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을 일주일 앞두고 우리 부부는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코를 곯든 이를 갈든 꼭 붙어 자던 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바로 코로나, 정확히는 오미크론이다. 권태기가 아니라 천만다행이다. 지난 주말 아내는 생전 하지 않던 기침을 달고 살았고 부모님과 가족사진을 찍고 와서는 몸살이 걸린 듯 아프다고 했다. 촬영에 혼신의 힘을 쏟아서 그런거 아냐? 라고 별거 아닌 듯 물어본 것과 달리 다음날 PCR 검사를 받은 아내는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있을 때 잘할걸 들릴 때 말할걸, 이 아니라 오미크론은 감기보다 흔해진 바람에 자택격리가 기본이였다. 사실상 확진 이틀 후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고 그마저 격리에 대한 정확한 안내마저 없었으니 이것이 바로 K-방역.
우리집은 초소형 아파트로 방 두개 화장실 하나가 전부다. 그말은 즉슨, 자택격리를 하되 둘이 같이 격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좁은 집에서 분리 격리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평 아파트였다면 안방에 화장실이 딸려 있어서 격리하기에 안성맞춤이었을텐데, 역시 모로가도 아파트는 국평인 전용 84다. 분명 1인 가구의 증가로 소형 아파트가 선호된다고 했었는데 코로나가 뒤집어 놓았다, 내 속을. 그렇게 우리 부부의 따로 또 같이 생활이 시작되었다.
격리 인듯 격리 아닌 격리 같은 격리, 란 말이 딱이다.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있고 대화와 접촉을 자제하고 식사도 따로 한다. 반면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볼일을 보는 화장실을 같이 쓴다. 옮지 않는게 더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싶다. 옮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시작된 격리. 이별할 것을 예견하고 시작한 사랑같은 느낌. 거진 24시간을 전용 49라는 좁은 공간에서 같이 머무른다. 옮지 않고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음성 판정을 받는다면 이제 날 스트롱가이로 불러다오. 새해를 맞이하여 미라클모닝을 외치며 아침마다 팔굽혀펴기를 한 보람이 생기겠구만.
이 안타깝고 우스꽝스러운 날들이 사실 싫지만은 않다. 아내를 위해 삼시세끼를 챙겨주는 일, 아내가 괜찮은지 걱정해주는 이들의 마음을 전해받는 일, 무엇보다 아내와 꼭 껴안고 자던 날들을 그리워하는 일. 이 모든 일들이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이 격리의 시간이 결혼기념일을 일주일 앞둔 우리에게 서로 더 아껴주고 더 사랑하며 살라고 다독여주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격리의 끝에 아내를 꼭 안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