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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직장생활을 마치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무엇이 남아서 지금 난 어떨까

by 현이


어제는 퇴사날이다. 3.9년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했다. 그리고 오늘 무소속 신분이다.


증권사 트레이딩 부서(매매를 하는 팀)에서 근무했다. 트레이딩은 주식시장, 선물시장이 열려 있을 때 유가증권을 사고파는 일이다.


증권사에도 다양한 부서가 있는데, 특히 매매팀은 말 그대로 상상해 봄직한 증권사다운 일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금융업을 희망했던 내가 매매팀에 들어간 건 어떤 면에서는 좋은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특이하지 않은 직업은 없지만 시장이 열려 있을 때 매매하는 일 역시 조금 특이하다면 빠지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살면서, 애초에 계획에는 없던 어떤 특이한 일을 했다는 점에서 내가 하는 일이 조금 신기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특히 직장생활 마지막 9개월은 매매를 집중적으로 했는데, 내가 살면서 이렇게 큰돈을 다뤄볼 날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자주 했다. 많게는 하루에 200억이 넘게 매매를 했으니 말이다.



회사에 고지한 건 한 달 전이니까 그때부터 퇴사 준비를 한 건 맞는데. 일은 일대로 하면서 인수인계와 중간에 휴가 사용, 개인적이 일들이 겹치며 쉽게 마음속 정리를 하진 못한 것 같다. 다들 퇴사 후 정리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뭐 굳이 라고 할 수 있을 수도.


하지만 3.9년이라는 시간은 마냥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그 밀도가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어떤 식으로든, 내게 무엇이 남았는지 정도는 정리를 해야 할 것만 같다.


마지막 출근일 동료가 선물해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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