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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mind Jan 01. 2024

아직 철들지 못한 T형 인간 이야기

나를 제외한 세상 속 영웅들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다들 이겨내고 살아가는 걸까.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중대한 퀘스트(취업, 연애, 결혼, 임신, 출산 등)부터 걸어가다 부딪혀 생긴 엄지발가락 고통까지 우리에겐 꼭 넘어야 할 크고 작은 산들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은 어떻게 이 많은 산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나씩 넘어가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얼마 전 식도염에 걸려 좋아하는 음식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음식을 전혀 못 먹는 것도 아닌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먹지 못하니 짜증이 밀려오고 힘이 든다. 혹시나 식도염이 아니라 큰 병이면 어쩌지 불안감도 밀려온다. 약을 처방 받으러 간 병원에는 수많은 사람이 앉아 있다. 세상 속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픔을 겪고 있었나 싶다. 어떻게 모두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인가.

    

 떨어져 사는 부모님과의 전화에서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독감에 걸려 기침이 계속 나고 얼굴 한쪽도 마비가 온 듯하단다. 병원에 가래도 며칠 있으면 괜찮다며 한사코 안 가겠다고 말한다. 내가 아픈 것보다 마음이 찢어지는데 병원 안 간다는 엄마에게 버럭 화부터 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며 부모님들도 계속 아픈 곳이 늘어나는데. 세상 사람들 모두 어떻게 이 슬픈 상황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인가.

     

 결혼까지 힘들게 퀘스트를 넘어선 나, 이제 임신과 출산이라는 거대한 산맥이 가로막고 있다. 관련 도서와 동영상을 보면 볼수록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그냥 결혼하면 어련히 아이가 생기고, 엄마와 아빠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들도 힘들었을까? 나만 힘든 것인가 아니면 그들도 힘들었지만, 이 과정을 이겨내고 있는 것인가.

    

 한해가 끝나가니 땅굴 팔 시간이 다가왔나 보다. 나만 부족해서, 나만 철이 덜 들어서, 나만 인생을 거대한 산처럼 느끼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을 보니. 나를 제외한 세상 속 모두가 영웅이 된 듯하다. 아니, 세상 모두가 주인공인데 나만 엑스트라인가. 새해가 오면 어서 이 땅굴을 벗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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