님의 사랑과 죽음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한 것처럼 사람들도 서로를 사랑하고 선을 실천하면 신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 12:24)”





문득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야기가 현 시대의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매우 흡사하다고 느껴졌다. 아마도 책 주인공을 작금의 직장 생활에 적용한다면 그들의 모습은 아래와 같이 될 것이다.   


표도르: 돈 많은 악덕 사장. 수크루지와 같은 수전노로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직원들에게 적게 주려고 한다.

 

드미트리: 일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술과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 욕망에 충실한 존재이다. 결국 돈과 여자 문제로 사장과 부딪히게 되고 사장을 죽이고 싶은 마음을 품는다. 동료들에게 언젠가는 사장을 죽이겠다고 말한다.  


이반: 유명 대학 석박사 출신, 교양과 지식을 갖춘 인재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지만 결국 회사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면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 그리고 다시 회사가 좋아지고 잘 나가게 되자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알료사: 한 기업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청년. 고통을 분담하고 어려움을 같이 짊어지고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개인의 일이 아나라 조직 내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존재이다. 항상 동료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스메르자코프: 사장의 사생아로 사장의 운전기사로 일한다. 똑똑한 이반을 좋아하고, 그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신은 없고, 모든 것은 허용된다.’는 이반의 생각에 영향을 받아 평소에 자신에게 폭언을 퍼붓고 인간 취급하지 않는 사장(표도르)를 결국 죽이게 된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이다. 선배나 후배로부터 배우거나 들은 것을 통해 개개인이 만들어진다. 개인과 개인을 통해서 지식과 생각이 전해지며 조직이 만들어진다. 결국 조직은 알료사와 같이 묵묵하게 일하며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한 명의 희생은 더 큰 열매를 맺게 되고, 희생하는 사람이 더욱 더 늘어날수록 그 조직에는 더욱 많은 열매가 맺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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