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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연 Jan 08. 2020

자동차 실내의 완성, '폰트 디자인'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의 완성은 무엇일까요? 바로 '폰트'를 손꼽을 수 있죠. 이는 산업 대부분에 통용되는 이야기인데요. 일상에서는 간판에 쓰인 글자가 좋은 예입니다. 같은 문자라도 폰트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Font'는 우리말로 활자체를 뜻합니다. 쉽게 텍스트 자체의 디자인을 이야기하죠. 요즘에는 우리가 타는 자동차에서도 폰트 디자인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폰트의 중요성


계기판과 스크린, HUD처럼 차 실내에 표시되는 폰트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눈에 잘 띄고 아름다워야 하죠. 먼저 글자의 가독성은 안전과도 연결됩니다. 도로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운전 중에 다른 곳을 오래 보면 위험합니다. 따라서 자동차가 보내는 메시지를 단 시간에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옥에서 온 듯한 폰트_켄보 600


자동차에 쓰이는 디스플레이는 가독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전부가 될 순 없죠. 제조사, 부품사의 기술력은 점점 상향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선택을 받으려면 아름답고 독창적이어야 합니다. 더군다나 자율 주행이 완성되면 인포테인먼트는 더욱 중요해지죠. 남들보다 예쁘고 멋지지 않다면 소비자는 지갑을 열 이유가 없습니다. 국산차는 어떻게 발전하고 있었을까요? 현대차를 대표로 살펴보겠습니다.

현대차 10.25인치 스크린


점점 세련미 '뿜뿜', 국산차 폰트


현대자동차그룹은 2010년 기업 고유의 서체인 '하모니체'를 소개했습니다. '타이포디자인연구소'라는 회사에서 디자인을 맡았죠. 대중을 향한 홍보자료, 웹사이트, 그리고 내부 사용 문서까지 이 폰트를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하모니체는 자동차를 겨냥하기보다는 그룹 내 통일된 이미지 구축에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듬해(2011년) 현대자동차는 전용 서체인 '모던 H'를 발표했습니다. 글꼴 전문 회사인 '윤디자인'과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이후 TV 광고를 비롯해 자동차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 도입했습니다. 간결한 폰트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불러왔습니다. 스마트폰 글꼴로 활용하는 팬들도 생겨났습니다.


2016년에는 '현대 산스'를 추가로 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글로벌 시장까지 고민했죠. 알파벳 디자인은 독일 HVD사, 한글은 '산돌커뮤니케이션'이 담당했습니다. 둘 사이의 조화로움까지 고려했습니다. 그 결과 자동차 회사가 발표한 폰트로 'IF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코란도스럽지(?) 않은 간결함


쌍용차는 신형 코란도에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를 도입했습니다. 세심한 계기판 디자인이 여타의 브랜드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였죠. 이전과 비교하면 폰트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굴림' 계열의 폰트를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글자의 가로 세로 비율이 정방형에 가까워졌습니다. 자간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디테일의 변화가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여기에 좋아진 디스플레이 성능도 한 몫 했습니다.

수입차, 브랜드마다 큰 편차


수입차 대표 브랜드들 역시 폰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보통 2000년대 초반부터 개발에 힘썼습니다. 벤츠는 한 발 빠른 1990년대부터 자체 폰트를 개발해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한글까지 신경 쓰기에는 시장 규모가 발목을 잡습니다. 아직은 시스템에 한글을 지원하고, 번역 과정에서 특별한 오역이 없으면 무난한 수준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최신 모델에는 다른 언어 사이의 폰트 통일성도 잘 반영된 편입니다.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굴림' 계열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한글도 알파벳과 동일하게 이탤릭(기울임)을 반영했습니다.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해 고급감이 돋보입니다. 그러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차주들의 불만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지금까지 기술과 함께 소비자 취향에 맞게 변화했습니다. 머지않아 실내 대부분이 디스플레이로 뒤덮일 것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즐기며,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에는 개성을 표현하는 커스터마이징이 경쟁력입니다. 폰트 역시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날이 곧 다가올 것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브랜드 폰트가 마음에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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