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조 May 03. 2024

특별한 재능이 없어서 책을 읽었을 뿐인데

1_문과가 살아남는 방법, 독서

나는 문과다. 인공지능과 디지털이 잠식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문과. 오늘날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문과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는 것만 같다. 실제로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문과 기피현상이 일어나다 못해 거의 소멸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문과 공부. 따지고 보면 가성비가 떨어지긴 한다. 나도 사회과학 계열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딱히 실용적으로 뭘 챙겨간 건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마음만 있다면 이공계 친구들은 우리가 4년 동안 배운 걸 충분히 '교양'으로 학습할 수 있다. 물론 문과생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공계 수업 내용을 단순 교양으로 학습하기엔 확실히 진입장벽이 높다.


"문송합니다."

쳇. 언제까지 문송해야할까. 정말 우리가 설 자리는 없는 걸까?


아니 있다.

바로 '읽기 능력'이다.




본격적으로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후천적 다독가다. 직장인이 된 뒤로는 좀 줄었지만, 그래도 매년 5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일부는 기록으로 남기는 중이다.


독서광들은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나는 독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주 책과 담을 쌓은 정도는 아니지만, 그저 적당히 남들 읽는 수준으로만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 고3, 수능을 마치고 위기감이 찾아왔다. 재수를 하니 마니 고민하던 시기였다. 슈퍼스타k 열풍에 힘입어 가수 오디션도 몇 번 보러 다녔다. 이것저것 나는 그냥 평범한 19말 20초의 불안 속에 살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일단 책이라도 읽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재주도, 재능도 없었기에 일단 그냥 책을 읽기로 했다. 그 과정이 어떻든 간에 성공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게 독서였기 때문이다. 그래. 읽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더군다나 크게 돈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인생, 뭐라도 읽다 보면 희미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꾸준히 책을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 대학생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는 연간 80~100권의 책을 독파했다. 점점 독서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꺼내듯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굳기 시작했다. 어느덧 주변 곳곳에는 늘어져 있는 책, 그리고 독서는 그 자체로 즐거운 '여가'가 되었다.


돌아보니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읽었다.

그래서 뭐가 바뀌었냐고? 크게 성공했냐고? 돈을 많이 벌었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요"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유튜브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 만으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다. 평범한 삶이 어느 날 갑자기 성공궤도를 달리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느리지만 분명하게 영향을 주는 것이 하나 있었다.


"사고력"이다.


겨우 사고력이라고? 추상적인 단어에 조금은 실망했을 수도 있다. 나름대로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가시적이고 그럴싸한 변화는 없다.  


그런데 정말 없을까? 아니다. 책은 그저 정직하고 공정했을 뿐이다. 하루 사이 갑자기 당신에게 보상을 주지 않는다. 다만, 티 안 나게 조금씩 조금씩 인생에 윤활유를 뿌려주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축적된 지식을 비롯해 공감능력, 상황 속에서의 맥락 파악, 통찰력, 유연한 사고, 긍정적인 성격 형성, 원활한 인간관계 등 독서는 나라는 사람을 꽤 단단하고 매력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시나브로 쌓인 이러한 비가시적 성장은, 우리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는 순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커리어부터 자산 관리, 나아가 연애 상대를 선택하는 순간에도 말이다.


또 한 가지 큰 '이득'이라고 한다면 바로 '글'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이다. 글이 두려워지지 않게 되면, 더 많은 글과 가까워진다. 많은 글을 가까이하다 보면 쓰는(write) 공포도 줄어든다.


그리하여 비로소 알맹이 없는 문송이들도 제법 안심할 수 있는 영역에 이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작금의 나도 글을 쓰는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건, 문과생들이 그나마 가져갈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본인의 생각을 정제된 언어로, 설득력 있게 전할 수도 있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독서다. 심지어 돈도 많이 안 든다!


그러니까 당신도 나처럼 늦깎이 책벌레가 될 수 있다. 왜 굳이, 책벌레가 되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이 결국, 어떠한 모양으로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궁극에는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감히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생에서의 '이득'을 넘어 진심으로 책을 사랑하고, 여가로 즐길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공유하고 싶다.


매번 좌절되는 새해 독서 계획, 더는 우울해하지 말자. 이 시리즈를 읽은 순간부터 당신도 나처럼 후천적 다독가, 아니 정말 독서라는 행위 자체를 사랑하게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것은 시나브로 당신의 뇌와 마음의 근육을 키울 것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책벌레가 되어보자.

찐으로 독서하는 방법! 시작합니다.


- 다음화에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