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 오이타 현의 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구마모토현과 후쿠오카현에 근접한 도시는 산으로 둘러 쌓여 뜨겁다 못해 익을 것만 같은 빛이 거리와 자연을 감싸며 생동감을 더한다. 높은 산을 넘지 못해 갇혀버린 공기는 피부에 닿았다. 얼굴에는 누가 봐도 땀인 듯, 우락부락한 광대아래 강이 흐르고 더욱이 생동감을 더한다.
유후인노모리 열차
하카타에는 꽤 많은 열차가 들어온다. 다는 모르지만, 쿠마모토부터 가고시마를 잇는 신칸센부터 산요 신칸센 그리고 나가사키를 위한? 환승까지의 아토데 나가사키 열차. 오이타, 모지코를 잇는 특급 소닉 열차 등등 후쿠오카 주변으로 많은 열차가 다닌다. 내가 타는 열차만 알고 있다. 그중 유후인노모리 열차를 타면 환승 없이 쿠다이 본선을 통해 유후인을 갈 수가 있다. 따라 사이의 정차역을 가기에도 편하다. 반면 자칫하면 특급열차가 아닌 일반 열차를 탈 수도 있다. 열차 내에서 실수인지 의도인지 잘 못 타서, 무임승차 벌금을 낸 여행객도 보았다. 나는 지정석을 끊었고, 제대로 탔기에 히타에서 내리기로 한다. 히타는 아주 작은 도시이다. 만화를 안 봐서 모르지만 '진격의 거인' 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내려서 알았다.거인도 가리지 못한 태양은 I를 녹였다.
이미 다 커버린 아이라면 어색하지 않다.
그늘이리도 막아주시지. 어딜 가셨습니까. 닉값하시네요.
히타에는 에도시대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마메다마치와 꽤나 넓은 강 미쿠마강이 흐른다. 그리고 쿤쵸 양조장, 술저장고가 있다.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또 근교에는 삿포로 맥주공장도 있어 탐방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대비, 가격대비 체험보다는 맥주를 사서 산책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에 생략했다. 마메다마치의 거리를 거닐고, 강 앞에 료칸에서 적당히 쉬기로 했다.
마메다마치
지하철이 아닌 전철이 노면에 닿아있어 마메다 마치로 가려면 역을 돌아 나가야 한다. 무의식에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강 쪽으로 향한다. 돌아가는 길에는 히타 발차인지 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시골 도시인만큼 거리에는 원주민도 관광객도 없다. 단지 뜨거운 맑은 햇살이 비출 뿐이다. 바람도 이기지 못한 태양은 어쩔세라 혼자만의 독무대였다.
마메다 마치에는 몇 관광객과 덩그러니 문을 연 점포들이 있었다. 보이는 족족 들어갔다. 관심이 있기보다는 더위를 지우고 싶었다. 이것저것 많이 팔고 있었지만, 태양에 쫓겨난 실내의 바람은 아주 외로워 보였다. 오히려 나는 모든 가게에서 맞이해 주며 구경하고 구경했다.
마메다마치 거리
이윽고 거닐다, 양조장에 도착했다. 사실 술을 파는 줄 알았다. 시원하게 샘플이라도 마시고 사볼까 싶었다. 물었다.
O 코레와 난데스까
H ~~~~~~~~~~쯔유
O 아 간장....
H 간짱
어물정 구경하다 가게를 떠났다. 어느새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만났다. 나는 배가 고팠다. 몇몇 가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사람이 없어서 인지 아주 조용했다. 히타에는 야끼소바가 유명하다고 한다. 몇몇 도시에는 체인점으로 운영하는 야끼소바집이 있지만 히타만이 가진 가정식 야끼소바가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냥 걷다가 시원해 보이는 곳에 가려고 한다. 고개를 돌려 돌려 한 가게에 갔다. 메뉴판에는 4개의 사진 메뉴와 여럿 글씨 메뉴가 있었다. 야끼소바같이 생긴 야끼소바와 돈가스덮밥을 주문했다. 우연찮게 들어온 가게가 야끼소바를 파는 가게였다. 흔하디 아는 맛이었지만, 가끔 씹히는 바삭한 식감은 좋았다. 돈까쓰 덮밥도 맛있었다. 지만, 사실 삿포로 생맥주가 더 좋았다. 아주 좋았다.
맛있게 먹고, 산책을 더 하기엔 아주 무리였다. 더위비용을 내고서라도 차가운 팥빙수가 먹고 싶었다. 시간도 남았는지라, 걷다 보니 적당히 더위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가게가 있었다. 실내가 시원했으니 난 비용에 불만이 없었다. 팥이 들은 그린빙수를 시켰다. 그리곤 오랫동안 더위를 식혔다. 어느새 직각의 체크인 시간이 왔다.
더위비용
다시 걸어온 길을 돌아와 히타역으로 왔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 숙소로 가려고 한다. 숙소는 강가 앞에 있었다.
히나노사토, 여기 어때로 예약했다.
로비는 아주 시원했다. 방은 더더욱이 시원했고, 에어컨 아래 앉아 더위를 지웠다. 해가 질 때까지 호텔에서 강이나 쳐다보고, 호텔 내부를 구경했다. 분명히 호텔이 아닌 여관 아니 료칸이라 돼있었고, 2층에는 만화방, 바디프렌즈 등 휴식공간이 있었고, 3층에는 대욕장과 레스토랑이 있었다. 쉬면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즐겼다. 만족보다 좋은 표현이 있다면 그건 너무 좋았다. 또 해가 삼사분면을 지나면서 덥지만 기분은 덥지 않았다.
히나노사토 내부
해가 지면은 미쿠미가와에는 선상 레스토랑이 열린다. 배가 뜨고 그 위에서 저녁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술도 먹으려나? 배에서는 전통적인 가마우지 방식으로 낚시도 한다고 한다. 아무튼 난 그런 서비스가 있는지 몰랐다. 나중엔 다시 오면 꼭 하리라 생각하던 중 달이 보였다. 미련의 더위는 아직도 남았지만, 조금 거닐만했다.
미쿠마가와
내일은 드디어 처음으로 신칸센을 타는 날이다. 시간을 맞춰, 쿠루메까지 JR일반열차를 타고, 신칸센을 타고 하카타를 거쳐 다른 도시로 넘어갈 예정이다.오늘 밤도 좋지만 내일도 기대가 된다.
아침의 강
아침에 일어나서는 강 주변을 걸었다. 아침 일찍부터 맑은 하늘 아래 패들보드를 타고, 경치는 떠나기 싫을 만큼이나 맑았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산책을 하며 장관을 구경했다. 강 거리에는 뛰는 사람도 산책하는 사람도 몇 있었다. 뛰고 있던 사람은 마치 여행객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여행까지 와서 뛰려나 싶었다. 하지만 여행객이 맞았고 같은 료칸의 투숙객이었다. 여행 와서 아침을 그렇게 보내는 것 또한 대단하고 멋있었다. 그렇게 아침 산책을 끝내고, 아쉬운 맘을 뒤로한 채 나는 히타를 떠났다. 무척이나 그리워질 히타. 겨울이 오기 전의 히타는 너무나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