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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을다해 May 20. 2019

1. "무재해 달성" 거짓말 않기.

안전 후진국 벗어나기

* 본 글에 앞서, 글을 통해 한국과 호주의 안전체계에 대한 비교를 통해 한국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에 대해, 분명한 것은 호주 안전체계가 무조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안전 체계가 조금이나마 보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씁니다.*


본인은 "무재해 달성"을 해냈다는 자랑을 신뢰하지 않는다.


일단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첫째, 무재해 달성이 근로자가 아닌 상부 보고용 또는 치적으로 사용된다.

둘째,  원하면 발생된 사고에 대해 '재해'로 카운트하지 않을 수 있다. 즉, 예외가 존재한다.

셋째, Duty of Care 인식이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은 여과 없이 무조건 기록되어야 하고, 근로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되어야 하며, 도급이나 하청회사의 직원들의 사고까지도 예외 없이 기록하며, 인간을 인간으로 취급해야 안전한 사회다. 


그럼 위에서 지적한 세 가지 문제점에 대해 하나씩 풀어본다.


본인이 서울 근교 사업소에서 근무할 때 현관 앞에 전광판에 무재해 일수가 '1,000일'을 넘게 가리켰다. 지금의 기준으로 엉터리고 거짓말이다. 월례 조회, 시무식 또는 종무식 때 사업소장은 직원들에게 무재해 1,000일을 달성하느라 고생했다고 치하했다. 창피한 일이다.

정말 무재해 맞을까? 

본인이 꽤 많은 호주 현장을 다녀본 결과 이 곳의 무재해 달성 일수는 그리 길지 못하다.


이 곳 서부호주에는 광산 회사들이 많다. 대부분의 광산회사들이 말하는 안전은

"일터 왔던 모습 그대로 집으로" 

즉,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다친 곳 없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무실 천장에 형광등 교체하다가 중심 잃고 떨어져 다쳤다거나,

젖은 바닥에 미끄러져서 다쳤거나,

전선에 걸려 넘어졌다거나 코가 깨졌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허리를 다쳤다거나,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려 발가락 골절이 났거나,

현관 철문에 손가락이 끼어 골절이 된 사건들.

(실제 본인이 겪었거나, 목격한 사례)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들이 안전사고로 기록되고 있을까?

(경영진들에게) 안타깝지만 호주에서는 위의 사건들이 제법 심각한 일이다. 따라서 회사에서 책임진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 충분한 교육을 시키고 당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규칙을 어겨 사고가 발생했다면 당사자 책임일 수 있다.

이것이 Duty of Care 다.

회사 측에서는 근로자에게 충분한 안전 설비, 시스템, 장비 및 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있고, 근로자는 안전 규칙을 철저히 따르고 나뿐만 아니라 내 동료들의 안전도 챙겨야 하는 의무가 있다.


호주에서 '안전'이라는 것은 당연히 지불하고 투자해야 할 항목이다.

다른 잡일을 하지 않고 안전 담당자는 안전만 담당한다.

안전이 곧 돈이기에, 회사 측에서는 사력을 다해 안전사고를 방지하고자 애쓴다.

Hazard Report 가 하나의 방법인데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이 시스템이 있다. 위해 설비나 환경을 발견하면 보고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세부사항 (Detail)에서 차이가 난다.


이 곳에서의 실제 보고된 시시콜콜한 Hazard Report 예를 들어 보겠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것들을 보고했다가는 망신당하고, 안전 담당자에게 꾸지람 듣고 자칫 회사 생활이 험난할 수 있다. 또한, 관련자를 색출하여 좌시하지 않고 어떠한 불이익을 선사할 것이다.


* 탕비실(부엌) 싱크대 서랍에 있는 칼의 칼날이 위로 향해 있으니, 찰과상 위험이 있음.

* 작업장 의자 근체 바닥에 원뿔 모양의 금속이 있으므로, 앉을 때 위험할 수 있음.

* 화장실 변기가 제대로 청소되지 않아 위생불량으로 인해 질병이 우려됨.

* 작업장 근처 바닥이 꺼져 있어 걸려 넘어질 수 있으므로 바리케이드로 구획해야 함.


Hzard Report의 목적은 윗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무재해 달성이 아니라, 직원들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위험을 인지시키고 그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다.


[Hzard Report 서식]


이러한 외적 상해에 대해 신경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상해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직원들의 심적 건강을 위해 심리상담 클리닉과 협약하여 직원들이 우울증, 자괴감 같은 것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을 한다. (실제 사용한 적은 없으나 본인이 근무하던 50인 규모의 사업장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이 곳에서는 작업 장안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 자사 직원, 하청 회사 직원 및 방문자까지 예외 없이 모두 기록된다. 즉, 자사 작업장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그 회사는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 반면, 내가 목격한 한국의 경우는 매우 다르다. 자사 직원이 상해를 입은 것은 최소한으로 덮고, 현장 작업자 (대부분 협력 또는 하청 회사 직원)의 경우... (직설적 표현이지만) 한 사람이 죽거나 아주 크게 다치지 않으면 무재해 일수는 바뀌지 않는다. 즉, 인간을 인간답게 대하지 않는 것이다. 이 곳 호주는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있다. 그중 어느 나라는, 그냥 동네 사람 데려다가 현장일 시키고 만일 큰 일 나면 돈 물어주고 또 데려다 쓰는 게 공사비 절감에 유리하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까지는 아니지만,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가지고 직급이나 소속의 잣대를 대지 않았으면 한다.

 호주 회사들이 인류애에 기반한 것이 아닌, 안전사고 시 발생하는 천문학 적인 지불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안전관리 힘쓴다고 해도,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방법이 훨씬 근로자에겐 인간적이다. 


 이제, 사장님 웃음 짓게 만드는 "무재해 일수" 달성 보다, 근로자들이 심각하게 마음에 심길 수 있는 무재해 달성을 기대한다.



맘을다해 드림 withyouma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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