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학생들의 해외취업 준비
해외 취업을 이야기할 때는 유난히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필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외취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과 유별남이 전해질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국내 취업과 해외취업은 여러분의 선택사항이며 어느 선택이 더 나을지는 여러분의 몫이다. 필자는 물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있는데, 한국에서나 사방이 바다인 호주에서나 수영을 두려워하는 것은 마찬가지며, 해결 방법은 물 위에 뜨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즉, 일하는 장소와 상관없이 여러분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누리는 길을 터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해외 취업의 첫 발'로 필자는 컨퍼런스와 교육을 꼽았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어학도 중요하고 멋진 경력으로 가득 찬 이력서(Resume 혹은 CV)도 중요하다. 하지만, 필자가 권하는 해외 취업의 첫걸음은 "가서 보고, 맛을 직접 느끼라'는 것이다. 앞서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이 여러분에게는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는 20대 또는 30대의 시간이 있다. 따라서, 일단 자신의 분야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귀도 듣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마지막으로 무엇이 나를 흥분시키는가 가슴에 담아야 한다. 이것들은 여러분이 앞으로 일하는 데 있어 거대한 원동력이 되고 어학, 경력관리 등과 같은 사항을 준비시키는 원천이 된다. 지금부터 필자가 제안하는 '해외 취업 첫발을 위한 컨퍼런스와 교육 참여'에 관한 내용은 국내 컨퍼런스나 교육에서도 통용되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1. 어떤 컨퍼런스 또는 교육을 참석해야 하나?
우선, 여러분이 어떤 컨퍼런스나 교육을 가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있다. 좋은 방법은 여러분이 관심 있는 분야에 사용되는 기기나 소프트웨어의 제작사(Manufacturer)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Event" 또는 "Training" 항목이 있을 것이다. 아주 영세한 제작사보다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회사가 컨퍼런스나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한다. 제작사의 컨퍼런스 경우 전문적인 직무교육(Tutorial Session)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며, 같은 제품을 쓰는 사용자(Peer)들을 만날 수 있으므로 여러분 직무 향상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지금 구글에서 "Auto Cad Conference"를 검색(필자는 오토캐드를 전혀 모름) 하니 제작사인 Auto Desk에서 컨퍼런스 일정이 게시되어있고, 2019년에는 Internationa CAD Conference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것으로 검색이 된다. 즉, 검색해보면 자신이 참석 가능한 일정을 알 수 있다.
또한 학회 컨퍼런스를 검색해도 된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전기전자 분야에 몸 담고 있다면, IEEE나 대한전기학회 등에서 개최하는 정기 컨퍼런스가 있다. 다만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은, 학회 컨퍼런스의 경우 직무적(Practical)인 내용보다 학술적(Academic)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향후 어떠한 기술이 주를 이룰 것인가 알아보고 싶거나, 회사에서 일도 하고 대학을 다니고 있다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위의 경우 기계와 전기전자 분야를 예를 들었지만, 구글이나 기타 검색 엔진을 통해 찾아보면 여러분이 관심 있는 분야의 컨퍼런스나 교육을 반드시 찾을 수 있다.)
2. 컨퍼런스나 교육은 내 돈으로 자유여행을.
여러분이 참석하고 싶은 컨퍼런스나 교육이 있으면 회사는 여러분을 '안'보내준다. 여러분을 보낼 특별한 사유가 없을 수 있고,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회사를 탓하기보다 여러분의 돈과 시간을 지불하길 권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이 있으면 기꺼이 돈과 시간을 지불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과 같은 경우 재정적으로 많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최근에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도 많은 컨퍼런스나 교육이 개최된다. 여러분이 참석하고 싶은 컨퍼런스나 교육을 선택하였으면, 회사에 휴가를 내고, 가장 싼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여 가장 싼 숙소를 찾는다. 회사에 휴가를 낸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냐 하면 '네가 나를 보내 주지 않으니, 내가 당당히 내 돈 주고 가겠다. 더 이상 묻지 말아라.'라는 의사 표시다. 또한 20대 또는 30대 초반인 경우 동행하는 사람과 없이 혼자 여행을 하게 될 텐데 혼자 고생하는 것은 기꺼이 감당할 수 있으므로 가장 저렴한 항공권과 숙박을 권하는 것이다. 비행기의 경우 완행 비행기가 저렴하다. 여러분에게는 더 좋을 수 있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곳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면서 여행할 수도 있다. 숙박의 경우 여러 명이 한방에서 자는 Backpaker나 Youth Hostel 등을 이용해도 무난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다고 이야기하면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놀러 가는 구만!" 맞는 말이다. 컨퍼런스는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발표하고 그에 관해 이야기 한 다음 나머지 시간은 주변 구경하고 논다. (실제로 컨퍼런스를 홍보할 때 지역 관광지를 함께 홍보한다.) 회삿돈이나 나랏돈으로 놀기만 하고(컨퍼런스에 참석하지 않고 그 시간에 다른 여가활동을 즐김을 의미함) 돌아간다면 그건 나쁜 것이다. 하지만, 내 돈 주고 내가 가서 내가 배우고 놀고 오니 떳떳할 수 있다. 오히려 필자의 경험으로 내 시간과 돈을 주고 참석했기에 컨퍼런스나 교육에 대한 집중도가 훨씬 높았다.
