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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치사냥꾼 Feb 01. 2022

모두에게 밝은 밤이 오기를

최은영 장편소설 '밝은 밤'을 읽고

밤이 기를 바랬던 날들이 있었다. 어둠의 품에 안겨 내 안의 낮은 곳에 침전되 있는 어두운 마음과 생각들을 마주하는 것에 매료되었던 날들. 거기에 술과 음악을 가미하면 나는 하루키 소설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 했고, 그러한 내가 적잖이 마음에 들었던 날들.

그리고 오늘 아침 최은영 소설을 읽으며 불현듯 이제는 더이상 그러한 밤들을 찾지 않는다는 것을, 나에게는 아침이 더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서히 밝아오는 바깥의 풍경과 조용히 들려오는 만물의 소리, 그것들과 함께 또렷해지는 정신과 맑아지는 마음을 바라보는 일이 기쁘다. 나는 더이상 밤을 찾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느껴라.

어둡고 슬픈 것에 나쁜 것이 있다.'


밤이 되기를 바랬던 날들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하하하'에 나온 저 대사를 가장 좋아했다, 아니 여전히 좋아한다. 저만큼 인생에 필요한 말이 또 있을까.



밝은 밤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눈물이라는 물질이 사라져버린건 아닐까 하는 순간들마다  소설들이 날 울린다. 한번도 살아보지 못하고 앞으로도 살아보지 못할 생의 모습에 안타까워하고 함께 슬퍼하고 끝내 이겨내게 하는 힘을 소설은 가지고 있다. 소설을 읽으며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되새긴다. 정확히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는게 아닐까, 누구보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내가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새비 아즈마이도 삼천 아즈마이도, 그리고 나도 밝은 밤을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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