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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amongaroo Jul 25. 2022

전문가가 뭐 별거인가요.

꾸준함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길이 된다면, 

 

 지난 토요일 아는 지인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는 지인은 지역 내에서 영화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영화제의 시작은 '그저 좋아서'였다. 지역 내 청년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자는 취지로 2017년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영화제의 특징은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를 선정하여 상영한다는 점이다. 내가 아는 지인은 영화제에서 상영작을 선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영화 보는 것이 좋아서 어쩌다 시작하게 된 일을 5년 넘게 하고 있다. 이 분을 만나기 전에는 영화제에 관심도 없었지만, 영화제를 개막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는지 조차 궁금해하지 않았다. 만약 그 과정을 생각한다면 쉬울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이 분을 알게 된 후 영화제가 개막하기 전에 너무나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는 지인은 영화제에 올릴 상영작을 선정하기 위해 보통 영화를 300편 이상을 팀원들과 함께 본다고 했다. 어림잡아 일주일에 2-3개는 필수로 봐야 영화제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말이 일주일에 2-3 개라지만 이 일을 거의 짧게는 2달, 길게는 3달 이상 하루에 2-3개를 꾸준히 봐야 한다. 보통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팀원 중에는 영화제 일 외에도 다른 별도의 생계유지 수단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하니 퇴근 후 쓰러지는 몸을 부여잡아 스크린 앞에 앉혀야 하니 상상만 해도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지인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내부적으로 영화를 선정하는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저도 내가 하는 일이 별거 아닌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5년이 넘어가니 영화를 보고 선정하는 일이 보통 에너지와 열정 그리고 꾸준함이 없으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부적으로도 영화를 보고 선정하는 일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만 막상 본인들에게 해보시겠어요라는 제안을 하면 몸을 사리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목소리를 좀 내보려고 해요. 물론 다른 일도 쉽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영화제를 홍보하는데 필요한 포스터 만들기, 영화제 굿즈 같은 일은 전문가가 하는 일로 치부되어 공로나 그 노동에 대한 가치를 높게 봐주는 것 같아요. 다들 '전문가'를 이렇게 정의하죠.  반드시 기술을 기반으로 일을 하고 경력이 쌓아가는 것만을 이야기하죠.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수 백 편의 영화를 보고 그 가운데에서 선정하고 그 선정한 작품을 가지고 또 팀원들과 논의를 해야 하죠. 내가 선정한 영화뿐만 아니라 팀원들도 선정해 온 영화가 있겠죠? 그럼 우리는 또 다른 일을 시작하는 거죠. 추려진 영화 중에 또 어떤 영화만 선정해서 상영할 지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야 하죠. 회의를 매주마다 했던 것 같아요. 회의가 길어지면 거의 3-4시간은 기본이고 밤을 지새우는 날도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저의 꾸준함과 팀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 또한 전문가가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전문가'에 대한 정의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별 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나는 전공자도 아니고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도 기술도 없는데 내가 뭘 하겠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전문가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적 정의>

전문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내가 정의해 본 정의>

전문가: 시작을 실행으로 만드는 사람. 어쩌다 보니 시작한 일을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 어쩌다로 시작했지만, 꾸준함과 물리적 시간의 쌓임에 따라 일의 농도가 짙어진 사람 또는 그에 준하는 사람. 어쩌다 시작한 일이 계속 다른 일이 될 수 있게 만드는 사람. 



브런치 알람이 나를 더 쓰게 만들고 나를 더 작가에 가깝게 한다. 



내 정의에 의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전문가로 태어난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고 나쁜 결과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문가로 가기 위한 밑천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대신 지치지 않고 계속해야 한다. 결과가 좋아도 붕 뜬 마음을 잡고 내가 할 일을 해야 하고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 마음을 힘으로 내가 할 일을 해야 한다. 


꾸준함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우리는 못할 것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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