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수술 회복기
수술 후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하는 것인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움직여야 하는 것인가
어떤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움직여야 한다면 어느 정도의 걸음수가 적절한 것인지, 걸음 속도는?
매일 순간마다 미션을 수행하듯 살아가는 중이다.
도보 5분 거리 은행 업무를 보러 가는 날
혼자 다녀오기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하며 혼자 길을 나섰고,
은행업무도 수월하게 – 코너를 돌아서 보이는 편의점.
병원에 있을 때도 병원에서 주는 밥, 퇴원 후 집에 있을 때도 보호자분이 사다 주지 않는 한 먹지 못한 것들. ‘편의’에 따라 이끌리듯 입장! 첫 번째 난관 봉착! ‘미세요’ ‘당기세요’ 문을 당기거나 밀어야 하는 방향만 생각해 봤지, 내가 과연 이 문을 밀거나 당길 수 있을 만큼 체력이 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다행스럽게도 편의점에 들어가려면 ‘미세요’가 먼저라서 몸을 들이밀며 들어갔다.
마시고 싶은 것들을 눈으로 훑어보다가,
과연 내가 들고 집까지 갈 수 있을까, 두 번째 고민의 순간!
마시고 싶은 음료를 구입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라 음료의 무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오렌지주스 235ml 1개를 골랐다.
사이즈가 작기도 하고 하나는 아쉬운 마음에 1개 더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총 2개를 손에 쥐어봤다. 이 정도는 들고 갈 수 있겠지? 많이 놀랍게도 2개의 무게에도 수술부위가 땅기는 느낌이 들었다. 수술하면 체력이 떨어진다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집까지 5분 정도 거리니까...
용기 내어 계산대로...
... ...
식은땀이 흐른다.
한 개 받지 말고 도망갈까 싶다.
집에 어떻게 가야 하나 앞이 캄캄해진다.
투 플러스 원이라는 건 좋은 것 아닌가?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은 사람처럼 외면하고 싶다.
결국, 비닐에 담아 달라고 말하고 게산 후 또 한 번의 미션!
편의점을 나서려면 ‘당기세요’ 문을 당기고 나가야 한다.
다음 손님 들어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까.
힘껏 당기는 건 불가하고 간신히 당겨서 편의점 밖으로 탈출. 크게 한숨!
235ml 오렌지주스 3개가 든 비닐을 들고 집으로 가는 길
하나의 횡단보도를 지나고 또 크게 한숨, 조금 걷다가 식은땀, 현기증, 쉬고 걷고 쉬고 걷고 기진맥진, 집에 오자마자 거의 탈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오늘 세상에 제일 무서운 말을 들었다.
무거운 아령을 들고 런지로 집에 온 듯, 거대한 피로감에 잠이 들었다. 그건 잠이 아니라 기절이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