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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석 Dec 21. 2015

두 번째 숙소.

제너레이터 호스텔 함부르크.

 함부르크는 수도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대도시의 중앙역답게 함부르크 중앙역 주변은 12시간 비행 끝에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고 다시 1시간 여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여행자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할 정도로 시끌벅적했다. 역 앞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풍경, 수많은 흡연자들이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매캐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함부르크 중앙역.
호스텔 입구. 카드키가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내가 예약한 제너레이터 호스텔 함부르크는 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출구에서부터 3분 거리인가 하는 것이었다. 가는 길은 미리 알아보고 왔지만 안타깝게도 구글 지도에 출구 이름 혹은 번호까지 표시되어 있지는 않았다. 사람에 밀리다시피 해서 역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 제대로 된 출구로 나왔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잠도 덜 깨고 어리바리한 상태였기에 소매치기가 있다면 여지없이 당했을 것이다. 정신을 다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하나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을 등지고 길 건너편 왼쪽은 주택가였고 오른쪽으로 상업 건물들이 이어져 있었다.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 몇 걸음 걸었을까. 구글 지도와 호스텔의 홍보 문구는 과장이 아니었다. 검은색 무뚝뚝한 건물 꼭대기에 ‘Generator HOSTELS’라고 쓰인 하얀색 글씨가 선명했다. 독일 땅에서 내 한 몸 뉘일 첫 번째 호스텔에 드디어 도착했다.

 호스텔의 오전 10시는 체크아웃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제너레이터 호스텔 역시 마찬가지였다. 체크인은 어차피 오후 2시 혹은 3시가 지나서 가능할 터. 우선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배낭부터 좀 내려놓고 싶었다. 한참을 기다려 내 차례가 돌아왔다. 오늘 하루 숙박할거고 당장 짐만 맡기고 싶다고 하자 라커룸으로 안내를 해줬다. 철제 선반에 배낭을 올리고 혹시 몰라 와이어로 기둥에 묶어놓았다. 잠금장치가 따로 없는 라커룸, 사물함이 없는 다인 객실을 이용할 때 와이어와 자물쇠는 여행 내내 요긴하게 사용했다. 노숙으로 인한 꼬질꼬질함에는 변함이 없지만 몸이 가벼워졌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함부르크가 어떤 동네인지 탐색을 하러 나가보실까.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지도와 함께한다. 한국에서 구해온 지도 혹은 구글 지도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그 도시의 공식 여행 안내소에서 나눠주는 것. 함부르크의 여행 안내소는 중앙역 안에 있다. 독일 대부분의 도시가 그렇지만 함부르크는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가 아니다. EU를 먹여 살리는 나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경제 대국 독일이기에 독일의 도시들 중 그런 곳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안내소는 관광대국이라 일컬어지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치밀하고 꼼꼼한 독일인의 성향이 여기서도 발휘되는 것일까. 각종 지도와 브로슈어로 빼곡한 여행 안내소에서는 어떤 자료를 집어 들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공식 관광청에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지도만 한 장 집어 들고 여행 안내소를 빠져나왔다.


