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예상하며 2010년에 쓰인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서적에는 불확실성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2041년을 상상하며 2023년에 쓰인 책에는 인공지능이란 단어가 빠질 수 없다. 회사들은 저마다 직원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고, ChatGPT를 사용하여 이메일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상상하는 이미지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가이드를 통해 직접 인공지능을 경험해 보라고 추천한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AI전기밥솥이나 AI냉장고에만 갇혀 있는 그 무엇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인공지능 덕택에 우리가 상상하는 것이 그 무엇이든 우리의 미래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다수의 상을 수상한 SF작가가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AI전문가가 이에 대한 기술분석으로 한 챕터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10개의 인류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인공지능의 탁월한 능력에 놀라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능력이 나날이 더 강화되어서 지금은 4시간 만에 체스를 배우고 인간을 이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너무나 자주 쓰이는 ‘인공지능 AI’라는 단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인간의 지능이 요구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 인간의 학습 능력과 행동의 이유를 해명하는 기술
- 인간의 사고 과정을 정량화하여 지능의 원리를 밝히는 것
- 인간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
이 책은 기승전결이 없다.
다만 우리가 최선을 다해 상상하는 미래들이 있을 뿐이다.
AI는 이를 상상하게 해 주고 가시화해 주고 가능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은 실현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 혹은 이미 존재하거나 향후 20년 이내에 실현될 가능성이 80% 이상인 기술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하지만 나에겐 10편의 SF소설을 읽은 것 마냥 흥미진진할 뿐이다.
정말로 십몇 년 후엔 이런 상상들이 가능할까? 다시 한번 스릴을 느낀다.
인간 뇌의 복잡한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 것이 딥러닝이다. 딥러닝 신경망 훈련은 ‘목적함수’의 값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학적 연산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딥러닝이 가능한 보험 프로그램에 가입하게 되면 이 프로그램은 가입자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위해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입자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특정 목표를 실현하려는 인공지능의 집요한 시도가 때로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초래하는 과정도 예상할 수 있다. 딥러닝의 놀라운 능력과 동시에 분명한 한계도 피할 수 없다.
가짜 인간을 만드는 딥페이크에 맞서는 또 다른 기술도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주요 분야인 컴퓨터 비전은 컴퓨터가 ‘보도록’ 가르친다. 딥페이크의 제작자와 검열자, 수호자와 범법자 사이에서 유례없는 하이테크 숨바꼭질이 펼쳐진다. 위조신경망과 탐지신경망이 대립하는 것이다. 꼭 화이트 해커와 블랙 해커의 관계 같다.
교육 분야에서는 더욱더 커다란 역할이 기대되는 인공지능의 가장 큰 기회는 개인 맞춤형 학습에 있을 것이다. 개인 맞춤형 인공지능 파트너가 학생 개개인에게 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교사들은 NPL(자연어처리)라는 기술 덕분에 인간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의식이나 영혼이 없는 거대한 시퀀스 변환기와 대화 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로봇이 보조하는 수술은 2012년 전체 수술의 1.8%였지만 2018년에는 15.1%로 늘어났다.
코로나 시기 동안 발생한 팬데믹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챕터는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인공지능을 이야기한다. 세상과 자신을 단절하려는 욕구가 지나친 나머지 사랑에 대한 추구와 접촉 기피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여주인공을 통해 어떻게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신약 개발, 정밀의학, 로봇 수술 등 인공지능의 또 다른 긍정적인 트렌드를 접할 수 있다.
몰입감과 현실감이 뛰어나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가상현실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교육, 소매업, 보건의료, 스포츠, 부동산, 여행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다. 엄청난 몰입감을 제공하는 게임이 등장하고 가상과 실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해질 것이다.
몰입감 체험의 세 종류인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을 통해 인공지능 아바타라고 할 수 있는 ‘가상의 나’를 만들게 된다면 이에 대한 윤리적, 사회적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정말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이 모두 자신의 아바타에 저장되기를 바랄까?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에는 인공지능이 구동하는 자율주행차가 인간 운전자를 대체하는 과정이 한창 진행 중일 것이다. 이미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자율주행차의 완전 자동화 단계인 레벨 5 단계를 방해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다. 자율주행차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와 같은 비기술적인 문제들도 적지 않다.
자동차 제작사인가? 인공지능 알고리즘 제작사인가? 알고리즘을 작성한 엔지니어인가? 인간인 백업 운전자인가?
[양자 대학살]에서 다루는 양자컴퓨터는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특정 종류의 전산 처리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양자역학을 이용하는 새로운 컴퓨터 아키텍처다. 구글은 2019년에 기존의 슈퍼컴퓨터라면 수년이 걸렸을 문제를 54 큐비트의 양자컴퓨터가 수십 분 만에 풀 수 있음을 보여주며 처음으로 ‘양자 우월성’을 증명했다.
이는 또한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가장 큰 위험이자 인류의 존재를 위협할 수도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무기’까지 연결된다. 오늘날 이용되는 자율무기로는 이스라엘의 하피 드론이 있다. 이 드론은 특정 지역으로 날아가 특정 목표물을 찾은 후 엄청난 폭발력의 탄두를 사용해 목표물을 파괴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당장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미래는 어떻게 될까?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까지 각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재앙의 여파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분야는 있을까? 우리에게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의 의미를 재정의 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필요할까? 우리 삶에서 장시간의 노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면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일에 있어서 인공지능은 축복인가 저주일까?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
인공지능은 우리를 효율적이고 부유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행복하게도 해줄 수 있을까?’ 강력한 인공지능이 주는 전례 없는 혜택을 누리는 대신 또 다른 질문이 생긴 셈이다.
행복은 상당히 개인적인 기준이다. 개인적인 데이터가 필수다. 우리는 인공지능만큼 강력한 무언가를, 그리고 데이터 보호만큼 어려운 무언가를 별로 경험해보지 못했다.
싱귤래리티 Singularity는 기계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지르는 순간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으로부터 인간 세계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을 수 있는 때가 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은 과연 해피엔딩일까?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를 통한 재생에너지 혁명, 소재혁명, 자동화의 제조혁명 등을 통해 삶에 필요한 대부분의 재화가 무상에 가까워지고 일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됨으로써 모든 사람이 편안한 삶을 누리게 되는 ‘풍요’를 맞이할 것이다. 돈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때문이든 덕분이든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오늘이며,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로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어느 날 ChatGPT 3.0을 접했던 것처럼 상상의 속도보다 기술의 속도가 빠를 수도 있을 것이다. 생소한 무엇이라도 읽어보고 접해보고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다.
같은 지구에 살면서 서로 다른 세상에 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SF소설가 윌리엄 깁슨 William Gibson이 말한 대로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 그저 아직 골고루 퍼져 나가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