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학생들의 대학생활
3장에서는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장에는 그럼 과연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해본다. (본 장이 3장 다음 4장으로 소개되었어야 했는데 8장으로 써진 것에 대해 양해 바란다.)
앞서 3장에서 이야기했지만, 여러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나중에 대학을 가고 싶다 마음을 먹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의 명성보다는 학과가 중요하며 자신이 꾸준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노골적인 이야기이지만, 대부분 우리는 서울 상위 대학에 진학할 학업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또한 그 길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좋은 대학,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가고 싶다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충분히 훈련받기를 바란다. 다만, 많은 청소년들이 방향도 모르고 그저 앞사람 뒷모습 따라 대학이라는 곳에 도착한다는 것이 슬프다.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 여러분들이 대학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반드시 다음 것들을 인지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여러분들이 대학에 간다는 것은 "학위"가 필요해서다. 석사와 박사과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여러분이 대학에 가는 첫 번째 목적은 학사 학위 취득이다. 최근에는 '학위'라는 의미가 많이 오염이 되어서 그렇지 학위를 취득한다는 것은 고귀한 일이다. 필자가 정의하는 학사의 정의는 내가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분야의 전반적인 기초 지식을 살펴보았고, 나의 관심분야에 이론적으로 기웃거릴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주는 자격이다. 분명하게 말해 두어야 할 것은 '자격'이지 '실력'이 아니다. 그러한 자격을 가지게 되면, 스스로 전문분야를 결정하고, 그 전문분야에 대한 현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 제시와 해법을 찾아보는 능력을 키우는 석박사 과정을 공부할 수 있다. 학위는 필요 없고 순수하게 공부를 하고 싶다면, 해당분야 직무교육기관, Youtube 채널, 그리고 대학 공개강의를 수강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학생들이(석박사 포함) 학교 수업 외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Youtube 검색을 통해 지식을 보충한다.
여러분이 장학생이 아닌 이상, 여러분이 받는 혜택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하고 대학을 다니게 된다. 그러므로,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시설과 서비스를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본인의 지적 호기심을 해소해야 한다. 다음 몇 가지 상황들을 참고해서 대학생활을 하기 바라며, 여러분이 납부한 등록금과 투자한 시간이 조금이나마 여러분 경력에 영양분이 되기 바란다.
1. 도서관 (어마어마한 지식 광산) 접수
도서관의 개념이 20여 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거의 대부분의 서적을 내가 어디에 있든지 상관없이 전자서적 또는 PDF 형태로 펼쳐볼 수 있다. (필자는 아직 종이 책을 선호한다.) 여러분이 나중에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을 다니면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국내외 학회지 (저널-journal) 논문(paper) 또는 국제규격 문서를 열람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인이 국제 전기전자 학회 IEEE에서 기준서나 10-15장짜리 저널 논문 한편 다운로드하는데 US $30, 즉 3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에 다니는 여러분은 검색과 즉시 모든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이것은 전문분야게서 직장 생활하는 여러분에게 가장 큰 혜택이다. 논문 한편에 대략 3만 원씩 (국제 기준을 제공하는 문서는 더욱 비싸다) 계산해서 등록금만큼 열람하기 바란다. 여러분이 등록금으로 이미 지불한 것이므로 공짜가 아니다. 당연히 여러분이 거둬야 하는 서비스다.
이 것이 왜 중요하냐면, 전문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여러분의 대학생 친구들은 그 중요성을 잘 인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여러분들에게는 해당분야 논문 및 기준서 열람이 금광이 될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의 대학교가 해당 학과의 학회지나 기준서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강력하게 항의하기 바란다. 한 사람당 몇백만 원씩 등록금 받아서 이런 거 하나 안 해주고 무엇하는 것이냐고 따지기 바란다.
여러분이 혹시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 전문분야에 미숙하다면, 국내외 학회지 논문(paepr) 보다 콘퍼런스 문서(proceeding)를 살펴보기 권한다. 논문은 심도 있는 이론적 배경과 수학적 모델을 많이 포함 하지만, 콘퍼런스 문서를 통해서는 해당분야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2. 여러분이 이미 지불한 혜택 누림
대부분의 학생들은 배고프고 돈이 없다. 그렇기에 경제적 약자인 학생들에게 많은 기업이 제품 사용에 대한 편의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대학에 다니는 여러분들은 값 비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접할 수 있다. 실례로 현재 본인이 다니는 호주 대학교에는 Photoshop, CAD, 회로설계 및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학교 컴퓨터에 인스톨해서 사용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전력시스템 해석과 전자기 해석에 필요한 시가 몇 천만이 넘는 ETAP, PSS/E, Powerfactory, PS-CAD, MATLAB, ANSYS MAXWELL, Altair FEKO 등과 같은 프로그램과 대면할 수 있다.
