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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쥬 May 25. 2019

난임 병원 첫 방문.

난임부부 타이틀 달기의 시작. 난임 병원 첫 방문기.

- 현재와 미래의 나를 위해서, 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 상황을 맞닥뜨리게 돼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누군가를 위해 적는 글 -  



참으로 우울한 결과지를 받아 들고, 고민이 시작됐다.

(그리고 우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닥쳐올 폭풍과도 같은 현실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서막”)


무엇부터 해야 하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차분하게 정리를 해 보았다.


1. 내(아내) 상태에 대한 최종의 자의적 판단 > '난임'

2. 산부인과 vs 난임 병원 중 선택 > '난임 병원'

3. 예약 and 방문 > 'GO!'


검색을 해보니.. 집 근처에 유명한 것으로 추측되는 두 군데의 난임 병원이 있었다.

사랑아이여성의원, 마리아플러스 (두 곳 다 송파구 내 소재)

둘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어디로 가든지 일단 시작이 중요하다 싶어서 당장 다음날 오전 예약이 인터넷으로도 가능했던 사랑아이를 선택했다.


난임 병원 진료예약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마주할수록 더 커지고 무거워지는 무언가가 나를 짓누르는 느낌..

당시 관련 지식이 무에 가까운 우리로서는 모든 결정 요소 하나하나가 다 낯설고 두려웠다.


검색을 시작했다. 20대, 난소저하, 여성난임, 난임부부, 임신률, 유산율, 출산율, 인공수정, 시험관, 비용, 국가지원, 영양제, 한의학, 식품영양학... 등등

인터넷 난임 카페를 가입하고, 난임 정보를 다양하게 기록해 둔 감사한 누군가의 블로그를 이웃 추가했다.

모바일 장바구니는 어느새 우리가 복용하게 될지도 모를 수 가지의 영양제로 가득 찼다.

장보기 목록에는 임신과 여성 및 남성의 성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과일과 식재료들이 기록됐다.


난임 병원을 첫 방문하기 전날 밤을 떠올려보면... 늦은 새벽까지 차마 잠을 이루지 못하고 휴대폰으로 이것저것을 검색하고 있는 내가 있다.



-


사랑아이 여성의원을 ‘혼자서, 처음’ 방문했다. 담당의는 박주희 원장님.

첫 내원 상담. 제일 낯설고 어려울 시기.

믿음직스러운 차분함에, 밝은 미소로 맞이해 주시는 첫인상이 참 좋았다. 긴장이 사르르 풀렸다.


준비해 간 결과지를 박선생님께 보여드리니 자못 놀라시며 생리주기를 물어보셨다. 나의 생리주기는 모바일로 기록을 시작한 2014년 이래 20~25일 사이로 늘 짧았다. 청소년기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20살이 넘어서며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한 것 같다. 14일 주기도 있었고, 딱 한두 번 28, 30일 주기도 있었다. 어쨌든 평균적으로는 24~25일쯤.


나는 공교롭게도 생식기가 늘 약한 편이었다.

돌이켜보니.. 성인이 되고 첫남자친구를 사귄 이후, 일 년에 꼭 2번 이상은 산부인과에 갈 일이 생겼었다. 내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대충 지냈던 것도 아니고, 성지식에 무지했던 것도 아닌데 요상하게도 그리 되곤 했다. 그래도 나름은 매 번 새로운 산부인과를 들릴 때마다 최근의 상태와 생리주기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러면 선생님들께서는 1~2주간의 내원 치료 진단을 해주셨다. 별다른 말씀은 없었다. 포궁을 검사해봐야 한다던가, 나팔관이 어떻다던가, 이런 검사를 추천한다던가... 늘 그러한 과정의 반복이었으니 나 또한 추가적인 고민 없이 지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박선생님께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말씀을 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리주기가 짧아지기 시작했을 때 - 계속 짧은 것이 유지되는 기간에 왜 포궁이라던가, 난소라던가 부위의 검사를 받아보지 않았으냐고.

네?..

생리주기가 짧아지는 것은 난소 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고 한다.

난소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과 난자 배출 기간이 짧아지는 것이 어느 정도 유의미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내가 내가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었을까?..


지금보다도 더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 20대 초반의 내가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도 별다른 진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걱정하며 몇 십만 원의 돈을 들여 추가적인 검사를 했었어야만 하는 걸까? 만약 그랬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1년만이라도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니 1년 전의 나의 난소 기능은 얼마나 지금보다 더 괜찮았을까? 확실히 지금보단 나았을까? 현재의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결혼을 조금 더 일찍 했을까? 결혼을 하기가 어려웠더라면 난자를 냉동시켰을까? 꼬리에 꼬리를 잇는 자책.


나에 대한 원망이 - 또 그간 만난 산부인과 선생님들에 대한 괜한 원망이 피어올랐다. 나에 대해 무관심했던 했던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나 하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그 어떤 지나간 것에 대한 생각도 - 모든 것은 '소용없음' 일 뿐..  소용이 없는 일이다. 단 0.1% 도. 더 이상은 소용이 없는 일이다.


박선생님의 또다른 질문. 부인과 질병을 앓은 적이 있는가? 외가 쪽으로 조기폐경 관련 사례가 있는가? 내 경우, 둘 다 없다.

이어지는 혈액검사. 피검으로 fsh 수치와 유전학적 검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fsh는 난포를 자극해 난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만드는 뇌 분비 호르몬이고, 유전검사는 유전적으로 난소기능 저하와 관련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라 한다.


상담의 마지막..

긴장을 풀어주고 싶으셨던 것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박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10년 전까지만 해도 20대 난소기능 저하는 의학사적으로 희귀한 사례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2008년에 28살이 된 여성의 난소기능이 40대 중후반이라고 조사되면 그 여성의 친모, 조모, 고조모 등까지 가족력을 살펴볼 정도로 연구대상으로 여겨지는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에 비해 빨리 난소기능이 저하되어 난임 병원을 찾아오는 젊은 여성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라 하긴 어렵겠지만 유력하게는) 늦어지는 취침시간, 더 커진 사회생활 속 스트레스, 24시간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생활, 식습관 변화 및 유전자 조작 식품 섭취의 증가, 환경호르몬 노출 등..


박선생님께서 당장 집에 가서 플라스틱류 반찬통을 버리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 등은 전원코드를 뽑아버리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이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이겠지? 현재의 절박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또 혹시 모를 찰나의 원인이라도 잘라내자는 의미에 서겠지.


피검 결과를 듣기 위해 다음 예약을 진행하고 집으로 오면서 나는 남편에게 톡을 했다.


"집에 있는 락앤락 다 버리자."




-


* 내원 요약 *

1. 상담 - 생리주기 파악 및 가족력 공유

2. 초음파 - 포궁 및 나팔관 진찰

3. 혈액검사 - fsh수치 및 유전자 검사

4. 조언 - 식품용기 유리/도자기 사용, 전자파 멀리하기, 반드시 10시~11시 취침, 충분한 과일/야채 섭취, 스트레스받지 말기, 금주, 카페인 하루 한 잔 미만, 금연(우리 부부는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적당한 운동

5. 다음 내원 예약 - 남편 성기능 검사, 자궁난관조영=나팔관조영술=HYCOSY


* 진료비 정산 *

                       (급여)                (비급여)

               (본인)     (공단)

진찰료 :  4,707  +  10,983

검사료 : 20,024 + 46,724    /    135300 (혈액검사)

초음파 :                                     50000 (포궁검사)

             24,700 + 57,730        185,300


                                    총액 = 267,730원

                         환자부담액 = 210,000원 (실제 지출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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