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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Ha Mar 10. 2021

사람을 보는 눈

누군가를 추천한다는 것

"누구누구는 어때?", "이 자리에 누가 좋을까?"


직장 생활하면서 한 번쯤은 들어볼 만한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서 쉽게 대답한다면, 자기 자신을 크나큰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누군가를 평가하고 추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시험대에 올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눈 (출처: 픽사 베이)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조언해 주는 상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오늘 나의 상사가 나를 불러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당신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이 있다. 사슬이 연결되어 있는데 아주 약한 부분이 있어 끊어질 수 있을 것도 같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을 추천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전에 그분이 나를 신뢰해서 팀장 자리에 누구를 앉히는 게 좋을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팀장의 차석인 부장을 추천했다. 그 말을 들은 상사는 황당하는 표정을 지으며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났다. 그제야 비로소 하시는 말씀이 그때 내가 추천한 사람에 대해서 들었을 때 이해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단순히 팀장 차석이기 때문에 그 부장을 추천했는데, 그 생각 없이 한 말이 나를 위험에 빠트리게 되었다. 내가 추천한 그분은 한없이 착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는 온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일을 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하지만 사람만은 참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나는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추천하기보다는 내가 편하려고 사사로운 이익에 사로잡혀 사람을 추천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두어 차례 김 아무개가 일을 잘한다고 상사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도 결국 누군가를 잘못 추천하는 바람에 낙인이 찍혀 업무에서 인정을 못 받는 상황이 되었고, 그로 인해 나에 대한 신뢰는 점점 떨어지게 된 것 같다. 결국 누구를 추천하느냐는 나의 현 위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추천인을 심판대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험대에 올라가서 평가를 받게 된 꼴이 된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죽어라고 일만 열심히 했다. 동료들과 어울리고 회식하는 시간조차도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팀에 누구의 평가가 어떻고, 일은 잘하는지, 사교성은 좋은지, 그런 부분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내 일만 열심히 하고, 자기 계발하고, 가정에 충실한 게 바람직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막상 관리자의 위치에 올라서려고 하니, 실무는 알지만 사람을 보는 눈이 없다. 내 눈은 너무나 흐릿해 아마도 돋보기 같은 안경을 껴야 될 것 느낌이다. 업무 외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잘 알지 못하고, 남들은 어떻게 하든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누구랑 성향이 잘 맞고 어떤 일을 누구에게 시켜야 할지 잘 모르게 된 것 같다. 당장 몇 명 차출해서 팀을 꾸려라는 지시를 받는다면 여기저기 쫓아가서 남들에게 물어봐야만 알 수 있는 안타까운 처지에 쳐하게 되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흡연장에 옹기종기 모여 늘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거기서 남자들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누군가는 듣고, 누군가는 전달을 하게 된다. 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회사 마치면 맨날 모여서 하는 말이 동료나 상사의 이야기 일 것이다. 그런 자리에 참석해서 귀동냥을 했다면 직장 동료에 대해서,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게 되었을 것이다. 난 담배도 술도 안 하니 그런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일이라도 남들보다 조금 더 했으니 거기에 대한 평가는 높게 받았다.


요리를 잘하려면 레시피도 알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다. 재료가 있어야 요리도 할 수 있고, 재료가 좋아야 맛도 좋다. 감자씨를 심으면 감자가 자라는 것처럼 요리도 좋은 재료를 넣어야 좋은 음식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남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하고 추천을 하려면, 평소에 남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다른 사람에게 타인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회사에서 사람 좋다는 말을 듣는 것이 가장 나쁘다고 한다. 일은 설렁설렁하고 인성만 좋은 사람이 회사에 있다면 그건 회사에 큰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사람이 좋다는 평가를 한다면 그건 자신이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업무로써 평가를 받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사람이 좋다는 것 외에는 달리 평가할만한 장점이 없는 것이다. 사람의 인성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둘 이상이 모이면 조직이 되고, 어떤 조직이든 목표가 있다. 누군가를 추천한다는 것은 인성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다. 비록 그 사람이 나와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입이 거칠더라도, 그 사람이 나와 절친이더라도.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해야 한다.


사람을 보는 눈을 키우자. 내 눈이 밝지 않다면, 안경이라도 써야 한다. 그 안경은 평소에 남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남들을 관찰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것만이 나의 사람을 보는 시력을 보정할 수 있는 안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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