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멀어지는 아이들과 추억 한 켜 더
우리 가족의 실질적 의사 결정권자인 막내아들이 일정계획을 여유 있게 짜라고 하였다.
4박 5일 일정이지만 실제 보라카이를 즐길 수 있는 날은 3일이었고, 첫째 날은 호핑 반일투어 둘째 날은 말룸파티 데이투어를 배치하고 셋째 날은 Open으로 두었다.
몇 가지 수상 액티비티는 현지에서 결정하려고 유보해 두었으나, 여유를 원하는 가족들의 바람으로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다.
그동안의 여행에서 우리는 대부분의 액티비티를 Klook이나 KKday에서 예약해 왔다. 주요 액티비티의 현지 예약은 가격면에서 싸지만, 그래도 전문 여행플랫폼을 통한 예약이 신뢰성과 안전의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호핑투어와 말룸파티는 오랜 기간 운영되어 온 후기가 좋은 네이버 여행카페 인 보자무싸에 맡겼고, 공항픽업과 샌딩만 Klook에서 예약하였다.
예산규모는 각 자가 추구하는 여행의 방향성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 보라카이 가족여행은 짜지도 럭셔리하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디쯤으로 했는데, 부담스러운 금액이 나왔다.
요약하면 예산은 655만원(1인당 164만원)이였는데, 실제 사용금액은 575만원(1인당 144만원)이다. 이 중
485만원은 항공/호텔/주요 액티비티/준비물 등으로 국내에서 지불하였고,
90만원만 현지에서 사용하였는데, 30만원은 식당 등에서 트레블월넷 카드로, 60만원은 현금으로 사용하였다.
트레블월넷에 PHP 60,000 (KRW 1,437,000/환율 23.95원)을 환전해 갔는데, 남은 금액은 환율 23.62원으로 환전되어 계좌로 바로 입금되었다.
딸은 이번 여행경비의 반을 부담하겠노라고 큰소리를 쳤었다. 그런데 요새 계속 나를 피해다니는 것 같다.
언감생심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비즈니스로 다녀왔다.
무릎이 불편한 RJ를 위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카이스캐너로 검색하니, 필리핀항공 비즈니스가 생각보다 이코노미와 큰 차이가 없어 바로 예약을 넣었다.
비교적 단거리 노선인 보라카이 비즈니스는 Full Flat은 아니고, “비즈우등”이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 가족은 출발일 아침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대한항공 라운지에서 조식을 딴딴하게 챙겨 먹고, 세라젬을 각 각 차지하고 마사지에 심취해 있다가, 깜빡하여 라스트 콜이 있고 나서야 겨우 탑승하였다.
“비즈우등”이라도 좌석의 전후좌우 폭과 기내 화장실 편이 및 인천공항 라운지 등 부가 서비스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였다.
“애귀들아, 어빠 능력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이야”
당연히 보라카이에서 유명한 헤난 7 총사 중 하나를 선택하려 하였으나, 아고다의 헤난은 무료취소 옵션이 제공되지 않았다.
얼마 전에 Soft Open하여, 일부 객실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만다린베이 스파&리조트는 깨끗함이 보장되는 5성급 신상이라 머뭇거리지 않고 무료취소 옵션으로 프리미어디럭스(기본)룸을 18.9만원/박에 예약하였다. 무료취소 기간이 끝나갈 즈음에 취소불가 옵션으로 16.7만원/박으로 확정 예약하였다.
호텔에서 보내온 Greeting 메일에 커넥팅룸으로 요청하였더니, 감사하게도 한 룸은 주니어스윗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커넥팅룸으로 배정해주었다.
우리 가족은 호텔의 깨끗함과 위치, 조식, 서비스, 직원들의 친절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만족스러워했다.
무엇보다 커넥팅룸의 문을 열어놓고 왕래하면서, 주니어스윗의 자그마한 거실공간에서 맥주도 마시고 대화도 하면서 4박 5일을 편하게 잘 지냈다.
보라카이는 칼리보공항에서 오고.가는 과정이 시간소모(약 3시간)가 많고 복잡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다들 선택하는 픽업/샌딩 서비스를 클룩을 통해 SouthWest로 예약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SouthWest는 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공항-차량-보트-트라이시클-호텔로 연결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맡겨둔 여행가방은 포터들이 바뀌며 사라졌다.나타났다 하면서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특히, 거친 노면의 꾸불꾸불한 왕복 2차선 도로 중앙선을 넘나들며 추월해서 가는 과정을 피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SouthWest 드라이버의 운전은 거칠었고 가끔 위험했다.
