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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Feb 05. 2023

길고양이 겨울 배식

영하 20도의 한파가 닥쳤다. 뉴욕 시골에서 세 번의 겨울을 보내는 동안 가장 추운 주말이었다. 감사히도 히터가 잘 작동하고 온수가 잘 나오는 실내에서 주말을 보냈다. 창문에 서린 김과 서재의 창가자리가 평소보다 더 추운 것을 느끼며 바깥의 추위를 가늠할 뿐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길고양이들의 안전이다. 이 추운날 어디서 지내고 있을런지. 부디 따뜻한 곳에서 밥을 제때 먹으며 지내고 있어야할텐데. 


늦 봄이 되자 사료에 개미가 몰린 것을 보고 배식을 중단했으니 배식을 중단한 지 거의 1년이 되어간다. 휴가로 오래 집을 비워서 올 겨울에는 아직 배식을 시작하지 않았고, 이를 핑계삼아 고양이 배식에 대한 생각을 잊고 지냈다. 



일주일 전부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야옹'이 아니라 우리집 반려견이 밥달라고 하는 '끙끙'소리. 처음엔 잘못들었나하다가 저녁에 들려오는 소리가 반복되면서 아 밥을 달라는 거구나 거의 확신했다. 어제 또 들리는 울음소리에 테라스에 나가보니 나를 보고 도망가는 작은 고양이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남긴 눈 위의 발자국까지. 






시골에서 보내는 첫 겨울이 시작될 무렵, 길고양이 배식을 시작했다. 퇴근하고 길고양이 밥을 가져다놓고 다음 날 출근 전 마당에 가보면 밥그릇이 비어져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뿌듯해하며 아이들의 안부를 확인했다. 가끔은 고양이들이 언제 밥을 먹으러 오나 궁금해서 몰래 숨어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린 적도 있고, 눈이 내린 날에는 눈 위에 쌓인 발자국으로 아이들이 오고갔음을 알 수 있었다. 




어제 그 아이가 작년에 밥을 주던 아이였나 생각도 들고. 무심함이 고양이계의 덕목이라 생각하며 두번 째 겨울에는 누가 오는 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밥을 주는 그 찰나의 시간은 외로운 시골생활을 지탱해주는 일과였다. 서운할정도로 내가 등장하면 잽싸게 도망가는 아이들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마음 속 한켠에서 생각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고양이 발자국을 보고 바로 고양이 사료를 주문했다. 아빠에게 물어보니 얼지 않도록 건사료가 좋다하여 건사료를 주문했다. 


조금만 기다려 얘들아. 부디 이 추운 날 따뜻하게 안전하게 지내고 있기를. 내일부터는 날이 풀린다고 하니, 조금만 더 버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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