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보안법위반·강요·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증거인멸(인정된죄명:증거인멸교사)·증거은닉(인정된죄명:증거은닉교사)·공무상비밀누설]〈항공기 탑승구 복귀 사건〉[공2018상,252]
【판시사항】
[1] 항공보안법 제42조에서 정한 ‘항로’의 의미 /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경로가 위 ‘항로’에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2] 갑 항공사 부사장인 피고인이 외국 공항에서 국내로 출발 예정인 자사 여객기에 탑승하였다가, 담당 승무원의 객실서비스 방식에 화가 나 폭언하면서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하기 위해, 기장으로 하여금 계류장의 탑승교에서 분리되어 푸시백 중이던 비행기를 다시 탑승구 쪽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였다고 하여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푸시백 중이던 비행기를 탑승구로 돌아가게 한 행위가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항공보안법 제42조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조 제1호는 ‘운항 중’을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로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항공보안법에 ‘항로’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정의한 규정은 없다.
(나)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아니한다. 법률을 해석할 때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 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러한 해석 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항로를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공로)’로 정의하고 있다. 국어학적 의미에서 항로는 공중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항공기 운항과 관련하여 ‘항로’가 지상에서의 이동 경로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 예를 찾을 수 없다.
(라) 다른 법률에서 항로는 ‘항공로’의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구 항공법(2016. 3. 29. 법률 제14116호로 폐지) 제115조의2 제2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이 항공운송사업자에게 운항증명을 하는 경우 ‘운항하려는 항로’ 등 운항조건을 정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조문의 내용을 물려받은 항공안전법(2016. 3. 29. 법률 제14116호) 제90조 제2항은 ‘운항하려는 항로’를 ‘운항하려는 항공로’로 바꾸었으므로, 여기에서 ‘항로’는 항공로와 같은 뜻으로 쓰였음이 분명하다. 항공로의 법률적 정의는 ‘국토교통부장관이 항공기 등의 항행에 적합하다고 지정한 지구의 표면상에 표시한 공간의 길’로 규정되어 있으므로(항공안전법 제2조 제13호, 구 항공법에서의 정의도 같다), 항공기가 비행하면서 다녀야 항공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항로가 법률용어로서 항공로와 혼용되기도 한 것을 볼 때, 입법자도 항로를 공중의 개념을 내포한 단어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마) 반면에 입법자가 유달리 본죄 처벌규정에서만 ‘항로’를 통상의 의미와 달리 지상에서의 이동 경로까지 포함하는 뜻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입법자료는 찾을 수 없다.
본죄는 항공보안법의 전신인 구 항공기운항안전법(1974. 12. 26. 법률 제2742호) 제11조에서 처음으로 범죄로 규정되었다. 구 항공기운항안전법의 제정과정에서 법률안 심사를 위해 열린 1974. 11. 26.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은, 본죄의 처벌규정에 관하여는 아무런 논의가 없어서 ‘항로’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직접적인 단서가 되기 어렵다. 다만 제안이유에 관한 설명을 보면, 민간 항공기에 대한 범죄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에 우리나라가 가입한 데 따른 협력의무의 이행으로 범죄행위자에 대한 가중처벌규정 등을 마련하기 위해 구 항공기운항안전법이 제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바) 본죄의 객체는 ‘운항 중’의 항공기이다. 그러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변경할 대상인 ‘항로’는 별개의 구성요건요소로서 그 자체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게 해석해야 할 대상이 된다. 항로가 공중의 개념을 내포한 말이고, 입법자가 그 말뜻을 사전적 정의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지상의 항공기가 이동할 때 ‘운항 중’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때 다니는 지상의 길까지 ‘항로’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다.
(사) 지상에서 이동하는 항공기의 경로를 함부로 변경하는 것은 다른 항공기나 시설물과 충돌할 수 있어 위험성이 큰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처벌의 필요성만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그런 행위는 기장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폭행·협박 또는 위계를 수반할 것이므로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 가능한 직무집행방해죄(항공보안법 제43조) 등에 해당할 수 있어 처벌의 공백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 (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항로를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공로). 항공로로 순화’라고 풀이하고, 또 공로(공로)는 ‘항공로’를 뜻하는 것으로, 항공로는 ‘일정하게 운항하는 항공기의 지정된 공중 통로’를 뜻하는 것으로 각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항공보안법 제42조의 처벌 대상은 운항 중인 항공기가 실제 운행하는 길을 변경하게 하는 것이지,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한 공중 통로 자체를 변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나) ‘항로’라는 표현은 법문의 문맥에 따라 지상에서의 항공기 이동 경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도 해석될 수 있고, 실제 ‘항로’의 개념 속에 지상에서의 항공기 이동 경로가 포함되는지 논란이 되자, 구 항공법의 ‘항로’가 항공안전법에서 그 문맥에 맞는 표현인 ‘항공로’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부분 다수의견의 논거는 오히려 항로와 항공로를 구별되는 개념으로 보는 반대의견에 부합하는 논거이다.
