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학생들의 10년 경력관리
여러분이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하는 귀로에 놓이게 된다. 한 가지는 "경영"의 길이요, 다른 하나는 "기술"의 길이다. 두 가지가 존중되어야 하고 동등한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여러분들에게는 "기술"의 길을 걸어가 줄 것을 기대한다. ("기술"이 아니어도 본인이 발을 들여놓은 분야에서만큼은 전문적인 인력으로 성장해 주길 바란다.)
직장이 안정적이어서 정년까지 보장된다면 여러분이 이직할 때 필요한 자신만의 카드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기계발을 하지 않고 정체하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며 행복해지는 하나의 방법임을 깨달았다. 반면 시간이 지나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거나, 삶의 쉼표 또는 파도를 거친 뒤 다시 취직을 하고 싶은 경우, 본인만의 주특기가 있어야 원하는 자리에 도전할 수 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와 여러분은 학력과 배경으로 접근하기보다, 경험과 실력으로 그 자리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참고로 이번 장부터는 특성화고 출신뿐만 아니라 사회에 막 발을 들인 초년생들에게 경력관리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초점을 맞추었다. 다만, 특성화고 출신 여러분들의 경우 뒤에서 설명되는 10년이 (남자의 경우 군 복무기간을 포함하면 12~13년) 다른 이들보다 소중하게 여겨질 수 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한 여러분의 2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필자가 어떠한 것을 제안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Software Tool 하나를 10년 동안 내 것으로 만든다.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기술직에 있어 경력의 양 날개가 있다면, 하나는 소프트웨어 툴(Software Tool) 사용일 것이요, 다른 하나는 수학(Mathematics)이다. (혹자는 영어, 인적 관계 형성 또는 자격증 등 다양한 것들을 중요하다 여길 수 있다) 여기서 수학 능력은 직무 중 발생하는 현상을 수를 가지고 해석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특성화고 출신인 우리에게는 까다로운 요구사항인데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필자의 경력에 있어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한 가지의 Software Tool을 몸에 익은 공구 다루듯이 익히지 못한 것이다. 나의 20대 시절 누군가 내게 "OO 씨! 본인 업무를 보다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응용하려면 이 소프트웨어 툴을 꼭 알아야 해!" 이 한마디를 해 주었더라면 하는 남 탓을 해본다. 혹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내게 실제 말을 건넸을지도 모른다. 내가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분에게 간곡히 추천한다.
"여러분, 본인 업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툴 하나를 10년 동안 천천히 자기 것으로 만드세요!" 말하고 싶다. 다시 한번! 본인이 쥐고 있는 마우스와 단축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소프트웨어 툴을 10년 뒤에 소유한다면, 여러분은 대단한 경력의 날개를 장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계를 다루는 분야라면 CAD, 유체해석, 3D 설계 등, 전기를 다루는 분야라면 전력계통 해석, 고장해석, 전력기기 설계 등이 있을 것이다. 기계, 전기 분야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몸담은 또는 여러분이 관심이 가는 분야에는 분명히 주로 쓰이는 소프트웨어 툴이 있다. 사무직인 경우에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MS 액셀만 잘 사용하여도 웬만한 값비싼 분석 툴 못지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중에 하나를 택하여 10년 동안 친구 삼기를 바란다. 하다못해 여러분이 작성한 보고서에 간단한 소프트웨어 툴 결과를 첨부하면 그 보고서의 품질과 객관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극단적이지만 필자는 특성화고등학교 3년 동안 하나의 소프트웨어 툴을 기반으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전문 교육을 시행한다고 하면 찬성할 것이다.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전문분야 국제 콘퍼런스에 발표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향후 어떠한 기술과 어떠한 시스템이 주를 이룰지 가늠할 수 있다.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Big Data를 이용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직업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다. 결론은 (인간적으로 그리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최신 기술에 내가 대체될 것이냐 아니면 최신 기술을 구현하는 "그 기술"을 보유할 것이냐 선택해야 한다. 여러 방법이 있긴 하겠지만, 우리가 개발 소프트웨어 (예를 들어, 파이선, C언어, 자바 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하나는 꼭 내 것으로 만들기 권한다. 한편, 자신의 분야에 구직 내용을 살펴보면 특정 소프트웨어 사용을 우대하는 예도 있는데 천천히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여러분이 일하는 사업장을 살펴보면,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소프트웨어 툴 하나는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Trial 버전 또는 학생 버전 등을 이용해서 익히는 방법도 있다. 만약 여러분이 학업을 병행한다면 학생 신분으로 많은 소프트웨어 툴을 접할 수 있으니 그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매트랩(Matlab) 같은 경우 학생일 경우 10-20만 원대로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Tool Box (특정 분야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모듈 - 기술, 금융, 사회, 의학, 기계, 화학 등등 모든 거의 분야의 Tool Box가 마련되어 있다.)를 구매하여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이나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내가 가슴 뛰고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돈과 시간을 지불하는 것이 아까울까? 여러분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내 것이 됨을 기억하자. 또한 중요한 것은 이러한 Software Tool 사용은 직무에 관한 지식과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반대로, Software Tool을 사용하다가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을 보완하면서 직무 실력을 키울 수 있다.
