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JUBE Apr 15. 2023

해야할 일들을 미루는 이유

Maybe 높은 불안 & 게으른 완벽주의



내가 게으른 이유


1. 높은 불안

2. 게으른 완벽주의




6살 때 삼성서울병원에 8개월간 병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어린이 병동에서의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있진 않지만, 옆 침대 언니가 백혈병 치료를 받고 있었다. 옆 침대 언니의 친언니는 종이접기를 잘해서 나에게도 친절하게 접는 법을 알려주곤 했다. 자식이 아프다는 교집합으로 부모님 간에 교류도 많았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내가 퇴원하고 언니네 부모님이 언니가 읽던 책들을 집으로 보내주시기도 하셨다. 내가 다 나아서 더 이상 병원 생활을 안 해도 된다는 설렘에 병원에서 알고 지냈던 언니는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시간이 지나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어느 날 언니와 이모는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해서 엄마한테 물어보니 언니는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했다. 지루하고 삭막했던 병원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언니의 죽음은 어린 나에게도 큰 슬픔을 주었다. 그땐 그게 무슨 감정인지 몰랐는데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언니를 더 이상 못 본다는 사실이 막연히 슬펐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병동 경험은 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고 정말 불공평 한 곳이란 생각을 나에게 심어주었다. 열심히 즐기고 재밌게 살아갈 생각보다 어린 녀석이 꽤나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봤달까. 지금 생각하면 뭘 알았을까 싶지만 어린 시절부터 조금의 무기력감과 우울감은 함께 했던 것 같다. 복합적인 이유였겠지만 언제 병원에 또 갈지 모른다는 생각은 나를 '불안'이 높은 아이로 만들었다. 이상적인 삶과 현실과의 괴리감에서 불안은 계속 증폭 되었고 불안을 감소 시키는 방법으로 현실 회피와 현실 부정을 택했던 것 같다. 실제로 디지털 중독의 큰 원인이 우울과 불안이다. 


해결되지 못한 불안은 열등감, 대인관계에서 위축된 모습, 자신감 부족, 미 성숙한 사회적 상호작용, 정서 억제 및 정서 회피, 관계 회피, 자신과 타인에 대한 불신을 가져다 준다 (김지원, 2019)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가는 분야를 깊이 파는 아이는 아니었다. 병원에 있는 시간 동안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될 거란 꿈을 꾸는 사람도 있지만, 낫기만 한다면 병원에 있어서 못 논 시간만큼 열심히 놀거라 다짐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내가 오랫동안 아파서 그랬을까.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건 최대한 다 시켜주려고 노력하셨었고 갖고 싶은 것들도 그 시기엔 쉽게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뭐든 쉽게 할 수 있고 가질 수 있단 이야긴 쉽게 놓아버릴 수 있단 이야기도 된다. 학원을 2주만 다니고 그만둔다 해도 한 달만 다니고 친구가 다니는 다른 수학학원으로 옮긴다 해도 다 허락해 주셨다. 또 내가 아팠다는 사실조차 잊고 건강하게 지낼 땐 부모님의 맞벌이로 학원을 결정하는 것도 그만 다니는 것도 어린 나의 선택이 되었다.


 성실은 타고나는 것인지 배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타고나지도 배우지도 못했다. 지금이라도 배우고 나아지면 되는 거지. 하지만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남들보다 뒤처졌으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효율적으로! 하는 생각들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가 두려워 시작조차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완벽한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두고 그저 노력하는 행위 자체를 칭찬해줘야 한다. 


  몇 년 전에도 브런치를 시작한 적이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다른 분들에 비해 퀄리티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언젠간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을 써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이 실력으론 터무니도  없다'라는 생각이 든 순간 재밌던 글 쓰기가 부담과 일로 느껴졌다. 나로 표현하는 수단이었던 글쓰기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 글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포커스가 맞춰졌던 것이다.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안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편한 방법이기에 결국 브런치도 그만하게 되었다. 만약 3년 전 시작했던 브런치를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는다. 내가 많은 일들을 그만하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그 일을 잘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다. 정말 잘하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할까 봐... 내가 노력했음에도 이뤄내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이 사실은 두려웠던 것 같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두서없는 이야기 같고 세상에 발행되어야 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 '누가 이 글을 읽을까?' '이런 두서없는 글을 인터넷이란 공간에 발행해도 되는 건가?' 하는 의구심 대신 우선 하고 보는 대담함이 나에겐 필요하다. 잘하려는 부담감 대신 과정을 즐겨보자.





전문가가 말하는 사람들이 미루는 이유


ADHD, 우울증, 불안장애, 낮은 자존감, 완벽주의와 같은 심리적인 문제가 미루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첫째로  ADHD 환자의 경우 자주 작은 실수를 저지르고, 하던 일에 집중하지 못하며,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기한을 맞추는 일을 어려워한다.  유혹이나 산만함에 대한 저항력이 낮은 탓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과업 자체에 지루함과 싫증을 느껴 회피하려는 경향이 크다. 


둘째로 우울증 환자의 경우 시작할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이다. 


셋째로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다. 불안 장애를 겪는 사람은 안전, 돈, 외모, 대인관계, 남의 판단과 시선 등의 공포와 걱정,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과 생각을 의심하며 실패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넷째로 자존감과 자신감이 낮은 사람들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에 집중하고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지 못하며,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 낮은 자존감과 자신감은 우리에게 다가온 많은 기회들을 제한한다. 성장의 기회를 포기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미루기도 한다.  


다섯째로 완벽주의 자들 애가. 그들은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유난히 높은 기준을 세운다. 그리고 그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좌절하기 쉽다. 또한 높은 기준에 도달하는 일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by 헤이든 핀치





꾸겨진 인생 다시펴기 Point


1. 남들과 비교 그만하기

2. 늦은 걸 인정하고 어제의 나보다 만큼만 열심히 하기

3. 잘하려는 부담감 내려놓기

4.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그냥 해보기 (2년 이상)

5. 집에만 있지 않기

6. 전문가와 상담 받고 정확한 내 상태 알기












매거진의 이전글 1년 이상 지속 가능한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