(다) 항로(항로)는 한자의 뜻에 따라 풀이하면 ‘배나 비행기(항) 길(로)’을 말한다. 배는 항구에서 항구로 바닷길을 따라 운행하는 반면, 항공기는 공항에서 공항으로 운행하는데, 주로 공중에서 운행하지만 이륙과 착륙을 위하여 공항 내 지상에서의 운행도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 항공보안법 제2조 제1호는 ‘운항 중’이란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를 말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운항을 ‘배나 비행기가 정해진 항로나 목적지를 오고 감’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항로는 ‘항공기가 운항하는 길’로 이해하는 것이 무리가 없고 자연스럽다.
(라) 본죄의 항로가 운항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사용되었음은 법문의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항공보안법의 전신인 구 항공기운항안전법에서부터 항로는 그 법 전체를 통틀어 오로지 본죄의 구성요건에서만 사용되었고, 바로 앞에서 ‘운항 중인 항공기의’라는 말이 수식하고 있다. 입법자가 항로의 정의규정을 따로 두지 않은 것을 볼 때, 수식어로 사용된 ‘운항’이 일반인이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항로의 의미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관관계에 비추어 볼 때, 본죄의 ‘항로’는 따로 떼어 해석할 것이 아니라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라는 어구 속에서 의미를 파악함이 타당하다. 항공보안법에서 ‘운항 중’은 입법자가 지상의 항공기도 범죄로부터 보호하려는 명확한 의도로 통상의 말뜻보다 의미를 넓힌 용어이다. 그렇다면 그와 어구를 이룬 ‘항로’도 지상과 공중을 불문하고 ‘운항 중인 항공기가 다니는 길’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새겨도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한다.
(마) 지상에서 이동하는 항공기의 경로를 함부로 변경하게 하는 행위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크므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만을 규정한 본죄로 처벌해야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의 강도를 높이려는 입법자의 의도에 들어맞는다. 항공기는 지상에서도 승객 안전을 위해 기장의 판단과 관제 당국의 통제 아래 최적의 경로를 따라 진행해야 함은 비행할 때와 다를 바 없고, 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합당한 처벌로 억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징역형의 상한이 5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도 있어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중대범죄를 처벌할 죄목에 걸맞지 않다. 항공보안법상 직무집행방해죄(제43조)는 행위 유형에 ‘위력’이 빠져 있어 이와 같은 행위를 포섭하지 못한다.
(바) 결론적으로,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경로는 항공보안법 제42조의 ‘항로’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2] 갑 항공사 부사장인 피고인이 외국 공항에서 국내로 출발 예정인 자사 여객기에 탑승하였다가, 담당 승무원이 일등석 승객인 자신에게 견과를 대접하는 방식이 자기가 알고 있는 객실서비스 설명서에 규정된 방법과 다르다는 이유로 화가 나 폭언하면서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하기 위해, 기장으로 하여금 계류장의 탑승교에서 분리되어 푸시백(Pushback, 계류장의 항공기를 차량으로 밀어 유도로까지 옮기는 것) 중이던 비행기를 다시 탑승구 쪽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였다고 하여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푸시백 중이던 비행기를 탑승구로 돌아가게 한 행위가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314조 제1항, 구 항공기운항안전법(2002. 8. 26. 법률 제6734호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현행 항공보안법 제2조 제1호 참조), 제11조(현행 항공보안법 제42조 참조), 항공보안법 제1조, 제2조 제1호, 제42조, 제43조, 구 항공법(2016. 3. 29. 법률 제14116호 항공안전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조 제21호(현행 항공안전법 제2조 제13호 참조), 제115조의2 제2항(현행 항공안전법 제90조 제2항 참조), 항공안전법 제2조 제13호, 제90조 제2항 [2] 항공보안법 제2조 제1호, 제42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공2007하, 1118)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공2009상, 724)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공2016상, 596)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 2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5. 5. 22. 선고 2015노80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주요 경위
가. 피고인 1은 공소외 1 주식회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여객기 객실 서비스 업무 등을 총괄하던 사람이다. 그는 2014. 12. 5. 현지 시각 00:37경 미합중국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같은 날 00:50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 예정인 공소외 1 회사 ○○○○○편 비행기 일등석에 탑승하였다.
