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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정 Mar 20. 2023

진짜로 미국 석사가 됐다고요?

29살, 4년 차 직장인이 겪은 수험생활

“저는 4~5년 뒤에 미국 대학원에 가서 UX를 심도 있게 공부할 계획입니다.”


2020년, 현재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 밝힌 포부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번번이 내 미래계획을 이야기했더랬다. 지금에 와서 다수의 지인들이 말하기를, 내가 말만 하다 그만둘 줄 알았다고 한다. 정작 나는 회사 입사 4개월 차부터 월급의 대다수를 저축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당시에 어떠한 금융 지식 없이 은행에 방문해 목표 금액과 기간을 말한 뒤, 자산 포트폴리오 조언을 구했다. 사회 초년생 고객이 오랜만이라며 은행원은 최대한 많이 도와주려 했다. 그렇게 대학생때와 다름없는 소비를 하던 와중, 돈이 어느 정도 모이자 2022년 3월 행동에 나섰다. 우선, 주변에 유학 간 선배 하나 없던지라 강남에 있는 유학원들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무작정 토플 중급 종합반 수업도 결제했다. 당시 코로나가 심해 회사에서 재택 업무를 2달간 시행했는데, 통근시간이 없어져 토플 현강수업을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맨날 이렇게 다짐했다.


토플 끝나고 포트폴리오 열심히 만져야지.
토플 공부만 끝나고 여행 가자.
토플 끝나면 술 먹자!



토플로 시작해 토플로 마감하다

1년간 공부했던 연습장, 단어노트

기존에 열심히 하던 커뮤니티, 모임, 친구들과의 만남 모두 자제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3시간 동안 공부하고, 출퇴근길 지하철에선 보카 단어를 외웠다. 회사 점심시간엔 식사 시간을 줄여 writing 템플릿을 외우거나 에세이 쓰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3달로 예상했던 영어 공부 기간은 9달을 넘겨서야 끝났다. 중간에 코로나도 걸리고, 면역력이 약해져 아팠고, 포트폴리오, 추천서, sop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여행이나 휴식을 위해 사용했던 연차는 토플 공부 또는 토플 시험을 보는데 쓰였다. 결국 연말에는 매주 토플 시험을 봤는데, 오전 반차를 쓰고 아침에 토플 시험을 본 후 출근하는 상황도 빈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플 고득점인 106점 (spk 26점)을 원하는 학교 기준을 마감 직전까지 맞출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고려하지도 않던 학교 두 곳을 충동적으로 지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학교들은 떨어졌다.) 그러다 듀오링고로 토플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주뿐이었다. 온갖 불안함을 가지고 14일간 공부한 결과, 23년 1월 첫째 주에 기적적으로 모든 학교의 커트라인 점수를 맞췄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기뻐할새 없이 바로 학교 원서를 제출했고, 이후 결과는 운에 맡기기로 했다. 중간에 인터뷰를 본 학교도 있었고, 합격일이 다가올 때는 새벽에 수시로 눈을 떠 이메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2월 말~3월 초에 대망의 결과가 나왔다. 지원했던 7개 학교 중 총 3곳의 학교에 합격했다.


SVA-M.F.A. in Interaction Design (IxD)

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Master of Design (MDes)

Pratt-M.S. in Information Experience Design (IXD)


가장 가고 싶던 UW의 HCDE는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하지만 2~3순위의 학교들이 합격하게 되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싶어 얼떨떨했다. 골라서 갈 수 있다니! 그동안 해왔던 모든 노력들이 보상이 되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험기간에도 감동은 받아요

3주 동안 회사 대표님과 이사님께 추천서를 부탁드리기까지 극심한 고민을 했다. 입사 면접부터 유학 포부를 밝혔다곤 하지만 사실상 회사를 나간다는 소리와도 똑같았으니까. 스트레스를 받아 배가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것은 기우였다. 눈을 꼭 감고 조심스럽게 두 분께 말씀드렸는데, 너무나 흔쾌히 추천서를 써주셨다. 말씀드리자마자 곧바로 "나로 돼? 당연히 해줘야지."라는 대표님의 말과 "학교 특성은 어때요? 거기에 맞춰 추천서 써줄게요. 자소서에는 어떤 컨셉으로 잡았어요?"라고 묻는 이사님의 말은 내겐 평생을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



앞으로..

힘겨웠던 20살 재수 생활 이후 다시는 수험 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이번에 유학 준비를 하며 깨부숴졌다. 지난 1년간 수험생의 삶은 브런치, 유튜브, 많은 네트워크 등 수많은 것들의 시간을 멈추게 했다. 글도 오랜만에 써서 어색하다. 이제는 길었던 동면을 다시 깰 시간이 다가왔고 다시 자기 계발을 해나가야겠다. 어째 유학준비 기간을 말하는데 90%가 토플을 말하다 끝나는 것 같지만 이번 1년간 고생한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제는 새로운 도전이 내게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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