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과 대학진학
우리가 먼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여러분은 일반고 학생들과 다른 출발선에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곳에 있다. 즉, 여러분에게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일반고 학생들의 것과 비교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여러분만큼은 ‘좋아하는 것’과 ‘좋아 보이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했으면 한다 [1]. ‘좋아 보이는 것’을 쫓아가는 탓에 지금 대부분 학생이 불행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는 지경이 되었다. 물론 지금 학생들 가운데, 성적에 맞춰서 또는 취업이 잘 된다기에 특성화고등학교에 발을 담근 학생들도 다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첫 장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들도 시간적, 심적 여유를 가지고 가슴 뛰는 일을 찾는 기회가 더 많이 가질 것이다. 앞으로 계속될 글들은, 여러분이 졸업 후 취업한 상황을 가정하겠다. 글의 초점은 “지원한 회사에 어떻게 합격하는가?”가 아닌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후의 생활에 맞춰 있다. (입사를 위한 비결이나 실전 전략을 알고 싶으면 별도의 전문정보를 찾아보길 권한다.)
대학진학은 필수가 아닌, 여러분 인생 시간표 속 안에 있는 선택이다. 이 말은 대학이 여러분 시간표에 없을 수도 있다. 고졸과 대졸자의 연봉 차이, 사회적 시선과 같은 접근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논하자면 이렇다. (나중에 해외 취업과도 연관이 있다) 공업분야의 경우 내가 대학을 가지 않고 테크니션(Technician, 기능인) 으로 한 분야의 고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관련 학과의 대학을 졸업해서 엔지니어(Engineer, 기술자)로 경력을 쌓을 것인가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엔지니어와 기능인의 구분이 모호하다.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 않아도 엔지니어로 활동 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관련 학과의 학부 졸업장(Bachelor degree)이 없으면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테크니션과 엔지니어를 사회적 지위로 구분하지 않고, 오히려 테크니션의 일당(시급)이 엔지니어보다 높은 예도 있다.
꺼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여러분이 특성화고등학교를 선택했다는 것은 "현장에서 땀 흘리며,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보겠다. 그 가치가 대학진학보다 우선이다."라고 (어린 나이에) 동의를 한 것이다. 그렇기에 대학가는 친구들, 그들의 ‘좋아 보이는 것’들에 대한 동경과 자격지심은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응원의 말을 건넨다.
첫째, 고등학교에서 전문 기술을 익히고, 실무 경험이 많은 여러분이 일을 잘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회이지만, 그것은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며 지금 필자의 세대들이 해결해 주어야 할 숙제다) 대학이 아닌 취업을 선택한 여러분은 대학을 다니는 만큼의 노력과 고뇌를 일터에서 할 것이며, 그만큼 사회에 공헌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학 졸업과 탁월한 업무 능력은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질문하고 많이 해 본 경험이 탁월한 업무 능력과 관계있다. 즉, 여러분은 잘 할 수 있다. 주눅 들지 말고 대학교 졸업한 친구나 동료들과 당당히 협력하기 바란다. 당신이나 나 또한 모르는 것이 있고, 나보다 많이 알면 누가 되었든 그들로부터 배우면 되는 것이다.
둘째, 여러분이 향후 대학에 가게 된다면, 특성화고 선행학습 덕으로 대학에서 배울 과목을 한번 훑어본 셈이다. (관련 학과에 진학하게 되는 상황에 해당한다) 여러분이 특성화 고교를 다니면서 배운 내용은 대부분 대학교수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감수한 것이다. 특성화 고교 교과서는 최대한 쉬운 내용으로 여러분이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그 교과서에는 미분, 적분과 같은 복잡한 수학기호가 많이 생략되었지만, 가장 기초적인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손색이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기술사 혹은 기능장 같은 국가 기술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특성화고 고등학교 교과서를 필독한다. 본인도 대학교 실험 조교 (Lab Supervisor)로 수업을 진행하기 전 관련 항목을 교과서에서 복습한 후 영어자료와 비교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고등학교 교과서를 읽고 있으면 “내가 이렇게 중요한 것도 배웠어?”라고 흠칫 놀랄 때가 많다. 따라서, 여러분 고등학교 교과서를 버리지 말고 나중을 위해 잘 챙겨 두길 바란다.
셋째,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천천히 걸어가도 된다. 나의 이야기를 꺼내자면, 공업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입사 전 고3 한 해 동안 현장 실습을 했으니 정규 고등학교 과정은 2년을 마친 셈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국내외 18년 정도 직장생활을 계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흔이 다 되어가는 때에 직장생활을 멈추고 공부를 하고 있다. 산업계에는 빨리 발을 담갔으나, 학계에는 이제 초년생도 되지 못한다. 늦어도 많이 늦은 셈이다. 공부하는 바람에 많은 경제적, 시간적 및 경력의 손실을 보고 있는 듯하나, 나의 분야에 관련된 비밀들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직장을 다시 얻을 수 있을지, 학계에 발이나 내밀 수 있을지, 다시 모든 것이 불안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일을 해보고 공부도 해보니, 하나의 확신은 서게 되었다. 생계가 가능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해봐도 되겠다. (이것은 나보다 가족들의 희생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러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만 스무 살이 안 된 나이다. 10년 동안 많은 일을 통해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찾았다면 서른 살 전 이른 나이에 선물을 받은 것이고, 못 찾는다 해도 그래도 서른 살이니 다시 생각해봐도 그리 늦지 않은 시기다. 시간은 여러분에게 맞춰져 있으므로 상대적이며 주관적이다.
여러분이 취업을 통해 생계가 해결되고, 또한 그 장기적인 과정을 통해 내 마음에서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찾길 바란다. 그것을 가꿔 나가는 천만 가지 방법 중 몇 개의 방법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다음 장에는 (본인이 취업 후 학업을 진행한 사례이기에) 취업한 후 대학진학에 관해 이야기한다. (참고로,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한 분야에서 정통한 전문가의 사례를 많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성화고 졸업자로서 대학진학 시 어떠한 것들이 고려되어야 하는지,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 어떻게 보탬이 될 것인지 살펴본다.
맘을다해 드림 withyoumate@gmail.com
참조
[1] https://www.youtube.com/watch?v=4OLsMDN8gFA 세바시 69회, "열정, 권태, 그리고 성숙" 김창옥편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