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이불킥' 하게 되는 순간들이 종종 있습니다. 지난 날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뒤늦게 인식하게 되는 순간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부끄러운 마음에 혼자서 힘겹게 날리는 '이불킥'!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와 국가 차원에서도 부끄러운 순간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관련 '선동'과 '미신'과 '광풍'에 휩싸였던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당시 MBC에서 모 수의사가 자신의 직업적 '전문성'을 내세워 미국산 소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는 주장을 하고, 이에 대해 서울대 수의대 학장님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전혀 위함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너나 처먹어라!"
서울대 수의대 학장님에 대한 당시 선동가들과 선동된 군중의 반응과 대답이었습니다.
심지어 미국산 소고기를 만지기만 해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엉터리 비과학적 주장에 대해 미국 대사가 광화문 시위대에게 "광우병 걸린 소에게 발견되는 변형된 프리온(prion)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아니기에 접촉으로 전염될 수 없다."라고 설명하자, 선동가들과 군중의 대답은 ...
"너나 처먹어라!"
오늘 뉴스를 보니 ...
"너나 처마셔라!"
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에
역사를 뒤돌아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으로 선동하는 인간들은 늘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합리적 판단을 하는 '시민'이 될지 그저 선동당하는 '군중'이 될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2008년과 같은 다수의 성난 군중이 광화문 광장에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다소 희망적인 것 같습니다. '이불킥'의 부끄러움을 아는, 선동가의 비과학에 선동되지 않는 다수의 시민이 있다는 것이 희망인 것 같습니다.
오늘 "너나 처마셔라!"를 보니, 그날의 "너나 처먹어라!"가 생각나서
<Dr. LEE의 오류와 편향을 넘어선 논증> 이라는 저의 졸저에 기록했던 2008년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저의 '이불킥'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