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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빛 Nov 13. 2021

고교학점제, 그게 뭔가요?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르다

 2021년 8월 23일. 2025년 일반계고 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 계획이 발표됐다. 2020년 마이스터고, 2022년 특성화고 학점제 도입에 이어 2023년 일반계고 고1(현 중2)부터 고교학점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총 이수학점 192학점으로 적정화하며 최소 학업성취수준의 보장 지도를 실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고교학점제는 고교교육 혁신을 위한 과제이다. 학생의 적성·진로·수준을 고려한 학생 중심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여 학생의 창의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지만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1.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


 학생이 직접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하는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하며 이 학점이 누적되어 3년간 총 이수 학점 192학점이 되면 졸업하는 방식이다. 대학교의 학점이수 제도와 상당히 유사하다. 여기서 1학점은 50분짜리 수업을 16번 들으면 인정된다.


 진학하고 싶은 학과가 이공계열이라고 해서 과학, 수학 과목의 학점만 이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꼭 들어야 하는 필수 공통과목이 있는데,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등이다. 이 외에 실용 수학, 여행지리, 스포츠 생활, 영미 문학 읽기, 고전 읽기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과목이 있으며 동아리, 자율활동 등 창의적 체험활동도 이수 학점에 포함된다. 


 선택과목은 일반선택, 융합선택, 진로선택으로 나뉜다. 일반선택은 교과별 학문 내의 분화된 주요 학습 내용 이해 및 탐구를 위한 과목이고 융합선택은 교과 내, 교과 간 주제 융합 과목, 실생활 체험 및 응용을 위한 과목이며 진로선택은 교과별 심화학습(일반선택과목) 및 진로 관련 과목이다.


2. 기존 교육과정 운영 방식과의 차이점


 학생별로 시간표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적성, 진로 등에 맞게 과목을 선택할 경우 각자 수강 신청한 수업에 참여해야한다는 점 역시 대학교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우리 반', '학급 친구'의 개념은 점점 희미해질 전망이다. 담임 교사의 역할도 제도에 맞게 수정돈다. 담임 교사의 주요 업무인 학습관리, 진로상담에서 수강신청 길잡이 역할이 추가될 예정이다.


 학교 별로 운영 방식이 상이하지만 보통 같은 학급의 친구들은 공통과목을 함께 듣고 선택과목의 경우 해당 과목을 선택한 친구들끼리 별도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공동교육과정, 소인수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를 하지 않는 학교에서 다수 실시하고 있는 교육과정 프로그램인데, 학생 본인이 원하는 수업이 재학 중인 학교에 개설되지 않았을 경우 인근 다른 학교에 가서 해당 수업을 수강하고 성적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더욱 활발하게 운영될 전망이다. 


3. 평가 방식의 변화


 학생의 적성, 흥미, 진로에 따라 수업을 선택할 경우 필연적으로 다수의 학생이 몰리는 과목과 적은 수의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으로 갈리게 된다. 다수의 학생이 선택한 과목은 상대평가 9등급 제도를 유지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소수의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은 9등급으로 성적을 가르기 곤란해진다.


 따라서 모든 학생이 수강하는 공통 과목은 기존 방식대로 상대평가 9등급 제도를 유지하고 선택과목은 A~E절대평가, 또는 A~C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취평가를 적용한다. 평가제도로 인한 과목 선택 왜곡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단, 학업성취 40%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미이수 처리 되므로 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수강생은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다음 학기에 해당 수업을 재수강하는 재이수 방식은 아직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2022년에는 수업 일수만 채우면 과목 이수를 인정하는 단위제(204 단위)를 유지한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192학점 이수를 기준으로 하는 '단계적 학점제'를 실시하는데 최소 학업 성취 수준을 정해놓고 미이수를 하지 않도록 보충과정을 운영하며 고교학점제가 모든 고등학교에 적용되는 2025년에는 전 과목에 대해 학업 성취 40% 미만은 미이수 처리를 실시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4. 대입 제도의 변화 여부


 2028학년도부터 새롭게 개편되므로 2027학년도까지는 기존의 대입 제도가 유지된다. 2028학년도 대입을 치르는 학년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다. 2028학년도 대입 제도는 2024년에 발표된다. 

  

5.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초읽기


 2022년에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선도학교가 전체 고등학교 중 80%로 확대된다. 100% 고교학점제 연구, 선도학교가 되는 지역도 있으니 전면 시행의 직전 단계에 들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점차 비율을 늘려 2023년에는 전체 고등학교의 95%가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게 되며 2024년에는 전국 모든 고등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 선도학교가 된다. 2025년에는 모든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5. 학교에서 대비해야할 점


 먼저 다양한 교과목 개설, 소인수 과목 개설로 인한 교사 수급이 절실하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는 연합교육과정 개설 및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다. 학생 선택에 따른 과목 개설에 따라 매년 교원 인사이동 발생에 따른 혼란이 야기될 것이며 방과 후, 야간, 주말, 계절제, 사이버 수업 시간 활용에 따른 인력 확보와 수당 문제 또한 우려된다. 방과 후, 야간, 주말, 계절제, 사이버 수업 시간 활용에 따른 교사의 피로도 누적 문제 등 교사 수업 및 업무 부담 가중될 수 있다.


 다음으로 학생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과 선택 및 계열 상담 관련 교사의 역량 부족 또한 우려되므로 관련 프로그램, 연수 활성화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학생별 맞춤 지도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능 위주 과목 선택 등 선택 과목의 편중으로 다양한 과목 선택과 진로 계획에 따른 학생별 맞춤형 지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학생별 희망 과목이 상이하므로 학생 시간표 작성 및 학급 편성의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교과 교실, 공강 시간 활용 및 학생을 위한 편의를 위한 홈베이스 공간, 온라인 강좌 수강 공간 및 시설 등 환경 구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학습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다. 시설 구축에 그치는 것이 아닌 교과 교실, 유휴 교실 등 학교 시설 관련 전문가의 현장 방문 및 점검을 활성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교학점제는 중학교의 협조가 선행되지 않으면 제대로 이행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고등학교 입학 전 학생들은 당장 본인의 진로를 정하고 그에 맞게 시간표를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고교학점제에 익숙한 상태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중학교와 연계하여 진로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중학교에서부터 학업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진로 탐색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여 고등학교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구체적인 방향 및 운영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상 고교학점제의 시행 계획과 현황,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알아보았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취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분명 대한민국 교육계에 전례 없는 혁신이다. '진로와 적성에 따른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제도 도입의 목적이 달성된다면 학생을 위한 교육이라는 최상의 청사진을 꾸릴 수 있다. 


 하지만 시행 도중 어느 지점에서 삐걱거릴지는 미지수이다. 마이스터고, 특성화고에서 먼저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계고에 전면 도입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여 학생, 학부모, 교사 나아가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공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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