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첫 단추 잘못 끼우면 큰일 나나요?
감사한 기회로 모교인 홍익대학교 디자인과 학생분들에게 특강을 할 기회를 가졌다. 공부했던 곳에 다시 돌아가 후배분들을 만나보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고, 커리어 여정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브랜딩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강의 중에 나누었던 이야기 중 한 가지를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때, 주변 선배들과 어른들이 "첫 직장이 중요하다"라는 의미로 특히나 많이 해 주셨던 말이었다. 디자이너로 어언 10년을 가까이 보낸 지금 나의 커리어 여정 및 주변의 여정을 돌아보았을 때, 과연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했을까?
물론, 옷을 입을 때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단추와 단추 구멍의 상관관계는 딱 한 가지로 정해져 있으며,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 단추들이 갈 길을 잃어 결국 모든 것을 풀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 인생의 첫 스텝과 다음 스텝의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삶과 여정은 단추길처럼 하나로 정해져 있지가 않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했던 이야기 있다.
지금 여러분이 미래를 내다보며 점을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지나 뒤돌아볼 때야 그 점들을 이을 수 있어요. 그러니 미래에 현재의 점들이 어떻게든 이어질 거라는 것을 반드시 믿어야 합니다. 그것이 여러분의 직감이건, 운명이건, 삶이건, 카르마건, 무엇이든지요. 당신의 점들이 후에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여러분의 가슴을 따라 살아갈 자신감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험한 길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것이 인생의 모든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Because believing that the dots will connect down the road will give you the confidence to follow your heart, even when it leads you off the well-worn path. And that will make all the difference.
궁극적으로, 우리의 모든 발걸음(dots, buttons, steps)은 모두 이어지게 되어있다. 하지만 그 길이 세상이 정해놓은 단 하나의 길이 아니다. 그러니, 첫 단추는 어떻게 끼워도 괜찮다. 다만, 첫 단추에서 다음 단추로 넘어갈 때, 나만의 여정을 기억하고 아끼고 다듬어가며 나아갔으면 좋겠다. 세상이 정해놓은 단 하나의 일직선이 아니어도, 굽이굽이 구부러지는 길이어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좋다. 그 구불구불 구부러진 길이 오직 나만이 공유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