나. 피고인 1은 스튜어디스 공소외 2가 일등석 승객인 자신에게 견과를 대접하는 방식이 자기가 알고 있는 객실서비스 설명서에 규정된 방법과 다르다는 이유로 심하게 화를 냈다. 피고인 1은 객실사무장 공소외 3에게 ‘설명서를 제대로 모르는 승무원은 데리고 갈 수 없으니 당장 기장에게 비행기를 세우라고 연락하라’고 고함을 쳤고, 같은 요구를 계속하면서 객실서비스 설명서로 공소외 3의 손등을 때리고 공소외 2에게는 설명서를 세게 던져 가슴에 맞히는 등 폭행하고, 폭언을 하였다.
다. 그 시간에 기장 공소외 4는 계류장에서 비행기를 탑승교로부터 분리하고 푸시백(Pushback, 계류장의 항공기를 차량으로 밀어 유도로까지 옮기는 것)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공소외 4는 공소외 3으로부터 ‘비정상 상황이 발생해 비행기를 돌려야 한다’는 기내 전화 연락을 받고 푸시백을 중단하였다. 비행기는 그때까지 약 22초간 17m가량 후진하였고, 계류장을 벗어나 유도로에 진입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공소외 4는 공소외 3으로부터 ‘부사장이 객실서비스 때문에 화가 나 욕설을 하면서, 담당자인 승무원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요구한다’는 설명을 듣고, 공항 계류장 통제소의 승인을 받아 비행기를 다시 탑승구를 향해 이동시켰다.
라. 그동안 피고인 1은 객실서비스 설명서의 해당 부분을 읽고 나서는, 공소외 2가 규정된 방법대로 견과를 제공한 것이 맞는데 자신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 공소외 3이 잘못했다면서 그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여러 번 소리쳤다. 이에 공소외 3은 업무를 부사무장에게 인계하고 같은 날 01:05경 비행기에서 내렸다.
마. 비행기는 같은 날 01:14경 다시 푸시백을 시작하여 이륙하였고, 당초 계획보다 11분 늦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2. 먼저, 피고인 1의 항공기 항로 변경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이 부분 소송의 경과
검사는 앞에서 본 피고인 1의 행위에 대하여, ① 항공기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폭행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 ② 항공기 항로 변경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 ③ 공소외 4, 공소외 3, 공소외 2에 대한 업무방해, ④ 공소외 3에 대한 강요죄로 기소하였다.
항공기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폭행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 업무방해, 강요 부분에 대하여는 제1심과 원심이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 1은 상고하지 않았고, 검사는 위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항공기 항로 변경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 제1심은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원심은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로 다투고 있다.
나. 쟁점
이 부분의 쟁점은 피고인 1이 푸시백을 개시한 비행기를 탑승구로 되돌아가게 한 행위가 ‘항로’의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원심은, 항로의 사전적 의미는 항공기가 하늘에서 다니는 길이고, 특별한 근거 없이 그보다 넓게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으므로, 피고인 1의 행위는 ‘항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항로의 사전적 정의는 이륙 전과 착륙 후 지상에서도 이동해야 하는 항공기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고, 항공보안법은 지상의 항공기도 보호하기 위해 정의규정을 두어 항공기가 승객을 태우고 문을 닫은 때부터 ‘운항’이 개시되는 것으로 하였으므로, 이 정의에 따라 항공기가 ‘운항’하는 경로는 지상을 포함하여 전부 ‘항로’로 해석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 법률 규정과 그에 대한 해석
(1) 법률 규정
항공보안법 제42조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조 제1호는 ‘운항 중’을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로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항공보안법에 ‘항로’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정의한 규정은 없다.
(2) 해석
(가)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법률을 해석할 때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 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러한 해석 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참조).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나)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항로를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공로)’로 정의하고 있다. 국어학적 의미에서 항로는 공중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기록에 나타난 모든 자료를 살펴보아도, 항공기 운항과 관련하여 ‘항로’가 지상에서의 이동 경로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 예를 찾을 수 없다.