형편상 어떤 이에게는 해외 컨퍼런스 참석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럴 경우 국내 컨퍼런스나 교육이라도 꼭 참석해 볼 것을 권한다.
3. 신세를 질 때는 확실히.
컨퍼런스나 교육 참석 시 크고 작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 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세를 져야 할 경우도 있다. 컨퍼런스, 교육 및 학회에 참석하기 위한 등록비도 만만치 않게 비싸다. 이럴 때는, 담당자에게 참가비나 등록비가 할인 또는 면제될 수 있는지 진심을 담아 물어본다. 정말로 되는 경우가 있다. 간단한 예로 이렇게 이메일을 보내 본다.
Dear whom it may concern,
My name is OOO working for OOO in Korea (studying at OOO University).
I am very interested in the conference held in OOO by your company.
I have decided to travel there to attend the conference however I need to arrange all the stuff without any financial support.
If it is possible, could you please waive or discount the registration fee for me?
I thank you for your kindness and consideration regardless of your decision.
Respectfully,
OOO
담당자분께,
제 이름은 OOO이고 현제 한국의 OOO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OOO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귀사가 OOO에서 주최하는 이번 컨퍼런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 참석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경비를 포함한 모든 사항을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컨퍼런스 등록비를 면제해 주시거나 할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귀하의 결정과 상관없이 친절과 배려에 감사들 드립니다.
필자의 경우 실제로 등록비 면제를 받은 경우가 있다. 또한 안면이 있는 다른 분과 방을 함께 쓰는 신세도 졌다. (최근에는 안타깝지만 신세를 지는 것도 법으로 제제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젊은 여러분이 열정을 보이면 그에 대한 페이(Payment)는 가진 자 또는 높은 자들이 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런 순수한 열정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 다만, 신세를 졌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 즉, 여러분이 전문가로 성장한 다음 그때 다른 이의 열정에 대한 페이를 지불해야 한다.
4. 컨퍼런스나 교육전 반드시 질문을 준비.
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컨퍼런스나 교육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일과 중에는 최선을 다해 질문하고 그 후에는 최선을 다해 즐겨야 한다. 그곳에 가기 전 반드시 한 장으로 여러분의 질문을 적어 가도록 한다. 영어가 자신이 없어도 괜찮다.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적어 간다. 동일 분야에 있는 전문가라면 어느 정도 여러분의 질문을 간파할 수 있다.
컨퍼런스나 교육 시행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있다. 그때가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미리 준비한 질문 종이를 들고 전문가로 보이는 또는 방금 발표를 마친 이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질문을 건넨다. '내가 당신을 존경합니다'의 가장 좋은 표현은 그 사람에게 그 분야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분의 질문에 친절히 답하고 황송할 정도로 심각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하찮은 질문은 없으니 본인이 확실히 모르는 것이 있다면 주저 말고 질문하도록 한다. 또한, 영어가 능통하지 못해 답변 내용을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Can I ask further questions via email? 이메일로 다른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물어보면 이메일 주소를 알 수 있다. 가장 좋은 답변은 가장 좋은 질문이 있어야 가능하다. 필자의 경우 사람의 눈을 보고 질의응답을 하면 그 순간은 확실히 각인이 된다. 아직도 10여 년 전에 질문하고 답변받았던 내용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커피 한잔을 들고 멀쑥하게 그리고 정중하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며 주머니에 있던 질문지를 펼쳐 보이길 바란다. 질문을 받은 당사자는 당신을 존중할 것이다.
5. 돌아와서 반드시 연락 그리고 또 참석.
앞선 5장에서 '건전한 인맥'을 구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나열한 방법으로 컨퍼런스나 교육을 통해 건전한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연락처가 있다는 것은 경력에 있어 중요한 능력이다. 컨퍼런스나 교육에서 돌아와서 답변을 해주었던 사람, 신세를 졌던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감사를 표하고 나서 여러분이 어떠한 책이나 문헌을 찾아봐야 하는지 조언을 구한다. 이 의미는 "내가 이 분야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스스로 공부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도와주십시오."라는 표현이다. 그러면 추후에 지속적으로 그 분야에 대한 깊은 대화가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같은 컨퍼런스를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것을 권한다. 몇 년 다니다 보면 만다던 사람을 또 만나고 그 분야에 대한 주요 인사와 관심사들을 알 수 있게 된다. 매년이 힘들면 2-3년에 한 번씩이라도 다시 한번 찾아가 보록 한다. 자연스레 최근 동향과 취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뜻밖의 뉴스를 접할 수도 있다.
필자가 컨퍼런스에 처음 가보았을 때 상반된 두 가지를 느꼈다.
"와! 대단하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모든 사람에게 통용될 수는 없겠지만, 여러분도 이 두 가지 느낌, 배우려는 자세와 덤비려는 자신감을 가져보기 바란다.
맘을다해 드림 withyouma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