보자무싸로 다녀온 말룸데이투어(공항 왕복길과 비슷)와 SouthWest를 비교해보면, 보자무싸는 연결되는 과정이 매끄럽고, 미니버스 좌석은 여유가 있었고, 여행가방은 직원들이 계속 끼고 있었으며, 특히 운전은 위험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대부분 만족스러운 보라카이 여행이었지만 오.가는 길 때문에 다시 올까 싶지만, 보자무싸의 픽업/샌딩이라면 다시 한번 오고 싶다.
만다린베이 호텔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틀 연속 게리스그릴에서 저녁을 먹었다.
약간의 대기가 있었고 음식은 맛있었다. 하지만 2번을 연속으로 먹을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주 만족스러운 마지막 만찬을 헤난리젠시 Sea Breeze호텔에서 하였다.
평일이어서인지, 당일 아침에 화이트비치에 바로 면한 외부좌석(테이블이 몇 개 안 됨)을 예약하였더니 그대로 배치해 주었다.
화이트비치의 일몰과 오가는 사람들 바로 앞에서 보라카이의 마지막 밤을 만끽했다.
PHP250을 추가하면 무제한 술과 음료가 포함된다.
즐겁고 흥겨운 반일 호핑투어였다.
커다란 호핑전용 보트에 약 40명의 여행객을 약 20명의 직원들이 성심껏 흥겹게 케어해 주며 안전하고 즐겁게 보냈다.
구명조끼에 Full Face 장비를 착용한 RJ와 딸은 직원 한 명이 이끄는 구명튜브를 잡고 열심히 돌아다녔으며, 아들과 나는 구명조끼 없이 주위에서 돌아다니다가 힘들면 가끔 구명튜브에 의지했다.
크리스털 코브섬에는 들르지 못했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았고, 스노클링은 생각보다 니모를 찾을수 없었다.
호핑보트에는 다이빙대와 미끄럼틀이 있다. 다이빙대는 낮아 보였지만 올라가면 높아서 뒤돌아 내려올까 잠깐 고민하다가, 올려다보는 시선들이 신경 쓰여 코 막고 뛰어내렸다. 생각보다 한 참을 떨어졌고 바닷속으로 엄청 내려가는 것 같았다.
미끄럼틀은 그냥 재미있었다.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는 게 힘들어 한 번만 타고 말았다.
Malumpati는 보라카이에서 칼리보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는 Blue Lagoon으로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한 관광지였다. 하늘빛? 옥빛?의 라군이 신비로웠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어서인지 많은 현지인들과 한국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라군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우리 가족도 물이 살짝 차가웠지만 여기까지 와서 보고만 갈 수는 없어서 신비로운 빛의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여기에도 약 3m 높이의 다이빙대가 있다. 가뿐하게 뛰어내릴 수 있을것 같아 올라갔다가 막상 생각보다 높아 무섭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어서 돌아서서 내려오기에는 가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뛰어내리는 분들도 계셨다.
대부분 발부터 떨어지지만, 나이가 지긋한 한 한국 관광객 분이 머리부터 입수를 시도하다가 배치기를 시전하면서 주위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다만, 건기여서 튜빙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현지 마사지 샵에서 발마사지를 위주로 하였고, 대부분 1시간에 PHP 500~600정도에 팁으로 PHP100/인을 지불하였다.
마사지는 마사지사에 따라 만족도가 다르지만, 나는 발에 손만 대면 골아떨어져서 항상 만족스럽다.
우리 가족은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호텔 조식을 여유 있게 먹고는 길을 나섰다.
디몰을 구석구석 걸어서 누비며, 할로망고도 즐기고, 필리핀의 유명한 럼주(Tanduay)와 기념 마그네틱도 사고, Lajer Engrave도 새기고, 화이트비치에도 들어가 보는 등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고 보라카이 여행을 마무리했다.
(RJ)필리핀 항공이야?
(아들)오후 비행기 아니었어?
나는 오늘 저녁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6시에 일어나서 조식을 먹고 출발하자고 하였고
RJ는 준비를 마쳤는데 7시쯤 일어나서 조식을 먹고 바로 가면 된다고 하면서 부딪쳤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조식은 각자 알아서 먹기로 하고 삐진채 잠자리에 들었는데, RJ는 다음날 아침 내 의견에 따라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