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파이를 만들다 보면 자투리 밀가루 반죽이 남는다. 약간 타원의 동그란 틀로 최대한 빈틈없이 이쪽저쪽으로 돌리며 최대한으로 낭비하지 않도록 찍어내고 그래도 남는 자투리는 우선 차곡차곡 잘 겹쳐 다시 비닐봉지에 넣어서 냉장고에 둔다. 다시 자투리를 모아 잘 밀어 파이를 만들어 낼 때도 있지만 남아있는 크기가 애매한 상태가 되면 그대로 냉장고에 그대로 둔다. 쉽게 버리면 되는데 왠지 냉장고를 열어 파이지를 볼 때마다 할 일을 하지 못한 것만 같은 마음이 들어 쉽사리 못 버리고, 한켠에서 거무튀튀 해 질 때까지 며칠을 더 버티다 결국 버리게 됐다. 쓰임을 찾지 못한 밀가루 반죽 자투리는 그렇게 제법 많이 버려졌다. 그러다 어제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먹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손을 덜 들이고 이 하지 못한 일 같은 찜찜한 반죽이 드는 반죽을 처리할 수 있을까?
파이를 굽고 나면 계란물도 애매한 양이 항상 남는다. 그렇지만 껍질을 나온 계란은 빨리 상하니 당일이 지나면 애매하게 남은 양도 바로 버린다. 밀가루 자투리처럼 항상 아깝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파이지 조각을 꺼내 다시 밀대로 얇게 밀었다. 남은 계란물을 바르고 설탕을 듬뿍 올렸다. 한쪽엔 시나몬 가루도 넉넉히 뿌렸다. 그리고 손가락 크기의 직사각형으로 잘라 오븐에서 구웠다. 고소하고 기름진 버터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자투리지만 파이지였던 밀가루반죽은 결을 보여주며 살짝 부풀었다. 타이머가 울리고 충분히 오븐에서 꺼내보니 설탕이 살짝 녹아 먹음직스러운 과자가 되어있었다. 당장 맛보고 싶은 마음에 귀퉁이를 살짝 잘라 맛을 봤다. 달콤하고 바삭한 맛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충분히 식혀 집에서 먹을 것과 아랫집 할머니께 드릴 과자를 나눠 담았다.
이제 더 이상 냉장고를 여 닫을 때마다 방치된 반죽을 보며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쓰임을 찾은 자투리 반죽의 맛이 너무 좋았다. 달콤한 설탕과 바삭한 파이지는 나눠주고 싶은 기분 좋은 맛이었다. 이제 조금 짐을 덜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