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landic Journey : Road of the ring
아이슬란드의 가장 유명한 관광 상품 중 하나인 골든서클. 싱벨리에 국립공원과 게이시르, 굴포로 이어지는 관광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링 로드 투어의 첫 번째 코스로 선택한다. 대자연을 만나러 가는 날, 하늘도 우리를 돕는 듯 푸른빛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캠핑장에서 간단히 조식을 해 먹고 구글 내비게이션에 싱벨리에 국립공원을 입력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주로 구글 내비게이션을 사용했는데 링로드를 일주하다 보면 때로 네트워크 연결이 안 될 때가 있다. 이를 대비하여 오프라인 내비게이션 (맵스 미 등)을 준비해 가면 좋을 것이다. 아이슬란드에서 구매 가능한 심 카드는 심인(Siminn), 부다 폰(Vodafone), 노바(Nova)가 있으며 개인으로는 Simmin의 네트워크 망이 가장 촘촘한 것 같았다. (가장 비싸기도 하다). 해외를 여행하다 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네트워크 접근성과 품질에 감사하게 된다.
(심 카드를 교체하기 위해선 핸드폰 구매 시 함께 들어있던 작은 핀 이 필요한 기종이 있는데, 잊지 않고 챙겨야 한다.)
싱벨리에 국립공원은 레이캬비크로부터 약 45km 떨어져 있다. 구글 내비게이션으로는 4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36번 도로의 아름다운 풍경 앞에 잠시 머무르다 보면 거리/속력으로 계산된 예상 소요 시간은 의미가 없어진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36번 도로의 풍경은 곧 만나게 링 로드의 환상적인 풍경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맞닥뜨린 대자연의 풍광이기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싱벨리에 국립공원은 면적이 거의 100 제곱킬로미터에 가까운 국립공원이다. 도보로 모두 돌아보는데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사실 도보 이동보다 더 편한 방법이 있는데 주차장 P1~P5를 차로 이동하는 것이다. (주로 패키지 투어가 이용하는 방법) 이곳에서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 판이 매년 2cm씩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싱벨리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한데, 등재 이유는 아이슬란드 전체를 상징하는 야외 의회인 알싱(Althing)이 930년 ~ 1798년까지 개최된 역사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자연환경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싱벨리에는 알싱 유적의 잔재보다는 아름답게 핀 야생화와 압도적인 자연경관이 더욱 인상적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아이슬란드는 그들의 자연환경을 보는데 어떠한 입장료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안전시설, 편의시설 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긴 하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자연환경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진정성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비게이션에 다음 목적지 게이시르를 입력했다. 게이시르까지 거리는 약 60km로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싱벨리에에서 게이시르로 가는 길목에 싱벨리에 호수나 Laugarvatn (호수)를 지나게 되는데 차를 세우고 쉬어갈 수 있는 장소가 적재적소에 기다리고 있다. 캠핑카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잠시 차를 세우고 커피 한 잔 하거나 점심을 먹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름에 하기를 추천한다.)
게이시르(Geysir)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 게이시르 앞에 식당가가 있어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아이슬란드 피자와 미트볼을 먹었는데 맛은 평범한 푸드코트 맛이었다. 배를 채운 우리는 솟아오르는 물기둥을 보기 위해 간헐천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현재 게이시르는 휴면기인 상태지만, 다행히 동생 격인 스트로쿠르가 약 5분에 한 번씩 물기둥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 물기둥은 실제로 보면 굉장히 신기 히다. 분출 직전 지면 아래 구멍으로 물이 소용돌이처럼 빨려 들어가다 갑자기 강력한 장풍과 같은 수증기가 땅 밑에 터져 나온다. 이로 인해 구덩이에 고여있던 물이 하늘 위로 솟구치게 된다. 5분에 한번 주기로 반복되는데 매번 물기둥의 높이가 다르다. 실제로 보면 너무 신기해서 여러 각도로 계속해서 보게 된다. 땅 밑에 강력한 증기를 만들어 내는 어떤 것이 있는 모양인데 약 90%의 가구가 지열 에너지로 난방을 한다니 천혜의 보일러가 따로 없다. 그렇게 5번 이상의 간헐천 분출을 본 후에야 우리는 게이시를 뒤로하고 떠날 수 있었다.
굴포스는 게이시르와 매우 가까이 위치해 있다. 굴포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저 멀리서 물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안내판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굴포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아이슬란드에 왔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굴포스는 2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는데 각각 11m, 21m로 총 32m의 높이를 자랑한다. 각 스테이지가 서로 교차하는 방향으로 배치돼 있어 더욱 아름답다. 엄청난 물보라와 굉음이 발생하지만 상당히 폭포에 근접한 곳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물보라가 심하기 때문에 방수가 되는 기능성 옷을 준비해야 한다. 핸드폰, 카메라, 고프로 등도 방수에 신경 써야 한다.) 맑은 날에 가면 무지개는 서비스다.
다음 목적지는 셀라랸즈포스였다. 굴포스에서 30번 도로를 타고 남서쪽으로 내려오다 1번 도로와 합류하는 지점에서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속 달린다. 약 120km 정도 거리이며 1시간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30번 도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우리의 본격적인 링 로드 투어가 시작되었다. 2차선 도로 양쪽에 세워진 노란 펜스들과 1번 도로라는 푯말이 우리가 링로드 위에 있음을 알려준다. 아이슬란드 링로드투어가 무엇보다 매력적인 점은, 바로 길 위의 모든 순간이 여행이라는 점이다. 링 로드를 달리다 보면 마치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한 풍경들의 콘테스트를 보는 것 같다. 길 위의 여행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셀랴랸즈 포스에 도착했다.
셀랴랸즈 포스 폭포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폭포수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혹은 악당) 폭포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꽤 자주 본 것 같다.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임에도) 살아남긴 힘들 것이다. 폭포에서 떨어져 보는 경험을 할 수 없다면 폭포 안쪽으로 들어가는 경험은 어떨까. 온갖 방수 장비를 갖추고 갔음에도 쉴 새 없이 퍼져나가는 물보라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 하지만 폭포를 안에서 밖으로 볼 수 있는 경험의 가치에 그보다 훨씬 값지다.
링로드 일주를 하다 보면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폭포(foss)와 마주치게 된다. 수많은 폭포들이 쉴 틈 없이 쏟아내는 물들이 도대체 어디서 오는지가 궁금할 정도로 말이다. (그 답은 금방 알게 되었다. 비가 정말 많이 온다..) 폭포뿐 아니라 아이슬란드는 물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이다. 아이슬란드는 마치 물이라는 물질이 지구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모습을 전시하는 거대한 박물관 같다. 온천, 간헐천, 호수, 빙하, 폭포, 강, 증기 등등.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선 굉장히 부럽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었기에 아이슬란드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 국가부도를 겪었음에도 매년 증가하는 관광 수입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아마도 2010년에 작은 화산이 폭발한 이후 관광객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같다)
셀랴랸즈 포스를 마지막으로 일정을 끝내고 캠핑장이 있는 스카고 포스로 향했다. 스카고 포스의 멋진 광경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내일 아침 일찍 스카고 포스 전망대를 오를 계획이었다. 지금 돌이켜 봐도, 스카고 포스 캠핑장의 관경은 정말 끝내줬다.
- 5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