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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Jan 21. 2020

마푸개시가 뭐야?

행복이를 임신했을 때였던 것 같다.

자기 전 아기가 계속 구시렁구시렁 무슨 말을 하곤 했는데 말이 제대로 트이지도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런데 아기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특정 음절이 반복되는 것 같아 아기의 말을 녹음해서 계속 들어보곤 했다.

행복이를 낳고 나서도, 그리고 가열차게 엄마표언어치료를 하면서도 특정 음절에 내 귀가 트이곤 했는데 그 중 '마푸개시'라는 말이 자주 들려왔다. 


"꿈이야, 마푸개시가 뭐야?"

"마푸개시는 마푸개시야."

"그니까 마푸개시가 뭐냐고"

"그것도 마푸개시야"

"마푸개시?"

"응, 마푸개시는 마푸야"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기는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마푸개시'라는 말을 하곤 했다. 처음에는 맥시코시로 들렸던 이 말이 점점 진화하여 마푸개시라는 말로 들리는가 하더니 언젠가부터는 '마뿌개시'가 되어서 꿈이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긴 하구나 하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비로소 마푸개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집 하원 후 우리집으로 친구를 불러 놀고 있던 중 귀를 의심할만한 말을 하는 꿈이를 발견했다.


"에이씨!"


근처에 있던 친구 엄마에게 나는 멀리서 내가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하며 말했다.


"언니, 지금 꿈이가 뭐라고 한거야?"

"글쎄, 내가 잘못들은거같아."

"나도 비슷하게 들은 것 같아서, 혹시 에이씨라고 한거야?"

"응, 나도 그렇게 들었어."


깜짝 놀란 나는 저녁상 차리기를 중단하고 꿈이에게 달려왔다.


"꿈이야, 방금 뭐라고 했어?"

"..."

"엄마가 잘못들은것 같아서, 다시 말해볼래?"

"에이씨라고 했어."


우물쭈물 우리 꿈이의 입에서는 다시 한 번 에이씨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꿈이야, 에이씨라니! 에이씨는 나쁜 말이야. 그런말을 도대체 어디서 배웠어!"

"이모!"

"이모? 10층 이모?(10층이모는 10층에 살고 있는 꿈이의 친 이모이다.)"

"아니, 이모!"


꿈이는 손가락으

"옆에 있는 친구 엄마를 가리켰다. 순간 우리 둘은 눈이마주친 채 빵 터지고 말았다.


"꿈이야, 이모가 언제 에이씨라고 했어!"


그 언니와 나는 민망함에 웃으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몇 분 후에 언니가 자기도 모르게 에이씨라고 또 한번 말함으로써 확실히 이모한테 배웠음은 드러났다. 어쨌든 꿈이는 이어서 말했다.


"에이씨는 마뿌야?"

"응. 에이씨는 나쁜말이야. 꿈이가 하면 안 되는 말이야."

"아이참이라고 해야해?"

"응. 속상한 일이 있으면 아이참!속상하다.라고 하는거야."

"응. 알겠어. 에이씨는 마뿌개시야"


드디어 알아버렸다. 1년여간 내 주위를 맴돌던 그 단어 마뿌는 '나쁜'이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꿈이야. 마뿌개시는 나쁜뜻이야?"

"응. 마뿌개시야."

"나.쁜.뜻.이.야. 해봐"

"나뿌뜨시야"


꿈이는 요즘 부쩍 발음도 늘고 상황에 맞는 이야기들을 스스로 해 오고 있다. 1년간 엄마가 마뿌를 알아차리지 못해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제 그 답답함이 지겨운지 엄마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으면 한글자씩 떼어 말하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내 목표는 53개월까지 우리 아기의 모든 말을 다른 사람들도 알아듣게 하는것이다. 또 한 번 열심히 달려보자 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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