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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키나 pickina May 15. 2023

팀장님, 저희 워크샵 꼭 가야 돼요?

워크샵을 싫어하는 나 MZ인가요

제주도로 팀 워크샵을 간다.

원래 팀장님의 보스인 싱가폴 사람까지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다행히 무산되었다.

(서울 출장을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매출 잘 나오는 한국 시장에 일 없이 출장 온다 하니 반려당한 것 같다)


오늘의 고찰은 "왜 팀장님들은 쓸데없는 워크샵을 좋아할까?"이다.

심지어 우리 팀장님은 기존에 예정되었었던 워크샵 일자 바로 전날에 코로나 확진이 되었음에도 "취소"가 아닌 "일정 변경"을 선택하였다.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팀원의 입장에서는 워크샵은 반갑지 않다.


우선, 그냥 회사 사람들과 어디를 가는 게 불편하다.

회사라는 조직은 참 특수해서, 서로 간 공통점과 필요에 의해 마음을 100% 열다가도, 아예 닫아버릴 수 있다. 하루종일 붙어있지만 항상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그런데 그 동료들과 2박 3일간 붙어서 술 마시고, 아침에 부은 얼굴로 인사하고, 조식을 먹고, 일부 미팅과 일부 관광을 한다는 건, 그 선이 확실한 사람에게는 조금의 과장을 보탰을 때 발가벗겨진 느낌을 준다.


그리고, 워크샵을 가면 무언가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번 워크샵에 대한 비용 승인을 받기 위해 우리 팀장님은 워크샵 시 진행할 어젠다에 대해 구구절절 글로벌 승인을 올렸다. 그리고 우리에게 워크샵 전에 이 모든 어젠다에 대한 발표 자료를 만들어두라고 하셨다. 워크샵 전에 자료를 다 만들어두고, 가서는 여유롭게 보내다가 오자는 말씀을 덧붙이시며.

즉, 가고 싶지도 않은 워크샵을 위해서 우리는 그 전주와 주말까지 글로벌에 보여줄 자료를 만들고, 심지어 그 자료에서 약속한 액션 플랜이 있기에 다녀온 후에 새롭게 만들어진 일을 실행까지 해야 한다. 허허.


마지막으로, 숙소, 교통편, 루트 짜는 건 다 팀원들이 한다. 여름 성수기에 회사에서 승인해 주는 가격대로 좋은 퀄리티의 숙소를 찾기란 정말 하늘에 별따기였다. 개인 여행을 갈 때도 계획 1도 없이 떠나버리는 극 F 성향의 나로서는 이게 그렇게 큰 스트레스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장님이, 나아가 리더들이 워크샵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워크샵을 통해 팀원들에게 숨 돌릴 틈을 준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이걸 윗선으로부터 따왔다고 생색을 내기 위함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팀원들에게 주는 포상의 개념인 것이다.


팀원들이 (본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일터가 아닌 다른 환경에서 같이 밥을 먹고 술잔도 기울이며 이야기하다 보면 좀 더 가까워지리라 생각하는 것일까?


윗선에 무언가 보여주고 이야기할 거리를 만들고자 한다. 2박 3일 워크샵을 통해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왔다고 생색내는 건 결국 팀장님이다.


팀원들의 입장에서는 단점만 가득하지만, 팀장님의 입장에서는 공짜 여행에 +a까지 얻을 수 있는 워크샵인 것이 뻔한데, 팀원들이 어찌 감히 가기 싫다고 입이나 뻥긋할 수 있을까!


조직 생활에서 각자 할 일을 잘하여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만큼 단합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팀장님, 이제는 불편하게 돈만 쓰는 워크샵 말고 다른 방법으로 친해져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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