(다) 다른 법률에서 항로는 ‘항공로’의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구 항공법(2016. 3. 29. 법률 제14116호로 폐지) 제115조의2 제2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이 항공운송사업자에게 운항증명을 하는 경우 ‘운항하려는 항로’ 등 운항조건을 정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조문의 내용을 물려받은 항공안전법(2016. 3. 29. 법률 제14116호) 제90조 제2항은 ‘운항하려는 항로’를 ‘운항하려는 항공로’로 바꾸었으므로, 여기에서 ‘항로’는 항공로와 같은 뜻으로 쓰였음이 분명하다. 항공로의 법률적 정의는 ‘국토교통부장관이 항공기 등의 항행에 적합하다고 지정한 지구의 표면상에 표시한 공간의 길’로 규정되어 있으므로(항공안전법 제2조 제13호, 구 항공법에서의 정의도 같다), 항공기가 비행하면서 다녀야 항공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항로가 법률용어로서 항공로와 혼용되기도 한 것을 볼 때, 입법자도 항로를 공중의 개념을 내포한 단어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라) 반면에 입법자가 유달리 본죄 처벌규정에서만 ‘항로’를 통상의 의미와 달리 지상에서의 이동 경로까지 포함하는 뜻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입법자료는 찾을 수 없다.
본죄는 항공보안법의 전신인 구 항공기운항안전법(1974. 12. 26. 법률 제2742호) 제11조에서 처음으로 범죄로 규정되었다. 구 항공기운항안전법의 제정과정에서 법률안 심사를 위해 열린 1974. 11. 26.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은, 본죄의 처벌규정에 관하여는 아무런 논의가 없어서 ‘항로’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직접적인 단서가 되기 어렵다. 다만 제안이유에 관한 설명을 보면, 민간 항공기에 대한 범죄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에 우리나라가 가입한 데 따른 협력의무의 이행으로 범죄행위자에 대한 가중처벌규정 등을 마련하기 위해 구 항공기운항안전법이 제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한 국제협약은 「항공기 내에서 범한 범죄 및 기타 행위에 관한 협약(도쿄 협약)」, 「항공기의 불법납치 억제를 위한 협약(헤이그 협약)」, 「민간항공의 안전에 대한 불법적 행위의 억제를 위한 협약(몬트리올 협약)」이다. 이들 협약 중 어느 것도 지상에서 이동하는 항공기의 경로를 변경하게 하는 행위를 독자적인 범죄 구성요건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 입법자가 그러한 행위까지 처벌하려는 의도로 본죄의 처벌규정을 두었다고 볼 자료는 없다. 만약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지상에서 이동하는 길이라는 의미가 없는 ‘항로’ 대신 다른 말을 사용하였거나, 지상의 길도 본죄의 ‘항로’에 포함된다는 정의규정을 두었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마) 앞에서 보았듯이 항공보안법은 정의규정을 두어 항공기가 승객을 태우고 문을 닫을 때부터 ‘운항 중’이 되는 것으로 하였다. 이 정의는 구 항공기운항안전법이 제정되었을 때부터 내려온 것으로, 「항공기의 불법납치 억제를 위한 협약」이 ‘비행 중(in flight)'의 의미를 본래의 말뜻보다 넓히는 규정을 두어 보호대상인 항공기의 범위를 확대한 태도를 따른 것이다.
본죄의 객체는 이 정의에 따른 ‘운항 중’의 항공기이다. 그러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변경할 대상인 ‘항로’는 별개의 구성요건요소로서 그 자체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게 해석해야 할 대상이 된다. 항로가 공중의 개념을 내포한 말이고, 입법자가 그 말뜻을 사전적 정의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음은 앞에서 보았다. 지상의 항공기가 이동할 때 ‘운항 중’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때 다니는 지상의 길까지 ‘항로’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다.
(바) 지상에서 이동하는 항공기의 경로를 함부로 변경하는 것은 다른 항공기나 시설물과 충돌할 수 있어 위험성이 큰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처벌의 필요성만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그런 행위는 기장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폭행·협박 또는 위계를 수반할 것이므로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 가능한 직무집행방해죄(항공보안법 제43조) 등에 해당할 수 있어 처벌의 공백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 1은 기장 공소외 4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게 되었다.
라.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피고인 1이 푸시백 중이던 비행기를 탑승구로 돌아오게 한 행위는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3. 검사의 나머지 상고이유와 피고인 2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이 부분 소송의 경과
(1) 검사는, 앞에서 보았던 비행기 안에서의 사건으로 국토교통부의 조사가 개시되자 피고인 1이 저지른 범행을 숨기려고 하였던 일련의 시도와 관련하여, ① 당시 공소외 1 회사 상무로 재직하던 피고인 2를 강요, 증거인멸, 증거인멸·은닉교사 등의 죄로, ② 피고인 1, 피고인 2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③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 피고인 3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기소하였다.
