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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브런치 작가

브런치 작가의 꿈

by 김미희건이나비

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황망한 마음이 가득할 때, 우연히 전자책을 써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병원에 계시는 동안 간병하면서 아버님과의 추억을 카페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주었다. 그동안 글을 써 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실행은 못 했었는데 ‘전자책을 만들어두면 남아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었다. 그래서 나온 e book이 ‘아버님 평안하시죠?’였다. 또 사람들이 읽고는 브런치 작가로 도전해 보라고 했다. 초보이다 보니 몇 번 낙방했다. 그러면서도 도전을 한 것은 아마도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있었나 보다. 감사하게도 내 글을 발행하게 되었고 너무 부끄럽지만, 작가로도 불린다.


그런 거 보면 삶이 저절로 굴러갈 때가 많다.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고 나는 지금도 ‘글을 써야 해’ 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처음 1년을 주마다 한편 씩 올리기로 자신과 약속했고 또 그걸 지키고는 지금은 마감 없는 안도감에 흐지부지하고 있다. 속으로는 이것도 써보자, 저것도 써 보자면서 행동엔 못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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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가 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많은 SNS가 있고 플랫폼도 많은데 왜 여기에 고집하지? 아마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내가 쓴 글이 고스란히 저축하듯 차곡차곡 쌓여있고 내 이야기를 맘 편히 풀어놓을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초보 수준이라 나와 가족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끔은 남편이 묻는다. 이런 일도 있었나? 하면서.

그러니 글을 써야 한다는 맘을 굳혀본다. 아이들에게도 나이 차이가 있고 또 다 같이 계속한 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니 서로 몰랐던 일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로 가고 군에도 가고 유학도 가고 하면서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을 글 속에서 찾았다. 일찍 결혼했으니 아직 싱글인 아이들이 그 나이를 지나면서

“엄만 도대체 그 나이에 어찌 해냈어?”라고 묻는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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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지만 배움을 이어간다. 앞으로 얼마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건강하고 ‘말귀 알아듣는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 공부한다. 그리고 그들을 도와줄 무언가가 있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아로마테라피를 익히고 있다.

자신을 돌보기도 병원 가기도 쉽지 않은 환경 속에 있는 젊은이들, 모셨던 어른 세대보다 훨씬 길어진 우리들의 노후.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배움을 하고 있으면서 앞으로는 그 분야의 글을 쓰고 싶다. 그저 잔잔한 글 속에 진실을 담고 내가 겪은 이야기들을 자녀들과 인연이 닿는 지인들에게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리고 자신을 찾는 마음으로. 35년 시집을 살면서 가족이 우선인 시간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를 조금씩 깨워내고 싶다. 결국은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야 할 길이다. 너무 늦게 자신을 찾지 못한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서다. 여기 이곳은 내 이야기를 쓰는 곳이니까. 그러니까 더 세심해지고, 관찰하게 되고 그냥 보지 않게 되는 많은 이점을 준다. 그건 쓰는 고통을 반감시키는 일이다.

한 송이 꽃도 귀하고 감사하고 한 소절 새소리도 반갑기 그지없다. 글을 쓰게 되면서 내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감사합니다.’이다... 브런치 작가로 살아가는 지금,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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