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대하는 자세
프리로 전향하고 마음이 편했던 달은 한 번도 없었지만 이번 11월은 유독 더 고되고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무엇인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유독 힘들어하는 편인데, 근 2주간 나에게 7가지 가능성들이 주어졌고, 물음표로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1. 큰 기업의 계약건은 아마도 안될 듯하고
2. 고정적인 노동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재택 프리랜서 일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3. 해외 클라이언트와 어떻게 첫 미팅은 성사시켰는데, 2주 후 다시 미팅하자고 하고
4. 올해를 먹고살았던 일은 회사가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고
5. 일주일 두 번 나가는 스타트업은 내년에 급여가 나올지 안 나올지 확신할 수 없고
6. 일주일 한번 나가는 스타트업 하나만이 별 문제가 없다. 그렇다 할 반응이 없을 뿐.....
7. 이런 상황에서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영업을 뛰는 것보다, 이력서와 포폴을 준비하는 방향을 택했다.
프리랜서, 회사 만들기, 취업.
3가지 방향성을 타진하면서 머리가 빠게 지고 감정이 널뛰기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성대로 이끌어나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결정에 나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기분이 좋을 리가 있나.
요즘의 나는 7을 원하고 있지만, 어찌어찌 맞춰서 가는 7은 정말 원하지 않는다.
호기롭게 나온 회사를 다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포지션, 회사의 성장성, 사람, 근무환경, 돈 - 다 중요하다 (ㅠㅠ)
오늘은 면접을 하나 봤는데. 망했다..ㅎㅎ
예상 질문 하나도 안 나오고(왜 난 유튜브를 봤는가...)
너무나 잘 말할 수 있는 것 들도 굉장히 미숙한 제스처들을 남긴 게 너무 신경 쓰인다.
요즘 내 머릿속은 내년에 대한 걱정, 하루하루 잘 쳐냈다로 끝내기 때문에
한 이슈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능력 자체가 더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증거가 이번 면접이 아니었나 싶다.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
불안과 성장에 대한 욕구가 나를 비이성적으로 몰아넣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하나를 결정하고 목표를 세우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는 걸 좋아하지, 여러 가지 보험을 들고 안 다치게 하는 거는 나의 적성에 참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채 했다.(진짜 채 해서 며칠 고생했다)
‘안전한 행복’이라는 건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아빠는 인생은 원래 뜻대로 되는 게 없고 고되다,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고 했다.
원하는 방식대로 원하는 환경에서 원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바라는 건 꿈인 건가.
1-7도 아니고 8을 바라는 건가.
앞으로 일이 주 후면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있겠지.
쉼이 나에게 답을 주려나.
이제는 무엇의 결과던 받아들일 때가 됐다.
소중하다.
2020년 11월 25일의 일기
(부정적인 감정들이 맴돌던 시기에 썼던 부끄러운 이야기들이라 발행을 망설였지만,
이런 시기들을 거쳐서 값진 것들을 얻었기 때문에 용기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