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인정의 힘
노자 도덕경 71장 지병知病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식은 인류가 시작한 이래, 문명을 이루는 데에 가장 중요한 수단임과 동시에 목적이었다.
알기 위해 생각했고, 더 큰 생각을 하기 위해선 알아야 했다.
특히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지식은 중요한 잣대로서 작용하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살다보면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진리로 생각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틀린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매도하곤 한다.
그런데 수천년 전, 노자는 도덕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知, 不知, 上
不知, 知, 病.
夫唯病病, 是以不病.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 노자 도덕경 71, 지병知病
처음 나오는 '지부지'를 어떻게 끊어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분분한데 큰 뜻은 변하지 않는다.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 한다면 좋지만
모르면서도 안다고 한다면 병이다.
오직 병을 병으로 생각해야 큰 병이 되지 않는다.
성인에게 병이 없는 것은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은 '불병'한 것이다.
갑자기 무슨 병 이야기를 하는걸까.
여기서 말하는 '병'은 흠이나 폐단, 그릇됨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즉, 알아도 모르는 척 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생길 흠을 없앤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지식을 뽐낼 수 있는 자리에서도 침묵을 지키며 은인자중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거나 실수하는 것이 있다면 쾌하게 인정하는 것이
병을 병으로 아는 일이다.
노자는 거꾸로 침묵과 인정을 통해 성인이 될 수 있음을 피력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떠할까.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는 걸 넘어
소위 말하는 가짜뉴스를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알아도 숨겨줄 수 있는 작은 흠조차 침소봉대하여 다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했던 침묵과 인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배려와 겸양으로 물들 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