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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JUBE Aug 05. 2023

ADHD는 예약날짜를 까먹어서 방문을 못 해요.



병원예약도 까먹고 못 가는데, 무언갈 해낼 수 있을까요?





처음 정신의학과를 방문했을 때,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ADHD는 다양한 검사로 진단을 하지만, 환자가 계속 예약시간에 늦거나 예약을 반복해서 변경하고 까먹으면 '아 이 환자는 ADHD가 확실하구나' 속으로 생각하신다고.. 큰맘 먹고 방문했던 병원에서 ADHD인 것 같다는 진단 아닌 진단을 받고 다음 방문일에 약을 처방해 주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병원 첫 방문으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도 두 번째 상담을 가지 못 한 상태이다. 하하하하하. 이 정도면 정식으로 진단받지 않았어도 스스로 ADHD인 거 알고도 남겠어요.. 병원을 꾸준히 가는 것조차 힘든 내가 무언갈 꾸준히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려도 너무 자주 잃어버리고, 약속시간에 빈번히 늦곤 해서 친구들에게 신뢰를 잃고, 마음먹은 것을 해내기까지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쉽게 시작조차 못한다. 천안에서 서울로 이사를 오고 다시 새롭게 정신의학과를 방문해야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약 4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마음먹기까지 4개월' 그렇다면 방문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진 모르겠다.  약을 먹고 해야 할 일들을 수월하게 해내는 내 모습이 상상조차 안되지만 간절히 바란다. 무언갈 꾸준히 해낼 힘이 내 안에도 있길.



브런치에도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이 올해 초 목표들 중 하나였는데, 약 4개월 만에 글을 쓴다. '꾸준히'라는 것은 주관적인 거 아닌가??? 약 4개월마다 글을 올린다면 그건 꾸준한 행위이지 않을까...라는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나는 어떤 일이든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을 때 편안하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블로그는 나의 메모장과도 같아서 '아 배고파' '아 심심해'와 같은 뻘글도 올릴 수 있다 보니, 오히려 쓰고 싶은 글들도 편안하게 자주 쓰게 된다. 브런치는 뭔가 블로그보단 조금 더 각 잡힌 글을 완성도 있게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도 모르게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그냥 블라블라... 편안하게 마구 써 내려가 봐야지. (이러고 5개월 후에 글 쓰는 거 아닌가 몰라)





이 매거진 이름을 정말 찰떡으로 지은 것 같다 '구겨진 인생 다시 펴기'.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찌 보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되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는 말이니까. 남들보단 더디더라도 말이죠. 고로, 어떤 뻘글을 쓰더라도! 나의 인생을 위해 노력하는 나의 사랑스러운 모습이라는 점!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무언가라도 해보는 이 마음가짐이 대단한 거야. 






위 글에서 꼭 해야 할 일에 첫 번째로  '일주일에 두 편의상 브런치에 글쓰기'라고 적었었다. 너무나 큰 포부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꿈도 크다 과거의 나 자신..)



거대한 목표를 정하고 이루지 못해 절망하기보단.. 눈앞에 닥친 일을 해내는 게 아직까진 익숙합니다.. 그래도 '글' '감정표현'이란 행위는 놓치지 말고 해야겠습니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정신의학과를 방문하고 어떤 심정으로 내 인생을 '꾸겨진 인생'이라고 정의했었는지 오랜만에 브런치에 다시 들어오니 떠오른다. 4개월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지났는데 다행히도 힘들어하던 시기의 내 마음보단 많이 단단해졌다. 저때의 혼자 힘들어하고 있는 나를 떠올리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왕창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다. 언젠가 괜찮아지는 시기가 온다는 거 과거의 나도 믿지 않았지만, 오더라.



  물론 나도 또 힘들어하고 무기력해지겠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남들보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할 순 있겠지.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결론

ADHD를 진단받고도, 병원 방문일을 까먹어서 상담을 못 받음. 그 이후로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남.. 과연 나는 좋아질 수 있을 것인가... 다행인 점은 약을 먹지 않고도, 우울하게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던 올해 초와는 다르게 사람들도 만나고 침대 밖으로도 자주 나오고 있다는 점. (물론 해야 할 것들을 제시간에 해내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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