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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혁 May 02. 2023

칭기스칸, 신앞에 평등한 제국을 꿈꾸다

Genghis Khan and the Quest for God



아주 흥미로운 역사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미국 매칼래스터대학교 인류학 교수인 Jack Weatherford가 쓴 <칭기스칸, 신앞에 평등한 제국을 꿈꾸다> (책과함께, 2017)입니다. 미국 헌법상 '종교의 자유' 관련 규정이 칭기스칸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 이 책의 출발점이자 결론 중 하나입니다.

문화적 그리고 종교적 '관용(Tolerance)'이 칭키스칸과 몽고제국의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는 주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예컨대, <Day of Empire>라는 책에서, 예일대학교 Amy Chua 교수는 다른 종교와 문화를 수용하는 '관용' 때문에 거대 제국이 만들어졌고, 그 관용이 사라지자 제국은 몰락했다고 주장했고, 그 사례로 몽고제국을 제시했습니다.

Jack Weatherford의 책은 칭기스칸의 종교적 '관용', '다양성',  '다원주의'가 실제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줍니다. 몽고제국의 기초를 세우는데(유대인이 만든) '마니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후 '도교', '불교', '유교'의 역할이 컷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던 (무식한 ^^) 저에게 이 책은 아주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했습니다.

특히, 몽고제국의 '기독교' 관련 역사는 아주 흥미롭습니다.

"어른이 된 이후로 그[테무진]는 처음에는 기독교 왕인 옹 칸의 가신으로서, 그 다음에는 남편 겸 시아버지로서 기독교도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P.156)

마치 고려의 '궁예'와 '왕건'의 관계와 유사한 것이 몽고의 '옹 칸'과 '칭기스칸'의 관계입니다. 그런데 그 옹 칸이 바로 기독교로 개종한 몽고 부족의 수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칭기스칸의 부인들과 며느리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들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칭기스칸의 왕자들은 그러한 외가댁의 기독교적 문화에서 성장했습니다.

"테무진이 결혼한 때에서 1294년에 이르는 근 100년 동안, 모든 몽골 칸은 기독교인 어머니 소생이거나 기독교인 아내를 두었다. <비사>는 몽골 칸이 자녀들을 생각하여 기독교인 배우자를 선택했고, 또 손자들에게도 좋은 부모가 될 것으로 생각하여 기독교인 며느리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P. 155)

흥미롭게도, 당시 몽고 기독교인들은 로마 카톨릭에 비해 자신들이 좀더 정통이라는 인식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몽골 기독교 신자들은 예수를 알아 본 첫 숭배자들이 세 동방박사였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예수의 첫 숭배자들은 아시아 기독교인이지 가톨릭을 믿는 유럽인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경전과 의식 측면에서 아시아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말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읽는 유럽인들과는 다르게, 예수가 쓰던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P. 413)

심지어 몽고제국은 다른 기독교 종파에 대한 로마 가톨릭의 이단 지정, 박해 등과 같은 '무관용'의 모습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한 몽골 관리는 루이 9세에게 보내는 공문에서 ... 프랑스 왕에게 칭기스 칸의 가르침에 따라 동료 기독교인들을 동등하게 대하라고 호소했다. "지상의 대왕 칭기스 칸께서는 신의 법에서 가톨릭,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종교회, 네스토리우스 교파, 시리아 정교회, 그리고 그 외에 십자가를 숭배하는 모든 종파 간에 차이가 없다고 포고하셨습니다. 그들 모두가 우리에게는 하나의 종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훌륭한 왕께서 그들을 구분하지 마시고 경건함과 관용으로 모든 기독교인을 자상하게 다스리시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P. 421)

물론, 징키스칸은 특정 종교에 귀의하지는 않았습니다.

"징기스칸은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도교, 그 외의 어떤 종교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몽골인으로 죽었다. 그는 자신이 접촉한 여러 종교를 각각 세심하게 관찰하고 진짜 성자들 혹은 가짜 성자들을 만나 긴 대화를 나누었으나, 어떤 신앙도 비난하지 않았고, 어떤 종교에도 위안을 얻지 못했다." (P.378)

안타깝게도, 칭기스칸이 죽은 이후 종교적 '관용'의 정신은 점점 사라지게되고 그 결과 몽고제국은 분열과 패망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칭기스 칸이 만든 세계 제국은 여전히 팽창 중이었지만, 그의 법률이 지닌 자비로운 정신은 무지와 불관용의 불길에 타버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입으로는 칭기스 칸을 칭송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의 가르침을 무시했다. ... 몽골 제국은 이제 이름뿐인 칭기스칸의 제국이었고 종교 갈등은 이미 몽골 제국을 해체시키고 있었다." (P.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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