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변화된 나의 모습
아이를 키우는 경험에 관해 물어보면 많은 부모가 “힘든 것도 있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감은 매우 크다!”라고 대답한다. 나 또한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이처럼 대답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우기 전에, 선배 부모님들의 이런 말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육아를 직접 겪어보지 않았고, 행복하다는 그 감정은 너무나도 추상적이어서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귀엽기는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그토록 큰 행복을 줄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이를 낳고 나니, 아이가 주는 행복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아이를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할 때가 있고, 아이의 말, 표정, 행동, 나와 닮은 점들, 그리고 50cm 정도로 작았던 한 인간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쁘고 행복하다.
그런데 아이로부터 받는 행복감 이외에도,
육아하면서 '나' 자신의 성장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
나에게는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느낌이다.
임신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에는 개인 시간, 커리어, 자기 계발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매우 걱정했고 불안해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자라면서 손이 덜 가게 되는 것도 있지만, 육아를 하면서 나의 내면이 점점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좋은 부모이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점차 변화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미래에 또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육아를 하면서 나에게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적어보았다. 앞으로도 지혜롭고 성장하는 인간으로 계속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아이가 처음으로 숟가락질 하다 잘 안돼서 울었을 때, 블록 쌓기를 하다가 실패해서 화가 났을 때, 실패해도 괜찮고, 처음에는 원래 다 어렵다고 이야기해 준다. 어려워 보여도 도전하는 용기를 격려하고, 연습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준다. 살다 보면 못 하는 것들도 있는데 못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나는 완벽주의 가면을 쓰고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은 시작을 미루거나, 실패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워 모든 걸 잘하려고만 할 때가 많았다. 내가 실천하지 못하는 행동을 아이에게 한다면 그것은 잔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행동이 있다면 내가 먼저 실천하며 아이에게 긍정적인 모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회사 생활을 할 때 늘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성장을 갈구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편안한 영역(Comfort Zone)에서 벗어나려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육아는 그 자체가 Comfort Zone에서 벗어나는 경험인 것 같다. 처음으로 기저귀라는 걸 갈아보고 이유식을 만들 뿐만 아니라, 아이가 없었으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들, 예를 들어 캠핑을 가거나 평소 방문하지 않았을 장소를 탐방하게 되었다. 처음 엄마가 되어서 겪는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많은데,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거절하기가 어렵고 갈등 상황이 싫어서 자주 다른 사람들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나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도 거절해야 할 상황이 많아졌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를 생각하게 되니 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이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제안하면 감히 거절하는 말도 하게 되었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가 생겼다. 회사에서도 상황에 따라 적절히 "yes"와 "no"를 사용하며 나의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타인의 눈치를 보며 불필요한 걱정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줄어들었고, 때에 따라 거절도 하고 웬만한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힘이 생겼다.
과거의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문제들을 선호했고, 열린 결말이나 철학적인 생각은 싫어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인생에 대한 깊은 질문들이 많아졌고,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사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인문학적 질문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직업적 성취와 나의 전문적 역량의 성장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인생, 좋은 사람 되기,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아직도 어렵긴 하지만, 내 생각과 마음이 다각도로 확장하는 느낌이라 재미있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아이의 눈에는 보인다. 아이는 모든 것을 신기해하고 유심히 관찰한다. 아이의 눈을 통해 주변 환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한번도 보지 않았던 의자 밑에 붙어있는 제품 스티커,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아파트 단지 내의 많은 조명들, 바닥에 떨어진 수많은 종류의 낙엽들, 물구멍, 고깃집 파이프, 곤충(난 아직 무섭다ㅠㅠ) 등이 아이의 눈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로 보이나보다. 이를 통해 나도 일상의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관찰하고 발견하게 되었고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아이에게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자주 표현하고 아이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를 한다. 표현 연습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예전보다 더 많이 사랑과 감사표현을 하게 되었다. 아이와 '솔' 톤으로 많이 대화하보니 말투도 더욱 밝아지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더 생긴 것 같다. 아이와 노래를 부르고, 춤추고, 소리 지르고 놀면서 다양한 방식의 표현이 생겼다. 비록 춤을 잘 추지 못하지만, 때로는 눈을 질끈 감고 몸도 흔들고 노래를 부르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내 안에 숨어있던 신나는 감정을 발견하고 표현하고 있다. (부끄러운 감정도 함께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주변에 위험한 것들은 왜 이렇게 많은건지... 아이에게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인지하게 되었고,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었다. 사건, 사고 등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면 마음이 찢어진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 나아가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아이가 유아기에 접어들면서 나의 행동과 말을 그대로 모방하기 시작했다. 자주 사용하는 감탄사부터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까지... 아이는 마치 인간 복사기처럼 나와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완벽하지도 않고 실수도 많이 한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많은 것을 배우고, 깊이 생각하고, 또 노력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면서 10년 후에는 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내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