2. 10년 동안 3개의 사업(프로젝트)을 주도적으로 처리하거나, 그것에 참여한다.
눈 한번 깜짝하면 10년이 금방 흘러있다. 20대 초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딱히 정의할 수 없는 직무만 수행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향후 이직이나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면 본인의 10년은 당신의 경력에서 헛되지 않아야 한다. 처음 입사하여 2-3년간은 여러분이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어떻게 해서든지 본인이 책임지고 시행하는 일에 개입해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약 7-8년 동안 적어도 3개 정도의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거나 또는 그 업무에서 핵심적인 인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10년 동안 반복적 (Routine) 업무를 시행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본인이 사업의 제목을 만들어야 한다. 즉, 본인이 계획하고 시행하고 마무리한 프로젝트(사소하더라도) 3개 정도는 마련해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분야 교대근무에 종사하는 경우, 한 개는 건물내 에너지 절약을 제안하고 시행, 한 개는 현장과 계측 데이터 비교 분석, 나머지 하나는 어떠한 고장에 대한 분석 및 해결을 들 수 있다. 한마디로, 여러분이 수동적으로 그 업무에 개입되지 않는다면, 본인이 능동적으로 사소하더라도 제목(프로젝트 타이틀)을 만들고 수행한 것을 기록해야 한다.
이 것은 나중에 해외 취업과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 경력을 쌓고 타국에서 경력을 인정받고 싶은 경우, 해당 심사 기관에서 여러분이 그동안 어떠한 일을 수행했는지 물을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3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3. 10년 동안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여러분은 10년 동안 그 전문가를 수소문해서 어떻게든 이메일 한번 정도는 보내고 조언을 구해보길 바란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콘퍼런스 또는 교육에 참석해서 건전한 인맥을 형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건전한 인맥이란, 여러분이 전문 분야에 있어 의견을 구하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약 5천만 명, 전 세계 인구는 70억이 넘는다. 확률적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가 우리나라보다 다른 나라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분에게 해당분야 콘퍼런스 참석을 권하는 것이다.
10년 정도 한 분야에 종사하면서 이러한 학회, 콘퍼런스 또는 교육에 참석하다 보면, 많이 거론되는 이름이 있고 많은 질문에 답하는 이름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임무는 그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합법적으로 훔쳐오는 것이다. 여러분이 많이 준비될수록 더 많은 것을 훔쳐올 수 있다. 여러분의 진심과 노력을 보여준다면 그 사람들도 기꺼이 여러분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하나는 어떻게 학회나 콘퍼런스에 참석할 것이며, 또 하나는 어떻게 다른 나라의 전문가들과 영어로 소통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다음 장에서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전공과목 선생님이 아닌 국어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희들은 땀 흘리며 일하는 작업복을 입어도, 뒷 주머니에 시집 하나 품고 다니는 일꾼이 돼라"
10년 동안 열심히 본인의 분야를 갈고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자가 가장 권해주고 싶은 것은 아마도 이것이다. 10년 동안 본인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예술을 하나 만들라고. 음악, 글, 미술, 사진, 영화, 춤 등등 아름다운 것들을 꼭 누리는 10년이 되기 바란다.
맘을다해 드림 withyouma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