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을다해 Aug 18. 2018

1. 더 많이 누림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건네는 인사

"나는 고등학생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당신은?"

 나의 물음에 그분께서는 단호하게 말했다.

 "난, 안가. 거길 다시 왜 가!"

 혹독한 고교 시절을 보낸 그녀의 추억과 유연한 고교 시절을 보낸 나의 추억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2015년 호주 공영방송 ABC에서 한국 입시교육 모습을 흥미롭게 다뤘다. 대부분의 한국 고등학생들은 사설 학원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수능에서 좋은 점수 받아 널리 알려진 대학에 가서 아리따운 외모로 거듭나 결국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멍에를 지고 있다는 측은한 내용이다.


호주 공영방송 ABC 에서 2015년 방영된 한국 교육에 대한 리포트 "Education Gangnam Style" 캡쳐 [1]


 1990년대 중반, 필자는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 분까지' 등교하지 않았고, '조그마한 교실에 갇혀' 있지도 않았으며,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처럼 처절하게 입시를 준비하지 않았다. 나는 중학생 당시 학업이 우수하지도 않았고 대학을 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공업고등학교 시험을 치고, 원하던 전자과에 떨어지고 2차로 지망했던 전기과에 입학했다. 본인이 공고를 졸업하고 일도 해보고 공부도 해보니, 이제는 특성화 (예전에는 실업계 또는 전문계) 고등학생 여러분들을 진심 응원하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 주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


 아래의 통계에서 보듯이 2017년 기준으로 특성화 고교 학생수는 27만 여명, 전체 고등학생 중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지만 16% 이른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그대들이 '16%만큼의 관심과 교육적인 지원을 받고 있을까?' 하는 미심쩍음이다. 100명 중 16명이라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우리는 과연 관심이 있었을까?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 이라 했거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인용), 지식이 교육의 범주를 너무나 많이 차지하고 있다. 과연 여러분들의 미래를 걱정해 주는 관심, 제도 및 어른들이 얼마나 있었나 되짚어 본다.


교육부 2017년 교육기본통계 주요내용 중 [2]


 일반적으로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학교 성적이 저조한 경우, 주변 상황에 어쩔 수 없는 경우 또는 특별하게 대학진학을 위한 예도 있다. 이번 첫 번째 글은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묻는 내용이다.

 "여러분들, 학교생활 잘하고 있나요?"     

 "졸업한 뒤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이죠?"     

 "공부 잘 못 한다고 많은 관심 받지 못했죠?"     

 "친구들은 대학 가서 성공할 것 같은데, 나는 뭐죠?"     

물론 나의 대답은 "괜찮아." 그리고 하나둘씩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응원해줄 이야기는 여러분들이 일반 고등학생들보다 아름다운 것들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딱하지만, 일반계 고등학생들도 참 딱하다. 0교시, 야간 자율학습에 학원/과외에 심야 독서실에서 공부한다. 물론 여러분들도 나름의 고민이 있지만, 대학 입시에 덜 얽매이지 아니한가? 그 시간에 자신이 가슴 뛰는 일을 했다는 것은 성인이 된 후 굉장한 힘이 된다. 추후 대학과 취업에 관해 이야기하겠지만, 진짜 공부는 대학 가서 하는 것이다. 나의 인생에서 공부라는 놈이 나의 시간표 안에 들어왔을 때 대학에 가면 재미있게 날을 새어가며 공부 할 수 있다. 그전에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하기 위해 많이 보고, 듣고, 만나며 나누어야 한다. 즉, 여러분들은 이 기회를 잘 살릴 수가 있다. 내가 과연 무엇에 매료되어 밤잠을 설치게 하는지 차근차근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게임이라 할 것 같아 걱정되긴 하지만)


 또 한가지는, 여러분은 무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특성화 고등학교에 갔고, 그러므로 여러분의 능력은 뛰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위 어른이나 부모가 단정하는 예도 있다. 하지만, 본 게임은 성인이 되어서부터다.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에 신입 및 기존 사원들을 떠올려보면, 업무 능력과 출신학교/성적의 뚜렷한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것은 직장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느끼는 사항이다. 이곳 호주회사에서 근무 하면서도, 다른 나라(우리나라 보다 객관적인 경제 지표가 낮은 나라)에서 온 엔지니어 혹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기술자들의 능력과 지식에 늘 감탄하고 배운다. 여러분들이 한 분야에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유리한 출발점에 있으니 힘을 내자.


2014년 직장 동료들의 근무모습 by 맘을다해


 내가 그러했듯이 여러분도 특별하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특성화 고등학교들 다니고 있을 수 있다. 괜찮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갈 필요도 없고 또한 그럴 수도 없기에, 가장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내가 행복할 것인가 질문해봐야 한다. 예언하자면, 여러분이 성인이 되어 돈을 벌고, 가정을 가지면 본인을 포함 주변 사람 중 행복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출신학교, 대기업, 중소기업, 연봉 액수와 상관없이 자기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다. 마지막 건네주고 싶은 응원의 말은, 그 와중에 여러분들이 행복할 기회를 조금 더 같지 않을까? 그대들이 이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고, 그리될 수 있도록 티끌만큼의 힘을 보내고 싶다. 앞으로 전개될 글들을 통해 취업과 진학, 취업 후 경력관리, 공부, 영어, 해외 취업 그리고 삶에 관한 내용을 경험에 근거하여 자세하게 풀어 볼 것이다. 물론 필자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글을 전달해야 하겠지만, 독자 또한 이 글들이 번듯한 성공을 도와주려는 방법, 남들보다 뛰어나게 해주기 비법을 전수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나의 삶이 다른 사람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여러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 졸업자 그리고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맘을다해 드림 withyoumate@gmail.com



-참조-

[1] http://www.abc.net.au/foreign/education-gangnam-style/6551272

[2] https://kess.kedi.re.kr/post/6661635?itemCode=04&menuId=m_02_04_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