 함부르크의 구시가는 여행 안내소가 있는 방면이자 제너레이터 호스텔과 연결되는 출구의 반대쪽에서부터 시작했다. 수시로 열차들이 들고 나는 수십 개의 플랫폼을 가로질러 역을 빠져나왔다. 대형 가전제품 양판점이 구시가 입구에 자리하고 있지만 알 수 있다. 반대편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재미없는 시멘트 건물들로 이루어진 시내가 아닌 옛날 건물들이 옹기종기 이마를 맞대고 있는 고즈넉한 구시가. 그 안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오갔다. 그제야 유럽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묀케베르크 거리(Mönckebergstraße)는 중앙역에서부터 시청사를 관통한다. 길 양 옆으로 카페, 레스토랑, 쇼핑센터 등이 늘어서 있지만 삭막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심지어 스타벅스조차 돌로 된 옛 건물에 오도카니 들어서 있어 거리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이제 슬슬 둘러보기만 하면 된다는 안도감과 함께 긴장이 풀리니 공복감이 파도와 같이 밀려왔다. 그러고 보니 기내에서 나눠준 에너지 바를 하나 먹은 이후로 오전 11시가 넘었는데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정말 다행히도 거리 양 옆에 즐비한 카페나 빵집은 노천 테이블들과 함께 활짝활짝 열려 있었다. 빨간색 간판이 화사한 빵집으로 들어갔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는 빵들. 이곳에서 처음 만난 브뢰첸(Brötchen)이란 빵은 두 달 반의 여행 기간 동안 나의 아침 식사를 책임져주었다. 꾸미지 않은 투박한 맛은 씹을수록 구수했고 그냥 흰 밀가루로 만든 것부터 통밀, 호밀, 해바라기 씨를 올린 것, 참깨를 올린 것 등 은근히 종류도 많아 정말 마치 우리네 쌀밥과 현미밥, 잡곡밥을 돌려먹는 것처럼 질리지 않았다. 브뢰첸과 카푸치노 한 잔을 양 손에 들고 햇살 다사로운 함부르크의 거리를 걷고 있자니 나른한 기운이 몰려왔다.


 시청사와 알스터 호수(Alstersee), 항구도시 함부르크의 관문인 란둥스브뤼켄(Landungsbrücken)까지 발길 닿는대로 걷고 보니 오후 6시가 넘었다. 빨리 호스텔로 돌아가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침대에 눕고 싶었다. 그 사이에 라커룸의 짐은 거의 다 빠져 내 배낭만 덩그마니 놓여 있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리셉션으로 간다.

 “저 체크인 할게요!”     




두 번째 숙소, 제너레이터 호스텔 함부르크     


주소 Steintorpl 3, 20099 Hamburg, 독일

찾아가는 길 함부르크 중앙역에서 도보 3분(여행 안내소 방면 출구 이용), 시청사까지 도보 20분

요금 8인실(혼성) 20.70유로(숙박 요금은 방의 종류, 숙박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편의시설 침대에 개인등과 콘센트 있음, 화장실(남녀 구분 없음)과 샤워실은 방에 하나씩 복도에 남녀 화장실 + 샤워실 있음, 방에 개인 사물함 있으며 자물쇠는 각자 준비해야 함, 와이파이 신호 강한 편(방에서 웹툰 볼 수 있을 정도), 공용공간에 컴퓨터 있음, 엘리베이터 있음, 체크인 전과 체크아웃 후에 짐 보관 가능하나 유료, 조식 추가비용 5.5유로     

총평 가장 큰 장점은 중앙역에서 3분 거리라는 점! 다만 역 주변이라 밤에도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호스텔 출입구에 경비원(?)이 24시간 서 있어서 안심.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2012년) 전체적으로 깔끔한 편이었고 청소 상태도 양호했다. 건물 전 구역에서 무료 와이파이 사용 가능하고 리셉션이 있는 1층이 신호가 가장 강하다. 6층에 숙박했는데 다음 웹툰 어플이 겨우 실행될 정도(이 정도도 빠른 편이라는 걸 이때는 몰랐다.........). 2층 침대 밑에 개인 사물함이 있으나 깊이가 깊지 않아서 40리터 배낭도 겨우 넣었다. 물론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각 객실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려 있으나 남녀 공용이고 특히 샤워실은 매우 좁아 불편하다. 방에 있는 화장실에는 비누와 핸드타올도 없다. 복도에 있는 화장실 겸 샤워실은 넓고 비누와 핸드타올도 구비되어 있으며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편했다. 체크인 전과 체크아웃 후에 짐 보관은 가능하나 유료 사물함을 이용해야 하고 사물함이 꽉 찼을 때는 별도의 라커룸을 이용하면 된다. 사물함과는 달리 보안에는 취약하다. 1층에 카페 겸 바가 있다. 10점 만점에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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