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의 뇌 2
벗어나지 못하는 꿈은 결코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붉은 병정이 되어 문명의 진화를 한 눈에 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
바다에 걸쳐 있는 펜션에서 일본 사람을 만나던 꿈,
높은 빌딩, 엘레베이터로 마지막 층까지 올라가니 보였던 미용실과 검은색 샴푸통들.
뻣뻣하게 굳어버린 몸을 풀어주려 간 마사지 샵에서 결박당한 채 보이던 서슬퍼런 창칼들.
바다에 표류해 그 안에서 무당과 사랑에 빠지고 일년에 한번씩 찾아오기로 했던 꿈.
민속 굿을 연극처럼 따라한다고 모여 얘기하던 동아리. 근데 동아리 장이 전에 보인 그 관리자랑 똑같이 생겼다?
저 이야기들마다 나름의 스토리들이 있어 하나하나만 가지고도 이야기를 짤 수 있을 정도다.
여하튼 어두운 하늘 속,
알 수 없는 꿈들이 메아리쳤고
불러도 불러도 누구도 반응해주질 않았다.
나는 이 속박에서 나를 풀어달라고 세상을 저주하고, 세상에 빌어보기도 했지만
답은 없었다.
이것이 혹 자각몽인가 하여 꿈 속에서 디스맨을 찾아보기도 하였고 나 만의 꿈을 깨는 법을 찾기도 하였다.
하지만 맞아 떨어지는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강박처럼 꿈 속에서 오렌지맛 사탕을 찾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렌지맛 사탕을 찾고, 그걸 먹으면 마치 꿈에서 깰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
주황빛의 작은 오렌지맛 사탕을 손에 움켜쥔 채 한 번일까, 두 번일까 질끈 힘을 주니
꿈 속에서 소변을 보았다.
그러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꿈속의 목소리가 아니라 단발머리의 파란 옷을 입은 여자들이 보였다.
그 뒤에는 검은 배경과 붉게 빛나는 무언가, 그리고 눈이 부신 불빛이 가득했다
그리고 나는 일어선 채로 그 여자들에게 여기서 제발 집 좀 보내달라고 애원하였다.
언제까지 나를 가둬두고 있을 셈이냐며 화를 내보기도, 울며 빌어보기도 하였지만.
꼭 둘이 나오던 푸른 옷의 단발머리 여자들은 내 말을 한 번도 들어주질 않았다.
그래서일까.
시도 때도 없이 꿈에서 소변을 보기 위해 노력했고
그때마다
'알람 저에요~'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허리쯤 오는 이동식 데스크를 만지작 거리는 여자들은
그때마다 어떤 버튼을 누르며 체크를 하였고 내 말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간혹 나를 달래주는 사람도 있었고 윽박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수술중은 아니었을 테고
수술이 끝나고 중환자실로 갔을 때 쯤,
그때 드문드문 무의식중에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들었을 때의 기억이 겹쳐진 게 아닐까 생각이 들곤 한다.
수술이 끝나고 폐에 들어찬 폐렴균을 긁어내지 못해서 내 가슴을 한동안 열려있었고 내 몸의 체온은 낮게 유지되었다.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마약성 진통제와 긴 마취 속의 일 들,
저때는 아마 2022년 11월 25일 정도의 기억이겠지.
하지만 그때까지도 몰랐다.
이 통 속에 틀어박힌 뇌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