또한, 학교에서는 학생 개인용 컴퓨터에 설치가 가능한 Microsoft Office와 참고문헌 관리 프로그램 Endnote를 제공한다. (Endnote라는 프로그램은 필자가 매우 사랑하는 프로그램으로 추후 따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한국의 대학들은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것이라 희망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 많은 등록금을 도대체 어디에다 쓰는지 묻고 싶다. 제발 캠퍼스 내 이곳저곳 건물 짓지 말고 최고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바란다.
그리고,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국내외 사회에서 배려받는 경우가 있다. 컴퓨터나 소프트 웨어를 구매할 경우 조금이나마 할인받을 수다. 또한, 여러분이 종사하는 분야의 단체나 학회에 학생회원으로 가입하면 여러 정보와 최신 기술 동향을 알 수 있다. 각종 콘퍼런스 등록비도 학생 할인으로 여러분이 참석할 수 있다. 외국 여행 시 국제 학생증으로 박물관 입장이나 교통비 숙박비 할인 등도 솔솔 하게 챙기기 바란다. 회사를 다니면서 힘들고 피곤하게 학생까지 맡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작은 배려이니 감사하면서 누리기 바란다.
3. 복수 또는 부전공 도전 그리고 청강
앞서 언급하였지만, 여러분이 종사하는 직종과 전공 분야를 맞추는 것이 향후 경력 관리에 유용하다. 자신이 이 공부도 하고 싶고 저 공부도 하고 싶다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도전하기 바란다. 본인의 경우 전기공학을 즐겁게 공부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영상, 조명, 음향 등과 같은 매체(Media)에 관심이 많아 매체공학을 복수 전공하였다. (참고로 복수 전공한 학위는 나의 전기전력 분야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청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문화, 예술 및 인문 분야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면 고품질의 강의를 대학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사진에 관심이 있다 하자. 대부분의 대학에서 사진에 관한 강의 (촬영, 조명 및 디지털 편집 등)가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강의 시간을 파악하여, 강의 시작 전 강사나 교수에서 정중하게 본인을 소개하고 정말로 강의를 듣고 싶다는 표현과 함께 청강을 허락받는다. 의외로 교수나 강사들은 자신의 강의를 청강까지 하면서 듣는 것에 대해 칭찬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뒷자리에 앉아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청강한다. 시, 그림, 인문학, 경제, 심리, 당신은 무엇을 알고 싶은가?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고 자리에 앉길 바란다.
청강과 조금은 다르지만, 교양 세미나도 많이 접할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섭외하기 어려운 인사들의 강의가 있으면 꼭 찾아가서 듣기 바란다. 방학 중이라도, 학교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들이 있다. 학회 콘퍼런스나, 어학 코스 등 찾아보면 챙겨 둘 것이 많이 있다. 꼭 참석해야 하는 세미나가 있는데 일과 중이라면, 휴가나 반차를 내어서라도 발걸음을 옮기기 바란다. 그러한 발걸음 하나하나, 또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여러분의 경력 변화의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해당 분야 권위자 (또는 교수)와 협력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과 다르게, 여러분들은 선 취업을 하고 후 입학을 한 경우다. 즉, 산업계 현장에서 일어 나는 일들을 일찍 맛본 친구들이다. 객관적으로 여러분들이 선 입학한 친구들보다 영어 수학 해독 능력이 뒤떨어질 수 있지만, 현장에서 겪은 성취감, 좌절, 돌아가는 분위기, 같이 일하는 여러 성격의 사람들, 그리고 냄새까지도 여러분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 몇 년 정도 자신의 분야에 정상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궁금한 점도 많아지고 해보고 싶은 것도 생긴다. 그럴 때 대학의 자원(Resource)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인데 그중에도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전공과목 교수님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산업체에서 일하다가 온 옆에 앉은 학생이 될 수도 있고, 세미나 강의를 온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저.. 교수님, 제가 OO 쪽에 일을 하는데요, 그 분야에서 진행되는 연구나 프로젝트에 제가 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현장 경험도 있고 관련 데이터도 가지고 있어서요..."
여러분은 산업체(Industrial)의 자원을 가지고 있고, 교수나 다른 전문가는 학계(Academic) 또는 다른 산업체 분야의 자원을 가지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가 적절히 배합되면 고품질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 중간 다리 역할을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러분에게 위 사항을 언급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어느 정도 해당 직무에 대해 농익었을 때, 어떠한 제품 또는 시스템 개선에 대한 제안을 하거나, 특허를 취득하거나, 새로운 분야 개척을 염려해 두었을 때 굉장히 큰 자산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향후 대학원에 진학 할 의지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5. 마지막으로. 일탈과 연애
위에서 말한 것들은 실천 못한들 어떠할까. 무엇보다 많이 놀고, 망가져도 보고 또 로맨틱한 청춘을 보내기 바란다. 추억이 많은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
맘을다해 드림 withyouma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