(2) 피고인 1, 피고인 2가 함께 기소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부분에 대해서는 제1심과 원심이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고, 이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다. 제1심과 원심은, 피고인 2의 나머지 공소사실 중 증거인멸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증거인멸·은닉교사와 강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고, 각각 검사와 피고인 2가 상고하였다.
피고인 3은 제1심에서는 공소사실 중 피고인 2에게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결과를 알려준 부분은 유죄, 앞으로의 조사계획을 알려준 부분은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원심은 공소사실 전부를 무죄로 판단하였고, 이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다.
나.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피고인 1, 피고인 2의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으로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죄가 성립한다. 만약 그러한 행위가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도1554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 1, 피고인 2의 허위진술 등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피고인 1의 행위를 밝혀내어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형사고발을 하였으므로 결국 국토교통부의 그릇된 행위나 처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의 증거인멸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 2가 객실사무장 공소외 3으로부터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에 관하여 보고서를 받아 보았을 때는 아직 그 사건이 보도되거나 국토교통부가 조사를 개시하기 전이어서 피고인 2가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3에 대하여
원심은, 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3이 국토교통부의 조사결과를 피고인 2에게 알려준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하기 어렵고, ② 피고인 3이 피고인 2에게 알려주었다는 앞으로의 조사계획은 국토교통부가 이미 보도자료에 담아 배포한 것이므로 공무상 비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 3에 대한 공무상비밀누설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① 피고인 2가 협박으로 객실사무장 공소외 3에게 그 의사와는 다른 내용의 경위서, 시말서를 작성하게 하고, 국토교통부에서 허위로 진술을 하거나 확인서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고, ② 부하인 객실승무본부 소속 팀장 12명에게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 파일을 사무실 컴퓨터에서 삭제하고 자료가 저장된 컴퓨터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증거인멸·은닉을 교사하였다고 판단하는 한편, 이러한 증거인멸·은닉의 교사에 기대가능성이 없다거나 이 부분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피고인 2의 항소이유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강요죄에서의 고의, 협박과 ‘의무 없는 일’의 해석, 증거인멸·은닉교사죄에서의 공소사실 특정 및 정범과 교사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항공기 항로 변경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 부분에 대한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5.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항공기 항로 변경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경로는 항공보안법 제42조의 ‘항로’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피고인 1이 푸시백 중인 비행기를 탑승구로 돌아가게 한 행위는 항공기 항로 변경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1) 형벌법규를 해석할 때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아니 되나,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안에서 입법 취지와 목적, 그 규정이 속한 법률의 체계와 구조,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그 뜻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해석 방법이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참조).
(2) 항공보안법 제42조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제2조 제1호는 운항 중이란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다수의견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항로를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공로)’로 정의하고 있는 점, 항공안전법 제90조 제2항의 개정 과정에 비추어 항로는 ‘항공로’와 같은 뜻이 분명한 점 등을 근거로 항로를 ‘항공로’의 의미로 파악하고, 항공로의 법률적 정의를 ‘국토교통부장관이 항공기 등의 항행에 적합하다고 지정한 지구의 표면상에 표시한 공간의 길’로 내린 후,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경로는 항로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항로를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공로). 항공로로 순화.’라고 풀이하고, 또 공로(공로)는 ‘항공로’를 뜻하는 것으로, 항공로는 ‘일정하게 운항하는 항공기의 지정된 공중 통로’를 뜻하는 것으로 각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항공보안법 제42조의 처벌 대상은 운항 중인 항공기가 실제 운행하는 길을 변경하게 하는 것이지,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한 공중 통로 자체를 변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과 같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를 그대로 따라서 항로를 ‘항공로’의 의미로 파악하면, 항공보안법 제42조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한 공중 통로’를 변경하게 하는 때에 성립하는 것이 되어 본래 처벌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서 벗어나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4) 다수의견은 구 항공법 제115조의2 제2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항공운송사업자에 대하여 운항증명을 하는 경우에 정해야 하는 ‘운항하려는 항로’와 관련하여, 이를 물려받은 항공안전법 제90조 제2항에서 위 ‘운항하려는 항로’를 ‘운항하려는 항공로’로 바꾸었으므로, 항공보안법 제42조에서의 ‘항로’도 ‘항공로’와 같은 뜻으로 쓰였음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항로’라는 표현은 법문의 문맥에 따라 지상에서의 항공기 이동 경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도 해석될 수 있고, 실제 이 사건 등으로 인해 ‘항로’의 개념 속에 지상에서의 항공기 이동 경로가 포함되는지 논란이 되자, 위와 같이 구 항공법의 ‘항로’가 항공안전법에서 그 문맥에 맞는 표현인 ‘항공로’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부분 다수의견의 논거는 오히려 항로와 항공로를 구별되는 개념으로 보는 반대의견에 부합하는 논거이다.
