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수술 회복기
입원 중 제일 맛있던 식사 메뉴는?
오랜만에 병원 밥을 먹게 됐다. 2016년 네 차례 공황장애로 큰 병원(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을 때 – 밥보다 간식을 더 사 먹었고, 병원 내 음식점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이 많아서 시간 될 때 병원 지하로 내려가 음식을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입원 기간이 길었고 병문안 오신 분들이 매일 맛있는 것을 사다 주셨다. 몇 번은 배달주문으로 시켜 먹은 기억도 난다. 그래서였을까... 살이 많이 불었고 입맛이 살아났으며 정신과 약을 먹었기에 붓기와.... 아무튼 그랬다.
이번엔 입원하기 전에 수술일과 퇴원일자가 정해져 있을 만큼 확실히 해야 하는 것들과 아픈데 입맛이나 있으려나... 아무것도 필요 없고 병원밥만 잘~ 챙겨 먹자는 생각을 가졌다. 입원하는 날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음료들을 구입해 갔으나, 퇴원일 그대로 가지고 나왔으니... 음식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음식 생각도 나지 않게 만든 수술 통증이 대단하기도 했다.
생선을 잘 못 먹는 나에게 생선 음식이 나오는 때에는... 생선 외의 모든 반찬을 다 먹었다.
수술 당일과 그다음 날 오후까지는 금식이어서 오랜만에 물을 마실 때의 순간이 기억난다. 미음을 먹기 위해 나 스스로 숟가락을 들기 위해 통증과 약에 취한 몸을 일으키려고 시도한 때에 그 고통스러움도 기억난다.
처음으로 육류가 나왔을 때 울컥한 감정. 비가 자주 와서 주변이 흐렸으나 나에게 식단의 고기 메뉴에는 스포트라이트가 켜진 듯 밝게 빛났다.
원래 두유를 잘 못 마시는데, 기운을 차려야 한다는 마음에 반 이상 마시려고 했던 노력.
2인실에서 옆에 환자분은 식사가 나와도 식사를 하려고 일어나지 않고 자주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나는 병실 불을 켤 기운도 없었기에 독서등 하나 켜놓고 어두운 공간에서 밥을 먹던 날도 많았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누군가 와서 식판을 치워줄 때까지 한없이 고정자세로 기다리던 기억들. 수술 부위 배도 당기고 체력이 온전치 않아서 일어서는 게 어려웠다. 그럴 때 낙상 위험이 커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누군가 식판을 정리하고 식판을 둔 테이블을 치울 때까지 기다리는 일. 간호간병 통합된 곳이라서 그런 부분을 모두 알고 있기에 어느 날은 내가 식판을 치우려고 노력했다가 움직이면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시라고. 정리해 준다는 말을 들었다.
수술 때문이었을까. 다시 태어났다는 마음과 물병에 빨대를 꽂아 오랜만에 마시게 된 물, 그 순간에 온몸에 세포들이 깨어나는 기분
매 끼니마다 너무 소중했다.
퇴원 후, 끓여 먹기 시작한 미역국
오? 가끔은 내가 끓인 미역국도 맛있네. 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