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로 진화한 A클래스에 처음으로 세단 모델이 추가됐습니다. 2018년 파리에서 첫인사를 나눴으니 늦지 않고 국내에 도착한 편이지요. 사실 A클래스 세단의 한국 진출은 기대가 크지 않았습니다. 처음 공개될 때만 해도 중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것 같았으니까요. 더군다나 이곳은 'C'를 넘어 'E'가 주류를 이루는 시장입니다. 과연 이렇게 작은 수입 엔트리 세단이 눈 높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유혹할 수 있을까요?
A클래스 세단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엔트리 모델입니다. A3 세단, 2시리즈 그란쿠페와 경쟁하는 모델이지요. 큰 차 선호의 우려와는 달리 데뷔는 화려했습니다. 지난 2월 A클래스 세단 판매량은 732대. 엔트리 세단도 벤츠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입증한 판매량이죠. 어떤 매력으로 소비자들을 홀렸을까요? 5년 넘게 A3 세단과 함께했던 경험을 비추어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A클래스의 첫인상은 작지만 탄탄한 모습입니다. 마치 잘 빚어 놓은 조약돌처럼 매끄러웠죠.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모두 LED로 구성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등화류를 포함한 많은 디자인 요소가 신형 E클래스와 닮았습니다. 아직 바뀐 E클래스가 국내 출시 전이라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을 뿐. 많은 혹평을 받고 있지만 A클래스에서는 사뭇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차체 크기는 국산 준중형과 비슷합니다. 길이, 너비, 높이는 각각 4,550mm, 1,795mm, 1,440mm입니다. C클래스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길이는 155mm 짧아 급의 차이를 확연히 두었습니다. 너비는 15mm 좁고 높이는 10mm 낮습니다. 참고로 바퀴 축 사이의 거리는 2,730mm로 윗급보다 110mm 짧습니다.
실내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더 확실히 녹아 있습니다. 강렬한 인상의 원형 송풍구, 그 위로 자리한 일체식 스크린이 인상적입니다. 참고로 시승차는 A 220 세단(3,850만 원)에 커넥트 패키지(167만 원)와 럭셔리(208만 원) 패키지, 데님 블루 컬러(79만 원)를 선택해 4,304만 원입니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활용하려면 커넥트 패키지가 필수입니다. 여기에 널찍한 선루프는 럭셔리 패키지에 포함돼 있습니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일체식으로 구성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베젤이 넓습니다. 실제 표현되는 영역은 좁다는 이야기. 특히 기본으로 달린 계기판은 답답할 정도로 작습니다. 10.25인치의 시원한 계기판은 95만 원짜리 옵션을 추가해야 합니다.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내장 품질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운전대와 도어 일부분을 제외하면 가죽 덮인 곳이 거의 없죠. 럭셔리 패키지에 포함된 아티코(ARTICO) 가죽 시트도 엄연히 말하면 인조 가죽입니다. 특히 맵 램프 일체식 헤드 콘솔의 만듦새는 A클래스 세단 실내에서 가장 눈에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뒷자리 공간은 엔트리 세단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필자도 A3 세단을 5년 넘게 보유할 수 있었던 건 2열에 사람 탈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A클래스 세단도 비슷합니다. 좁은 무릎 공간이 답답했고, 시트 방석이 짧아 허벅지가 떠 있습니다. 다만 폴딩 되는 시트와 분리형 헤드레스트에 만족해야 합니다.
A클래스 세단에 세 명 넘게 탈 일이 많으면 반드시 시승을 추천드립니다. 몸집 작은 어린이가 타기에는 뒷자리도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카시트를 사용할 정도로 어린 나이면 공간을 직접 체크해야 합니다. 왜냐면 카시트 옆에는 돌보는 이가 대부분 함께 타는 데 공간이 좁아 예상보다 불편할 수 있습니다.
A 220 세단에는 190마력을 내는 2L 터보 가솔린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가 궁합을 맞춥니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7초. 그러나 넓은 영역(1,600~4,000rpm)에서 발휘되는 최대토크(30.6kgf·m)로 체감 가속력은 이보다 좋습니다. 특히 고·저차가 심한 도로를 만나도 엔진 회전수를 부드럽게 콘트롤 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공회전과 저속 상태에서의 엔진 소음이 큰 편입니다. 차 밖에서 들리는 '컬컬' 거리는 소리는 가솔린 엔진을 의심할 정도로 말이죠.
뒷부분을 늘였지만 운동 성능은 해치백 못지않습니다. 특히 운전대에 즉각으로 반응하는 차체 앞머리는 놀라울 정도로 흥미롭죠. 방점은 제동 성능입니다. 스펙을 떠나 칼날처럼 날카로운 제동과 반복된 동작에도 일관된 퍼포먼스를 유지합니다. 좀처럼 이 급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브레이크 성능입니다.
타이어는 '205/55R17' 브리지스톤 투란자 T005가 기본입니다. 컴포트 성향으로 연비에도 도움을 주는 타이어죠. 고속도로 80~90km/h 영역 연비는 대략 L당 16km. 평균 25km/h 시내 구간은 9km/L 내·외를 유지합니다. 연비를 조금 손해 봐도 퍼포먼스 타이어에 폭을 225mm 정도로 키웠으면 어땠을까요? 필자가 소유했던 A3 세단 구성과 비교해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