(5) 항로(항로)는 한자의 뜻에 따라 풀이하면 ‘배나 비행기(항) 길(로)’을 말한다. 배는 항구에서 항구로 바닷길을 따라 운행하는 반면, 항공기는 공항에서 공항으로 운행하는데, 주로 공중에서 운행하지만 이륙과 착륙을 위하여 공항 내 지상에서의 운행도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 앞에서 보듯이 항공보안법 제2조 제1호는 ‘운항 중’이란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를 말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운항을 ‘배나 비행기가 정해진 항로나 목적지를 오고 감’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항로는 ‘항공기가 운항하는 길’로 이해하는 것이 무리가 없고 자연스럽다.
(6) 항공보안법은 「국제민간항공협약」등 국제협약에 따라 공항시설, 항행안전시설 및 항공기 내에서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민간항공의 보안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절차 및 의무사항 등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그리고 앞에서 본대로 항공보안법은 「항공기의 불법납치 억제를 위한 협약」상 ‘비행 중(in flight)'의 의미를 따라,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 항공기가 운항 중인 것으로 정의하였다. 항공기가 움직이기 전부터 운항이 개시된다는 것은 일상적 어감이나 사전적 정의에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 항공보안법에서 위와 같이 특별한 정의규정을 둔 데에는, 항공기의 안전운항에 대한 위협을 억제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보호대상인 항공기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7) 본죄의 항로가 운항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사용되었음은 법문의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항공보안법의 전신인 구 항공기운항안전법에서부터 항로는 그 법 전체를 통틀어 오로지 본죄의 구성요건에서만 사용되었고, 바로 앞에서 ‘운항 중인 항공기의’라는 말이 수식하고 있다. 입법자가 항로의 정의규정을 따로 두지 않은 것을 볼 때, 수식어로 사용된 ‘운항’이 일반인이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항로의 의미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8) 이러한 연관관계에 비추어 볼 때, 본죄의 ‘항로’는 따로 떼어 해석할 것이 아니라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라는 어구 속에서 의미를 파악함이 타당하다. 앞에서 보았듯이 항공보안법에서 ‘운항 중’은 입법자가 지상의 항공기도 범죄로부터 보호하려는 명확한 의도로 통상의 말뜻보다 의미를 넓힌 용어이다. 그렇다면 그와 어구를 이룬 ‘항로’도 지상과 공중을 불문하고 ‘운항 중인 항공기가 다니는 길’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새겨도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한다.
(9) 다수의견도 인정하다시피, 지상에서 이동하는 항공기의 경로를 함부로 변경하게 하는 행위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크므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만을 규정한 본죄로 처벌해야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의 강도를 높이려는 입법자의 의도에 들어맞는다. 항공기는 지상에서도 승객 안전을 위해 기장의 판단과 관제 당국의 통제 아래 최적의 경로를 따라 진행해야 함은 비행할 때와 다를 바 없고, 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합당한 처벌로 억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처럼 해석해도 처벌의 공백이 없다는 근거로 제시된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징역형의 상한이 5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도 있어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중대범죄를 처벌할 죄목에 걸맞지 않다. 항공보안법상 직무집행방해죄(제43조)는 그 행위 유형에 ‘위력’이 빠져 있어 이 사건과 같은 행위를 포섭하지 못한다.
나. 결론적으로,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경로는 항공보안법 제42조의 ‘항로’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푸시백은 항공기가 계류장에서 유도로의 어느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고, 그 상태에서 비행기는 항공보안법의 정의에 따라 ‘운항 중’이 된다. 피고인 1은 푸시백 중인 비행기를 탑승구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하게 하였으므로,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다. 그런데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인 1의 항공기 항로 변경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항공보안법 제42조에서 정한 ‘항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위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이는 검사의 상고로 이심된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위 무죄 부분을 함께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