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 나이 저하군. 만 27세로서 받아들여야 할 조기폐경의 미래
- 현재와 미래의 나를 위해서, 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 상황을 맞닥뜨리게 돼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누군가를 위해 적는 글 -
전혀 예상치도 못한 영역에서 시작됐다.
건강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2년/4년/n 년에 한 번씩은 받는 그것.
평범한 국민건강검진을 받았더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검진 내역에 들어가지 않았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운 좋게도 신랑의 회사에서 지원하는 복지를 함께 누릴 자격을 얻게 되어 받은 종합건강검진에서 발견한 어떤 수치로 인해...
-
항 뮐러관 호르몬 검사 = AMH검사 = 더 쉽게는 난소 나이 검사(통칭)
흔히 amh로 불리는 이 수치의 측정 검사는 난자를 배출해내는 난소가 그 기능을 얼마나 제대로 해 낼 수 있는지 능력치를 확인해 보는 검사이다. 난소의 난자 배출(생성)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다면, 필연적으로 amh수치도 낮아진다.
난소 나이 검사에서의 정상적인 기댓값은 (평균값으로)
20대 : 4~5
30대 : 2~3
40대 : 1~2
5 이상은 다낭성일 확률이 높고, 2 이하는 난소 기능 저하로 판단된다.
2 이하의 수치로 내려가면 자연임신이 될 확률이 많이 낮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인공수정/시험관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진다.
일단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초지식에 따르자면..
난소는 한 달에 1개의 난자를 '배출'한다. 이 난자가 정자를 기다리다가 가임 기한이 지나 포궁 벽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생리.
그런데 이때, 난소는 한 달에 1개의 난자를 매번 '생성'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몸은 태아시기부터 난모세포를 지니게 되는데 태어난 직후의 여성의 몸에 있던 수백만 개의 난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고 몸이 더 성장하여 생리가 시작되고 나면 한 달에 하나씩 난소 밖으로,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범하고 일반적인 기준에서) 더 어리고, 더 건강한 여성의 난소에서 앞으로 배출될 예비 난자들이 더 많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다시 돌아가서, 그래서 난소 나이 검사의 의미와 목적은?
사람들이 난소'나이'라고 별명 붙인 이유가 있다.
난소 나이가 젊을수록 난자 예비력이 좋고, 난소 나이가 많을수록 난자 예비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나의 담당의께서 쉽게 설명하시기를,
난소 나이가 젊은 여성도 난소 나이가 많은 여성도 자연적으로는 한 달에 한 개의 난자를 동일하게 배출한다.
이때 의학적/약물적 보조를 받게 된다면, 난소 나이가 젊어서 예비력이 좋은 사람들은 배란기가 다가오면 한 번에 10~20개까지의 난자를 배출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예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1~2,3개 정도만이 겨우 배출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늙은 난소 나이 수치(=난소 기능 저하)를 받게 되었다면, 나에게는 남은 인생 동안 매 달 배출될 남은 예비 난자가 많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말은 또한 조기폐경이 올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임신이 어려워(혹은 불가능..) 질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임신은 자연, 인공수정, 시험관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난소 나이가 많으면(amh수치가 저하되어 있으면) 나는 임신을 할 수 없는가?
아니다. 임신할 수 있다.
난소 나이가 많다는 것은 앞으로 배출할 난자의 수가 적다는 것은 맞지만
그 난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필연적으로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의 담당의께서 또 설명하시기를,
이른 나이에 난소 기능이 저하되는 원인은 약 33.3%는 유전, 약 33.3%는 생활습관 및 스트레스, 약 33.3%는 불명이며,
난소 기능 수치가 저하되어도 신체/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임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전적 이상을 제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한다면 단 하나일지언정 양질의 난자를 배출해 낼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건강한 우리의 난자는 정자를 만나, 아기천사가 되어 우리를 만나러 올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난소 기능 저하로 진단받은 누군가는 다른 부차적인 임신 관련 호르몬 등 '임신력 검사'에서 또한 비관적인 수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관적인 수치들이 절대, 결코 난소 기능과 필연적으로 묶여서 저하되는 것이지는 않다.
실례로, 나의 경우에는 amh수치가 0.13으로 폐경 직전으로 보는 등 심각하게 낮은 수치를 받았지만, fsh수치는 8.7로 정상치였다.
fsh는 뇌에서 분비되는 난포자극 호르몬의 줄임말인데 난소 안의 예비 난자들이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잘 배출될 수 있도록 촉진시키고 돕는 역할을 한다.
이 fsh 수치는 생리가 시작되고 2,3일째에 채취한 혈액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10 미만 정상
25 이상 난임
40 이상 폐경으로 진단된다고 한다.
검사일을 기준으로 나의 생물학적 나이는 만 27세 9개월. 아직 한참 난소 기능이 활발해야 할 나이..내가 받은 0.13의 수치는 가임기 여성 하위 2.5%밖에 되지 않는 아주 비참하기 그지없는 결괏값이다.
40대 후반 이상의 여성들의 난소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정말 최악으로는 당장 다음 달에도 생리가 끊어져도 할 말이 없다는 그런 상황.
그리고 이제 내 인생은 달라져야만 한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이 모든 일은 어떤 섭리로 보아야 할까? 도무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저.. 신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우리는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주제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아직까지도 너무나 달콤한 신혼의 이야기에 임신과 육아라는 현실적인 주제를 섞어 넣고 싶지 않았고, 현실적으로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양가 부모님 또한 아이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으셨거니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으나 육아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지인들도 없었다.
관심도 지식도 없이, 내 세상과는 상관이 없을 거라 여겼던 아니 전혀 신경쓰지조차 않았던 이 무겁고도 무거운..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이 주제. 우리가 난임부부에 해당하게 될거라는 사실을 우리가 어찌 예상할 수 있었을까?..
정말로. 나는.. 담배는 피워본 적도 없고, 술을 자주 마시지도 않았다. 크게 아팠던 적이 있지도 않고, 사고를 당해본 기억도 없다. 단언컨대 내 몸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감히 전혀, 일생껏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내가 임신이 어려운 몸을 가졌다는 것을.
우리에게는..
우리 부부에게는
육아를 ‘선택할 것인가’, ‘선택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선택지가 있었다. 과거에는.
우리에게 이제는..
내가 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의 불가항력적 답만이 남아있다.
우리에게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다.
통계적으로 대한민국의 가임기 부부 10쌍 중 2쌍이 어떠한 이유로 인해 난임/불임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난임부부들의 대다수는 아이를 갖기 위해 온갖 방법과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연이어 최저치를 갱신 중인 대한민국의 출산율과는 참으로 상반된 소수의 세상.
그 어떤 말로도 제대로 담기 어려울 아기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우리 난임부부들은 '터널'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어둡고 좁은 터널..
오늘도 모든 난임 부부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길고 긴 터널을 걸어가고 있다. 묵묵히..
남편의 손을 잡는다. 함께 걷기 시작한다. 내 앞으로 난 단 한 갈래의 터널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이 터널의 끝에 다다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알 수 없다.
그렇게, 내 인생은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