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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을다해 Feb 05. 2024

Australia 대학에서 일

저물어 가는 나의 생각

 Austraila 대학교에서 직원은 크게 두개의 직군으로 나뉜다. 행정업무나 학생들의 수업과 연구가 잘 진행되도록 지원해주는 행정(Admin) 또는 기술(Technical) 직원과 학생들을 가르치거나(강사진) 연구를 시행하는(전임 연구원) 직원들이 있다. 특히 강사진은 역량이나 경험에 따라 Associate Lecturer, Lecturer, Senior Lecturer, Associate Professor, 그리고 Professor로 우리나라 말로 옮기자면 강사, 선임 강사, 부교수, 교수 정도 있다. 현지 등급으로 분류하면 Lecturer A, B, C, D, E구분된다 (높고 낮음으로 굳이 표현 하자면 A가 낮고 E가 높음).


 나는 지난 20여년 간 산업계 (Industrial)에서 일을 하다가 마흔 즘인 4년 전부터 Western Australia 있는 대학교에서 Lecturer 로 학생들을 가르치고(Teaching) 연구(Research)를 병행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학 입학과, 석사 그리고 박사 과정을 연속적으로 거치고 바로 대학교 강사가 되기에, 나와 같은 경력을 가진 이는 매우 드물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강사진들은 학계 (Academic)에서 이미 많은 경력을 쌓아, Senior나 Professor의 포지션에서 일을 한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많이 늦기에 거쳐야 할 단계가 많지만 내가 택한 것이니 적당히 다른 사람을 부러워 하고 내 스스로에게 응원을 해야 할 상황이다. 그리고 그 상황이 나쁘지 않고 소소한 행복함이 있다. 

 

 학교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내 나이 듦과 생각이 저물어 가는 자각이 굉장히 크게 올 때가 많다. 이 곳의 대학교만의 풍경인지 모르겠지만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이렇다.


 이 곳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상태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시험이나 과제물 제출일을 연기해준다. 

 시험 당일이나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경우에 의사 소견서를 첨부하면 다른 날 시험을 볼 수 있다. 또한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추가의 시험시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시험과 과제 압박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좋은 제도다. 다만 시험을 출제하는 사람의 경우, 또 다른 시험 문제를 준비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좋은 취지의 제도를 악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있으니, 매 시험마다 연기신청을 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 아프다는 사람에게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의사 소견서가 첨부된 연기신청을 거절하기는 어렵다. 이 곳 의사들도 환자가 아파서 시험을 못 보겠다는데 꾀병 이라고 소견서를 써줄 수도 없을 것이다. 어느 학생은 시험 연기 신청을 하고, 다름 시험 일정 때 다른 연기신청, 또 연기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시험은 둘째 치고 옛날 사람인 나는 걱정이 된다. 이 학생이 졸업하고 험하고 매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아플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고 배려 받아야 하지만, 매번 반복될 경우 직장이나 상대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으니 말이다.



 또 하나는

 학생들이 전공책을 들고 다니지 않고 발췌한 부분 위주로 공부를 해서
두꺼운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나는 옛날 사람. 학기초에 전공책을 모두 사려면 그 돈도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그 책이 영문이라면 도저히 내용을 이해 할 수 없어서 번역본도 함께 구매 했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종이책을 선호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들은 종이 책을 구매 할 필요가 없다. 강사가 제공하는 Learning Materials (파워포인트 강의 노트, 문제 풀이, 매뉴얼 등)이 있고, 특별히 왠만한 전공책들은 전자 도서관을 통해 통째로 PDF 문서를 다운로드 해서 볼 수 있다. 그 종이책이 뭐라고 아쉬운 점은 있지만, 어마어마한 학비를 낸 학생들에게 모든 전자책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책장 넘기는 대신 찾기 기능을 이용해 필요한 부분만 쓱싹 소화하고 텍스트나 이미지 복사를 이용해 이것 저것 검색을 할 수 있으니 효율적인 공부가 가능 할 것이다. 또한 대부분 학생들이 강의 시간에는 하얀 전자 펜으로도 태블릿 유리위에 필기를 한다. 나는 아직도 검정 파랑 빨강 펜으로 글, 수식 등을 쓰고 스캔을 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조만간 나도 바뀌겠 으나 학생들이 손 글씨자료를 싫어하지는 않은 것 같은 나만의 느낌이 있다.


 마지막으로 

강의시간에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

 코로나 이 전에도 강의는 실시간으로 학생들에게 중계되고 녹화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 후, 굳이 학교에 와서 참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많이 자리 잡았다. 이 곳 학교에서는 강의시간 출석을 점수에 반영하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출석점수를 메기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학생이면 성인일 텐데 비싼 등록금을 내고 직접 와서 강의를 듣던지 온라인으로 중계를 보든지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직접 와서 눈도 마주치고, 대화도 하고 질문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학위가 목적이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학위를 취들 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나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을 기말고사 때 한번 본다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다. 또한 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일 말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졸업 작품, 연구를 Supervising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주간 미팅을 요청한다. 사실 재미가 좀 없다. 중간 매개체라는 뜻의 Media(서로를 연결도 해주지만, 반대로 서로를 격리 시킬 수 있는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눈 빛 마주 치면서 그 눈 빛 너머의 표정도 읽어야 마음이 노이는 나의 성향이 바뀌긴 어려울 듯 하다. 



 요즘은 낭만이 없다고 들 하지만, 그들 만의 낭만이 쌓일 것이니 그 것이 무엇이 될지 궁금하기는 하다. 




 이 글을 시작으로 하나 둘 씩, 이 곳 학교에서 일하는 모습을 적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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